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제11차 WCC 총회 주제 분석과 개혁주의 시각에서의 평가
둘째는 하나님과 화해라는 의미에서 사용되었다. 하나님과의 화해에 대해서 “그리스도께서 하나님과 화해시키는 질서를 만들었다”는 것을 언급한다. 그리스도께서 하나님과 화해시키는 질서를 만들었다는 것을 언급하지만, 정작 그리스도께서 그 화해시키는 사역을 우리에게 맡겨 지금 그 사역을 감당하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이 문서는 그리스도께서 하나님과 화해시키는 질서를 만든 것을 세상의 분열과 갈등을 화해와 일치로 이끌어가시는 것과 연계시킬 뿐, 죄를 회개하도록 역사하여 하나님과 화해시키는 차원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셋째는 교회가 화해하고 일치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교회는 하나님의 마음에 있는 일치에 참여하며, 하나님께서 성취하시고 영광스럽게 하신 창조 세계의 종말론적인 일치의 표징이자 스스로를 종으로 내어준다.” 교회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지금 고통과 부정과 폭력의 현장으로부터 부르짖는 모든 장소에 평화와 정의와 일치가 부어지게 한다.” 그리고 교회의 화해와 일치가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사랑이 회원교회들을 가시적인 화해와 일치로 이끌고 이들이 하나님의 선교를 실천하여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는 것이다. 교회의 많은 사람들은 “지적, 제도적, 형식적 차원을 넘어 관계와 공동의 기도, 무엇보다 상호 애정과 사랑에 기초하여 화해와 일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물론 현실에서 위에서 제시한 6가지 원인들이 그리스도인들의 화해와 일치를 방해하고 있지만, 총회는 지금까지 그리스도인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평화와 정의를 위한 순례를 하였고, 앞으로도 진행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이 문서에서 가장 중요한 화해와 일치의 대상은 세상이며, 그리스도의 사랑이 불화하고 갈등하는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의 사랑과 하나님의 사랑이 화해와 일치로 이끄는 대상은 세상이고 세상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다. 그리고 이 목적을 위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화해와 가시적인 일치를 이루어 세상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말하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하나님의 사랑이 이루는 화해와 일치는 죄에서 구원받은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구속의 사랑에 근거하기보다는 오히려 세상과 모든 이들에 대한 보편적인 사랑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므로 총회의 주제 해설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는 바와 같이 그리스도의 사랑의 대상이 세상인데, 그 세상의 하나님과 분리된 죄악 된 측면은 언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세상 안에서 불의와 불평등과 가난을 해결하여 인간다운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4.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선교론에서 WCC가 지금까지 주장했던 하나님의 선교를 지속하여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이 문서는 한 번 “교회의 사람들은 복음의 종(servants of the gospe)이므로 그들의 사랑을 담은 태도와 실천을 통해 교회 너머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고 하여 복음이란 용어를 사용하지만 그 복음을 전하는 방법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오히려 모임의 컨텍스트에서 “이와 같은 시대에 사랑의 하나님 선교를 세상에서 어떻게 감당해 갈 것인가?”라고 질문하고 있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복음서의 중심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고린도후서 5장 14절에서 직접 영감을 받아, 삼위일체 하나님 사랑의 깊이와 경이로움을 세상에 전한다는 뜻을 지니며, 바로 이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에 드러났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같이 이 문서의 관심은 하나님의 선교관이다. 하나님의 선교관은 이 세상의 질서를 정의와 평화의 질서로 바꾸어 인간화를 이루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사랑하시고 이 세상에서 활동하시는 것을 강조한다. 총회 주제가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신다”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의 대상이자 활동의 대상이 세상이고,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신다는 입장을 표명한다. 이번 제11차 총회는 “그들로 온전함을 이루어 하나 되게”(요 17:23) 하는 그리스도의 기도에 응답하며 세계교회협의회의 교제 안에 있는 교회들이 가시적인 일치를 이루고자 하였다. 그런데 교회들이 가시적 일치를 이루는 목적이 아직도 믿지 않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사랑하는 세상을 위해서,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신 창조세계를 위한 것이다.
세상의 도전에 대해 “우리는 우리 시대의 많은 도전에 구체적으로 응답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제자가 되는 길을 모색해 간다”고 말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이끈다는 것에 대한 세상의 도전으로 코로나19, 기후변화, 불평등, 디지털 혁명 그리고 더 나은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과 확신의 상실, 그리고 평화와 정의를 갈구하는 세계의 6가지를 열거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고통받는 사람으로, 고통받는 피조물로, 고통받는 지구로 훼손된 세상”이며 “소수는 잔치를 벌이고 다수는 굶어 죽으며 극심한 불평등과 불의가 만연한 세상”이라고 서술한다. 하나님은 이러한 세상에서 일하시고, 교회와 하나님의 백성 안에서 일하시는데, 총회 주제는 교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에 가시적으로 어떻게 나타나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열어 두고, 그 사랑이 세상을 이끌어 갈 것을 소망한다고 서술한다. 이 문서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직접 세상을 이끌어가는 하나님의 선교를 주목한다.
<다음 호에 계속>
|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이은선 (안양대학교 교수 / 교회사) |
거룩한 분노 |
나는 소유형 인간인가 존재형 인간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