특별기획
제11차 WCC 총회 주제 분석과 개혁주의 시각에서의 평가
<지난 호에 이어서>
이렇게 교회가 분열되어 있으므로, 일치선언문은 도상에 있는 (교회의) 일치 서술들을 제시한다. 이 문서는 8-13항목에서 창립총회부터 지금까지 총회가 일치에 대해 서술한 내용들을 분석하면서 교회 일치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서술한다. 이 부분은 WCC가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끈다고 주제를 설정하면서, 이 임무를 담당해야 함에도 분열된 교회가 어디까지 일치에 이르렀는지를 서술하는 부분이다. 1차와 2차 총회는 그리스도에 대한 충성 안에서 하나됨을 확인하여 기독론적인 일치를 서술한다. 3차 뉴델리 총회는 교회 일치가 각 지역에 있는 모든 사람이 사도적 신앙, 성례의 삶, 사역, 선교에서 화해를 찾고 모든 장소와 연령대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하나가 될 때 가시화된다고 서술하였다.(9항) 1차와 2차 총회가 교회의 보편성에 기반한 일치를 설명한 데 반해, 3차 총회는 지역교회가 화해하여 하나가 되는 유기적 일치론을 표명하였다. 4차 웁살라 총회는 다시 보편성의 관점에서 교회의 일치를 표명하였는데, 교회의 일치와 인류의 일치를 하나로 모았다.(10항) 3차 총회 이후 인류의 일치를 위해 종교 간 대화가 중요시되었다.
1975년 나이로비 총회는 일치의 비전에서 협의회적(conciliar) 관점을 취해 하나의 교회는 그 자체가 진정으로 연합된 지역 교회들의 협의회적 친교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하였다.(11항) 1983년 밴쿠버 총회는 1982년 BEM 리마 문서가 작성되면서 세례, 성찬, 사역에서의 상호인정의 일치를 추구하였다. 1991년 캔버라 총회는 코이노니아로 이해되는 교회의 일치를 강조하였고(12항), 2006년 포르토 알레그레 총회에서 채택된 하나의 교회로 부르심을 받은 교회론에 관한 텍스트는 그리스도와 합하여 세례를 받은 모든 사람이 그 몸 안에서 그리스도와 연합한다고 명시하였다.(13항) 마지막으로 2013 부산 총회는 모든 인류, 그리고 참으로 전체 피조물 자체, 사람이 거주하는 온 땅을 화목게 하시는 하나님의 징표이자 종인 교회의 일치를 강조했다.(13항)
지금까지의 총회에서 표명된 교회의 일치에서 1, 2, 4차의 보편성에 기초한 일치와 3차의 지역교회의 화해를 통한 일치가 교차하고 있다. 5차 총회는 협의회적 친교로서의 일치를 제시하였고, 6차 총회는 BEM 리마 문서에 기초한 가시적 일치를 주장하였다. 7차 총회는 코이노니아로서의 일치를, 9차 총회는 세례를 통한 일치를 제시했다. 10차 총회는 모든 인류와 피조 세계 전체와의 우주적 일치를 강조했는데, 이 기조는 2022년 칼스루헤 총회에서도 지속되었다. 현재 WCC 총무대행인 사우카(L. Sauca)는 하나님의 목적은 온 세상과 우주 전체와 화해하고 일치하기를 감동하신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총회는 교회 일치의 근거를 다양한 방식으로 모색하는 가운데, 그 일치의 범위를 교회, 인류, 온 피조 세계와의 우주적 일치로 확장시켜 나갔다. WCC의 에큐메니칼 운동이 교회의 일치를 지나 인류의 일치, 더 나아가 우주적 일치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가 사회에서 해야 할 봉사는 정의와 평화, 창조 질서의 보존이라는 것을 강조한다(JPIC). 이들은 회원교회들 사이에 코이노니아를 통하여 일치를 이루고자 하고, 가시적인 일치를 바탕으로 교회의 사회적인 봉사인 디아코니아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모든 피조물과의 우주적 친교에 참여하는 화해와 일치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이동주는 “이 목표는 세계 복음화를 위한 일치도 아니고, 세계 선교와 하나님과의 일치를 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문자 그대로 온 세상과의 조건 없는 일치다”라고 비판한다. 칼스루헤 총회는 하나님과의 화해보다는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이와 같은 온 세상과 정의, 평화, 화해와 일치를 이루는 것을 추구한다. 그러므로 WCC의 교회일치 선언문은 회원 교회들의 가시적 일치를 이룬 것을 설명하는 것이 목적이지, 회원교회들이 합의한 성경의 교리에 기초한 일치는 큰 관심사가 아니다.
다음으로 주제 해설문에서 설명한 마음의 에큐메니즘에 상응하는 마음의 에큐메니즘이 14-23항에서 서술되었다. 이번 총회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주제로 선택하면서 그리스도의 사랑에 근거한 마음의 에큐메니즘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교회들 사이의 공적인 만남과 대화를 중심으로 에큐메니즘을 추구해 왔던 데 반해, 이번 총회는 그리스도의 사랑에 근거하여 마음의 교제를 통한 에큐메니즘을 제시하였다. 마음의 에큐메니즘은 하나님의 사랑이 그리스도인들과 세상을 감동시켜 화해와 일치를 이루기를 소망한다.(14항) 교회의 일치를 가시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공식적인 교리의 일치보다 에큐메니즘의 경험을 강조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그 일환으로 먼저 화해와 일치의 공동 순례를 할 때 믿음과 진리의 문제에 대해 함께 숙고하게 된다는 인식이 있다.(15항) 이것은 F. 엔스(Fernando Enns)의 “우정의 에큐메니칼 신학의 길 – 자기 비움과 정의와 평화의 순례길”에 근거한 것이다. 일치에 대한 여러 장애들이 있는데,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새 계명에 따라 그리스도의 사랑은 에큐메니칼 운동의 영적 원천이 된다.(18항) 마음의 에큐메니즘의 원천인 사랑은 사적으로는 부드러움이지만 공적으로는 정의이며,(20항) 비판적인 책임을 가능하게 한다.(21항)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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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이은선 (안양대학교 교수 / 교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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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삼의 개혁주의적 문화신학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