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술 용어 ‘바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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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교황이 장악하던 로마 가톨릭 교회는 17세기 종교개혁으로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프로테스탄트의 개혁주의 운동의 확산을 막기 위하여 반종교개혁을 전개하여 가톨릭의 정신을 부활시키고 내부의 정화를 위해 성직자 훈련과 성직매매 금지 등을 결의하였다. 이를 위해 만든 것이 로욜라의 예수회였다. 예수회는 교회의 절대복종과 프로테스탄트와의 투쟁을 선언하였다.

르네상스 말기 매너리즘의 미술사상은 종교개혁을 일으키는 정신적 토양이 되었다. 르네상스의 비례, 균형, 조화, 통일성 등의 형식주의적 미는 하나의 허상일 뿐이라는 매너리즘 미술사조는 중세의 가톨릭 신앙 역시 형식적, 제도적이고, 율법주의는 거짓된 신앙이며 행위와 공로보다 개인의 믿음으로 구원에 이르고 하나님 앞에서 진실한 신앙을 강조하였다. 루터와 칼빈을 중심으로 개혁자들은 로마 교황에 반기를 들고, 하나님 앞에서 모든 인간은 거짓되고 부정한 자이며 자신의 죄와 무능을 고백하고 그리스도의 십자가 속죄로만 구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바로크 미술은 매너리즘으로부터 탄생한 미술사조로서 종교개혁의 정신적 기반이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로마 가톨릭 교황과 추기경들이 바로크 미술의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었다. 바로크 미술의 특징인 화려함과 현세욕은 로마교회가 화려한 성당의 내부를 장식하고 성대한 미사로 가톨릭 교회의 권위와 위엄을 과시함으로 반종교개혁과 신교 신자를 가톨릭 교회로의 개종을 유도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성당 건축을 화려함과 변화로 장식하여 성당 내부는 천상을 연상하는 장대하고 황홀한 분위기, 오르간의 성스러운 음악, 장엄한 미사의 화려한 의식으로 신자들을 감동시키려는 것이다. 이러한 신앙적 사고는 신앙이 외부의 보이는 것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과 사랑에 의해 마음의 감동으로 이루어진다는 개혁교회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신앙이었다. 가톨릭 교회의 이러한 의식적 제도적 신앙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스페인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의 많은 국가들은 교황의 뜻을 따라 반종교개혁 운동으로 가톨릭의 절대주의 권력의 위엄과 화려한 장식적인 바로크 양식으로 표현되었지만 프로테스탄트의 나라인 네덜란드에서는 단순하고 검소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바로크 양식으로 표현되었다.

바로크의 원래의 의미는 ‘지나치다’란 뜻이지만 불규칙, 왜곡, 이지러진 등의 뜻으로 고전주의에 반발로 명명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미술 용어가 되었다. 바로크는 귀족적 화려함과 현세욕을 추구하는 양식으로서의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다. 또한 바로크의 미술가들은 고전적 형식보다 사람의 감정에 호소하려는 표현을 중시하였다. 바로크 미술의 공통적인 특징은 정적인 느낌에서 동적인 느낌으로,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균형과 조화에서 불균형과 흐트러진 형태로, 형태와 비례보다 다채로운 빛과 극적 명암대비의 효과로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이와 같이 르네상스의 엄격한 양식에서 새롭고 자유로운 바로크 양식의 예술관으로 변화되었다.

바로크의 대표적 화가 카라바조는 성경의 주제를 전통을 무시하고 서민들의 일상의 사건처럼 표현하였다. 카라바조는 교황청으로부터 환대 받지 못하고 교회 성직자들과 전통적 화가들도 부정적이었다. 감성에 민감하고 반항아적이며 방탕한 그는 숱한 비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개혁교회의 성도들과 진실한 가톨릭 신자까지 큰 감동을 주었다. 빛과 어두움의 경계를 극적인 반전으로 혁신적인 새로운 명암법을 창안하여 어두운 실내 배경과 인물에 비쳐지는 명암 대비 효과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나타내어 렘브란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바로크 최대의 화가는 네덜란드의 렘브란트였다. 렘브란트는 젊은 시절부터 초상화가로 명성을 얻었지만 전성기를 벗어나 후기에는 힘든 생활과 신앙의 역경을 딛고 화려한 표현에서 벗어나 서정적이며 섬세한 표현으로 신앙적 엄숙함이 배어 나오게 하였다. 그는 인간의 내면을 깊이 통찰한 자아분석적 자화상과 성경을 주제로 한 인물들의 심리를 묘사하여 그의 신앙심을 엿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