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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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2-04 16:43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성경의 절대 권위와 성경 본문의 편집(II)


19 또 우리에게 더 확실한 예언이 있어 어두운데 비취는 등불과 같으니 날이 새어 샛별이 너희 마음에 떠오르기까지 너희가 이것을 주의하는 것이 가하니라 20 먼저 알 것은 경의 모든 예언은 사사로이 풀 것이 아니니 21 예언은 언제든지 사람의 뜻으로 낸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의 감동하심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받아 말한 것임이니라
(벧후 1:19-21)

성서비평학 중 문서비평(Documentary Criticism) 분야에서는 성경의 다양한 출처를 분석하여 각 문헌이 어떤 조합 과정으로 현재의 형태가 되었는지 연구한다. 그 가운데 편집비평(Redaction Criticism)은 특히 특정 문서가 어떻게 편집되었으며, 편집자가 어떤 의도로 자료를 선택·배열·수정했는지 탐구한다. 가령, 기존의 어떤 자료를 사용했는지, 이전 문서(구전 전승 혹은 서증 자료)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편집자의 신학적, 역사적, 정치적 목적이 얼마나 편집에 영향을 미쳤는지, 같은 사건이 서로 다른 문서에서 다르게 기록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또한 문서의 구조 및 배열 문제와 관련해서는 본문 배열 방식이 원래 자료와 동일한지 아니면 변형되었는지, 특정 주제를 강조하거나 누락하려는 편집 시도가 있었는지 탐구한다.

신약 성경에서 사복음서는 서로 유사하지만 차이점도 많다. 예수 그리스도의 출생과 성장, 사역과 고난, 부활과 승천에 대한 사건을 기록하되 각각 서로 다른 표현과 다른 순서와 배치를 보이고 있다. 복음서 각각의 첫 장 첫 절부터 마지막 장 마지막 절까지 그 편집 순서는 같은 것보다 다른 배치가 훨씬 많다. 구약 성경 역사서에서 역대기와 사무엘상하·열왕기상하는 동일한 사건을 다루지만 편집 방식이 확연히 다르다. 편집자의 의도가 분명히 있다는 뜻이다. 편집자를 인간 연구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성경의 유일한 원저자이신 하나님의 관여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가령 사무엘·열왕기에 비해 역대기 편집에서는 다윗과 솔로몬 왕국을 이상적으로 묘사하며 또한 다윗과 솔로몬의 범죄를 다루지 않는다. 예를 들면 다윗이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범하고 우리야를 죽이고 밧세바를 다시 취하는 사건을 기록하지 않는다. 이것은 편집자의 의도가 분명하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쯤에서, 성경권위와 관련해, 편집의 주체를 누구로 보느냐의 문제를 반드시 짚어야 한다. 필자처럼 축자영감설을 따를 경우, 편집과 관련해서 질문을 한다면, 모든 성경의 원저자이신 하나님은 왜 이러한 방식으로 본문을 배치하고 각 권을 편집하게 했을까가 된다. 하지만 편집자를 인간 연구자로 본다면, 성경권위는 결국 인간이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변동한다는 말이 된다. 그렇게 되면 최후심판 때까지 성경권위는 확정되지 않는다. 현재 내가 믿고 있는 성경의 신적 권위에 대한 확답은 영원히 보류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 본문의 배치와 같은 사건의 서로 다른 방식의 기록과 편집에 대한 확답을 얻는 것은 성경권위 확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자료는 성령 감동으로 기록된 신적 권위의 말씀이므로, 이 자료들의 편집 순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성경 해석 관련 제일 먼저 답을 내려야 하는 문제다. 상식적 문제로 보더라도, 문서 작성자가 왜 특정 내용을 반복하고 강조하며 다르게 표현하거나 수정했는지를 알아야 사실의 진정성과 바른 진리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 본문의 문법적 해석, 역사적 탐구 그리고 신학적 의미의 과정은, 성경의 통일성 확증과 관련해서 볼 때, 성경 전체의 편집 의도를 간파하는 것과 직접 연관된다.

하지만 이상의 물음은 대부분 인간을 성경연구의 주체로 가정하고 제기하는 의문이다. 성경 편집 순서의 확정에 대한 문제는 성경 원저자가 지닌 권위에 있다는 사실을 대전제로 삼아야 한다.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확정하는 권한은 성경의 유일한 원저자이신 하나님께 있다. 그래서 성경 본문 편집의 의도에 대한 확답도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과 은혜에 속한다. 각 시대마다 하나님은 자신의 목적에 따라 진리의 말씀을 그만큼 이해하도록 주권적으로 섭리하신다. 편집비평에서 던지는 수많은 물음들은, 성경권위 앞에 서 있는 우리 자신을 떠올려 보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대한 바른 이해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의존할 뿐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하에서는 성경 본문 순서와 각 권의 배치 나아가 전체 편집에 대한 문제를, 성경 원저자이신 하나님의 계시의 관점에서, 좀 더 상세하게 역사적 상식 차원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1.  성경 각 권의 제목들은 누가 언제 붙였는가?

성경 원본은 히브리어, 아람어, 헬라어로 기록되었으며, 본문은 연속적 문장으로 구성하고 있다. 원래 필사본에 장(章), 절(節), 소제목, 본문 제목이 전혀 없었다. 각 권의 분류 그리고 장·절·단락 구분, 수사학적 부호 등은 성경 사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들은 성경 본문을 읽고 연구하기에 용이하도록 추가한 것이다. 장 구분은 13세기경 영국의 캔터베리 대주교 스티븐 랭턴(Stephen Langton, 1150년경-1228년)이 도입했다. 그는 13세기 중반 성경을 더 효율적으로 연구하고 참조할 수 있도록 각 책을 나누는 방법을 고안하였다. 편의상 성경 구절을 찾는 데 매우 유용한 방법으로 현재도 사용하고 있다.

성경의 절 번호는 16세기 중반 프랑스 인쇄업자인 로베르 에스티엔(Robert Estienne, 1503-1559)이 추가했다. 개혁파 신학의 근본원리인 성경권위 전승 역사를 알아볼 때 그는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는 16세기 대표적인 인쇄업자이자 신학자로 히브리어, 헬라어, 라틴어에 능통했다. 그래서 성경 출판 및 개혁파 성경 연구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 그는 1551년 신약 성경에 처음으로 절(Verse) 번호를 추가한다. 그리고 1555년에 구약과 신약 전체에 절 구분을 적용한 라틴어 성경(Vulgate)을 출판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장(章)과 절(節) 체계를 확립했다. 특히 그는 1546년 헬라어 신약 성경을 출판하는데, 당시 로마 가톨릭교회의 공식 성경인 라틴어 불가타(Vulgate)에 맞서는 헬라어 원문에 기반을 둔 성경을 출판한다. 이는 종교개혁과 개신교 성경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후대 ‘공인본문(Textus Receptus)’ 형성에도 크게 기여한다. [*공인본문이란 16-17세기 개혁파 신학자들과 성경 번역자들이 사용한 헬라어 신약 성경의 표준 본문을 의미한다. 로마 가톨릭의 라틴어 불가타(Vulgate) 성경과 대비되는 원문 중심의 신약 성경 텍스트로 향후 킹 제임스 성경(KJV, 1611년)과 루터 성경(1522년)의 기초가 되었다.]

그는 프랑스어 성경 번역 및 개혁 신학 확산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프랑스 개신교(위그노) 신학을 적극 지지하는 개혁파 신학자였으며 프랑스에서 로마 가톨릭의 박해가 심해지자 1550년경 제네바로 망명, 칼뱅주의 성경 연구를 지원했다. 이때 그는 가톨릭의 성경 해석 권위에 도전하고자 헬라어 신약 성경 표준 본문을 출판한다. 교황청과 프랑스 가톨릭 세력은 1546년 소르본 신학교에서 그의 신약 성경을 정죄한다. 절을 도입해서 헬라어 신약 성경을 편집한 것은 단지 읽기의 편의를 도모하는 문제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성경권위를 지키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게 임한 하나님의 주권과 은혜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살았고 운동력 있는 하나님 말씀(히 4:12)의 능력이 이를 주관하신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성경의 절대권위와 성경 본문 순서(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