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특별기획

 
작성일 : 21-10-20 11:07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성경 주석의 왕, 칼빈_25


루터가 성경 번역의 왕이라면 칼빈은 성경 주석의 왕이란 말이 있다. 개혁자 칼빈은 참으로 성경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실은 그의 명저 「기독교강요」는 모두가 성경을 체계적으로 조직한 것이다. 칼빈은 그토록 바쁘고 힘든 사역을 감당하면서도 목회에 전념하였고 성경을 주해하였다. 기독교 2천년 역사에 칼빈만큼 많은 분량의 성경 주석을 했던 사람도 별로 없다. 칼빈은 1539년 30세가 되던 해부터 그가 서거하던 1564년까지 4반세기동안 성경주석을 쓰는 데 전력을 쏟았다. 그리고 그 주석들은 그의 생존하는 동안 출판되었다. 그의 최초의 성경주석은 로마서였고, 그의 최후의 주석서는 여호수아서, 그가 죽은 이듬해(1565)에 출판된 것으로는 에스겔 1-20장까지였다. 신약에는 요한1서, 3서와 계시록을 제외한 전부를 주석했고, 구약은 창세기를 비롯한 모세 5경, 여호수아, 사무엘, 욥, 시편,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다니엘 그리고 12 소선지서 등 대부분의 성경을 주석했다.

칼빈은 자타가 공인하는 병골이요, 약골이었다. 그러나 스가랴 선지자의 말처럼 ‘‘힘으로도 못하고 능으로도 못하나 오직 나의 신으로 할 수 있느니라.’’(4:6)고 말씀한 대로, 칼빈은 성령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이 위대한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약한 자를 들어서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하신다는 말씀대로 칼빈처럼 병약한 자를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하시고 그에게 성령을 부으셔서 일할 수 있게 하셨다.


목회자와 대중들을 위한 주석을 썼다

그러면 칼빈은 어째서 그렇게도 힘들고 바쁜 일정 가운데서 성경 주석을 집필했을까? 칼빈은 결코 다음 세대 사람들에게 성경 연구자들의 참고 도서로 책을 쓰지 않았다. 더욱이 칼빈 자신의 학문적인 자랑을 목적으로 이 모든 성경 주석을 쓰지 않았다. 다만 칼빈이 돌보던 제네바의 생 피에레 교회 성도들과 자기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과 또한 칼빈이 지도하고 격려해야 할 당시 개혁신앙을 가진 목회자들을 위해서 주석을 썼다. 칼빈은 구스 내시가 이사야를 읽고서도 그 뜻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때 “지도하는 사람이 없으니 어찌 깨달을 수 있으리요”(행 8:31) 한 대로 교회의 권위보다는 성경의 권위를 높이고 일반 대중들에게 성경 본문의 뜻을 깨닫도록 하기 위해 성경 주석을 썼다. 칼빈의 주석은 항상 강단의 설교를 염두에 두었다. 그리고 그의 주석은 일반대중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항상 목사들과 성경교사들에게 유익이 되도록 쓰여졌다. 오늘날 어떤 비평가들은 칼빈의 주석이 원문의 해석이 부족하다느니 학문적으로 부족하다느니 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칼빈은 대 성경원어학자이지만, 성경의 글자풀이나 문법적 해석보다는 성경 자체를 구속사적인 안목으로 보면서 그 본문의 참뜻이 무엇인지를 실제적이고 실용적으로 해석해 낸 탁월한 성경주석가이다.


당시 상황을 고려해서 주석을 썼다

또 하나 살필 것은 칼빈의 주석은 당시 그의 성도들에게 어떤 교훈과 말씀이 더 필요한지 전후 사정을 살펴서 집필했다. 칼빈의 주석에 나타난 연대의 선후문제는 당시의 시대적 정황과 맞물려 있다. 즉 칼빈이 로마서 주석을 가장 먼저 쓴 것은 당시 교회의 사정이 너무나 긴박하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여기저기서 이단들이 일어나고 가톨릭적 상황이 지배적인 상황 속에서 교리적으로 명쾌하게 교회를 세워가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편 칼빈의 조국인 프랑스 성도들이 심한 박해를 받고 있을 때, 칼빈은 그들을 위로 격려하기 위해서 다니엘서 주석과 예레미야 주석을 썼다. 그 당시 로마 가톨릭교회는 일반 성도들이 직접 성경을 읽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칼빈이 주석을 냄으로써 하나님의 말씀을 대중들이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칼빈의 주석들은 자기가 목회하고 있는 성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 전 지역 수천의 강단을 통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공개하는 길을 열었다. 칼빈의 성경주석은 유럽의 각 나라 언어로 번역되었고, 칼빈을 직접 만나지 못한 목회자들도 칼빈의 주석과 설교집을 통해서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을 공유하게 되었다. 칼빈의 주석이 개혁 신앙의 확산과 영의 양식을 제공한 셈이 된다. 그뿐 아니라 칼빈의 주석이 이단을 방지하고 폭군과 싸우는 무기도 되었다.


사람들을 말씀으로 깨우기 위한 주석

그리고 칼빈 주석의 효능이 또 있다. 그것은 당시 무지몽매한 사람들을 어둠에서 구출하기 위해서 주석이 쓰여지기도 했다. 주석의 독자들 곧 당시의 성도들의 실제적 요구와 필요를 마음에 두고 주석을 집필했다. 칼빈은 성경의 어떤 구절을 설명할 때, 그 말씀 속에 충만한 하나님의 은혜와 지혜가 어떤 모양으로든지 말씀을 읽고 듣는 자들에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그의 주석에는 흥미있는 여러 자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의 성경 주석은 생명력이 있고 역동적이며 지성적이다. 칼빈은 개혁 교회의 신앙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근거하지 않고는 결코 세워질 수 없다는 확신을 가졌다. 무엇보다 개혁교회의 토대 건설은 성경을 옳게 이해함에 있다. 그러기에 칼빈은 성경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은 성경의 본문을 쉽게 풀이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 그런 까닭 에 칼빈의 주석은 복음적이고 대중적이었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정성구 목사 (총신대학교 명예교수 / 전 총신대학교 총장)

성경 주석에 사활을 건 사람, 칼빈_26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기독교 공동체를 향한 신학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