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휴머니즘의 부활, 르네상스

중세는 크리스트교가 유럽 국가에 전파되고 정치적 안정기에 교황이 등장하여 하나님의 통치라는 미명아래 정치적 권력까지 장악하면서 유럽 전역은 엄격한 종교적 규율로 통제된 공동체 의식이 자리 잡게 된 시대이다. 그러나 중세의 천 년이 넘는 시대는 인간의 존엄성이 박탈되고 문화는 종교의 틀 안에서 교회 건축양식과 교회 내부의 미술로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중세의 봉건 왕정제도에 억눌린 자유를 향한 열망은 결국 봉건제도의 몰락을 가져왔고 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상업이 흥행하여 새로운 상인 시민계급이 생겨나면서 현실을 중시하는 합리주의적 사상이 시민의식 속을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합리주의와 자유주의 사상은 새로운 감각시대를 열어나가고 미술, 학문과 철학에서 아름다운 문화가 꽃피는 르네상스를 맞이하는 계기가 되었다.
르네상스는 중세의 어둠이 걷히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는 휴머니즘이 부활한 시대였다. 르네상스는 부활이라는 뜻으로 역사의 잠재의식으로 남아 있던 고대 그리스, 로마(그레코로만)의 이상적 문화의 부활이다. 즉 고대국가 중 미술문화가 가장 화려하게 꽃피웠던 그리스, 로마의 미술과 문화, 철학과 학문, 법률과 언어까지 고전에 대한 관심과 취향이 르네상스로 부활한 것이다.
그리스의 이상적 문화는 잊혀진 아름다운 문화를 되찾고자 한 인간에게 커다란 열망이었다. 그 인간의 열망 속에 휴머니즘이 잠재되어 있었다. 크리스트교의 신은 유일신 여호와 오직 한 분이시지만 고대 그리스국가는 다신론 사상이었으며 많은 신은 인간의 감정을 지닌 의인화 된 신이며 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미술은 인간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였다.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 작품이 美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이다. 여성의 몸을 비례와 균형에서 완벽한 아름다움을 나타내었던 비너스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美)의 표준이 되었다.
르네상스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부활과 휴머니즘(인문주의)이다. 인문주의로 번역되는 휴머니즘은 인본주의 사상을 의미하며 아이러니하게 자유주의와 함께 인문주의는 중세의 크리스트교를 변화시키는 시대적 배경으로 16세기 종교개혁에 영향을 주었다.
또한 그리스(헬라)의 문화는 자유로운 철학이 발달하였는데 르네상스 때도 많은 학문과 다양한 사상이 도시와 국가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중세와는 전혀 다른 가치관으로 변화되었다. 그중에 새로 등장한 상업시민계급은 종교를 벗어나 학문을 장려하고 예술과 문화에 많은 관심과 후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경제적 풍요로운 도시에서 르네상스의 문화와 예술이 꽃피게 된 것이다. 그 시작은 이탈리아의 피렌체로서 거대한 도시국가를 이루었고 시민들은 종교적 내세관보다 현실적 예술과 학문에 더 큰 관심과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르네상스에 커다란 영향을 준 휴머니즘은 인간이 하나님의 뜻을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끼면서 종교미술이 점점 사라지고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인간의 감정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데 주력하였다. 그리고 인간의 새로운 능력을 확인하면서 하나님을 배제하고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도 인간을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인간 스스로 세계를 이해하고 인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인본주의 사상이 자리 잡게 되었다. 인본주의 사상의 학문은 수학과 과학으로부터 시작하여 미술에서도 공간적 원근법을 찾아내고 중세에는 금기시되었던 해부학이 성행하였다. 해부학을 바탕으로 사실적 묘사와 균형감 있는 조각상들이 제작되었는데 르네상스 대표적 작품 다비드상이 있다. 화가이자 조각가인 미켈란젤로는 블레셋의 골리앗을 물매 돌로 쓰러뜨리고 승리한 이스라엘의 영웅이며 하나님의 전사 다비드를 완벽하게 표현하였다. 다비드상은 단단하고 정밀한 근육의 흐름과 운동감을 느낄 수 있는 양감, 고요하면서 살아있는 듯한 생명감을 비례와 균형이 완벽하게 인간의 아름다움을 이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는 실로 그리스시대 미의 여신 비너스상이 르네상스에 와서 남성의 몸으로 거듭난 다비드상에서 완벽하게 부활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