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국가소멸의 심판절차론
1 슬프다 주께서 어찌 그리 진노하사 처녀 시온을 구름으로 덮으셨는고 이스라엘의 아름다운 것을 하늘에서 땅에 던지셨음이여 진노하신 날에 그 발등상을 기억지 아니하셨도다 2 주께서 야곱의 모든 거처를 삼키시고 긍휼히 여기지 아니하셨음이여 노하사 처녀 유다의 견고한 성을 헐어 땅에 엎으시고 나라와 방백으로 욕되게 하셨도다 3 (……) 원수 앞에서 오른손을 거두시고 맹렬한 불이 사방으로 사름같이 야곱을 사르셨도다 4 원수같이 활을 당기고 대적처럼 오른손을 들고 서서 눈에 아름다운 모든 자를 살륙하셨음이여 처녀 시온의 장막에 노를 불처럼 쏟으셨도다(애 2:1~4)
남유다는 주전 605년부터 586년까지 20여 년 동안 바벨론제국에게 세 차례의 침략을 받으면서 망해갔다. 멸망의 현상적 원인은 왕을 비롯한 제사장과 선지자들 그리고 백성들의 우상 숭배였다.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이사야와 다른 많은 선지자들을 보내 남유다가 여호와 앞에 행한 악행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알려주면서 진노의 방법까지 예언하고 그대로 이루신다. 유다 백성들은 자신들의 범죄가 무엇이며 얼마나 심각한지 스스로 결코 알 수 없었다. 여호와께서 직접 불러서 보낸 선지자가 죄와 악을 지적할 때 비로소 그들은 자신들의 범죄가 얼마나 악한 것인 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본문의 말씀을 더 깊이 더 넓게 살펴보면 선지자들이 죄악을 드러내는 것 그리고 백성들이 순종할 것이냐 아니면 불순종할 것이냐의 문제는 쉽게 연결해서 이해할 사항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상식으로 보면 여호와께서 선지자를 보낼 때는 유다 백성이 듣고 순종하게 하려는 것이 목적처럼 보인다. 그런데 결코 그렇지 않다. 그들은 여호와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불순종하는 길을 택하게 된다.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가? 우선, 유다의 불순종은 (당시 주전 586년 기준으로 보면) 900여 년 전 모세에게 (레위기 26장과 신명기 28∼29장에서) 언약하신 사실에 원천을 두고 있다. 여호와께서는 모세에게 불순종 과정이 몇 차례 반복해서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과 또한 이방인에게 어떤 침략을 받고 멸망을 당하는지 그 방법까지 모두 예언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점이 바로 한 국가의 멸망에 나타난 여호와의 살아계신 증거이며 역사섭리의 주권자로서 드러내신 신적 능력의 영광이다.
앞에 인용한 본문은 모세 시대에 언약하신 여호와 하나님의 언약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질 시기가 임박했음을 알려주면서 멸망의 주체와 심판의 방법을 기록한 것이다. 여호와 하나님이신 ‘주께서’ 진노하사 시온을 구름으로 덮고 아름다운 것을 땅에 던지는 진노의 날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결코 긍휼히 여기지 아니하실 것이며 유다의 견고했던 성을 헐어버리고 땅에 갈아엎으시겠다는 약속을 하신다. 여호와의 맹렬한 진노가 이스라엘이 주변 나라로부터 받았던 영광의 ‘뿔’은 잘라버릴 것이며 원수들이 만행을 저지르는 동안 그냥 두실 뿐만 아니라 그 원수들이 더욱 타오르는 맹렬한 불이 되게 하신다는 무서운 예언을 하신다. 마치 이렇게 진노와 엄벌을 행하시는 여호와는 유다를 원수같이 대적처럼 유다의 모든 아름다운 것을 살육하신다는 것이다. 아무리 하나님이 언약하셨던 바가 성취된 내용이라도, 유다의 범죄가 심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성경의 표현은 인간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단지 인용해서 쓸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아니다. 언약하신 대로 유다를 멸망하게 하는 여호와 하나님의 심판의 절차는 결코 인간이 알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들었다고 하더라도 결코 감당할 수 없는 냉엄한 사실이며 혹독한 진리임에 틀림없다.
역사가 내지 고고학자 혹은 각각의 전문가 집단이 말하는 역사상 세워졌다가 망한 수많은 국가 멸망의 원인은 단지 피상적일 뿐이다. 왜 그 나라가 그렇게 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멸망의 시기와 방법과 절차는 결코 파악할 수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국가의 멸망에 나타난 여호와 하나님의 존재와 능력을 기록된 역사적 사실이나 추론이나 상상력으로는 결코 접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러한 사실에서 우리는 국가 멸망에 대한 인간 책임론을 깊이 고민하게 된다. 여호와 하나님이 모든 것을 하셨으므로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잔인무도한 짓을 행하고도 무슨 운명과도 같은 것인 양 뻔뻔한 자기변명을 앞세우는 것은 결코 정당하지 않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러한 언행이 바로 자신의 사욕을 위해 창조주 하나님을 이용하고 있다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되며 그것은 심판의 요건이다. 그런 자가 나중에 뉘우치고 회개하고 돌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저지른 악행이 결코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자기중심적이고 사악한 행위를 창조주께서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고 칭할 리는 결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장 분명한 증거가 바로 남유다를 멸망시킨 바벨론을 하나님은 자신이 사용하는 도구라고 하지만 유다 백성에 가한 악행에 대해서는 반드시 심판하셨다는 사실이다.(눅 22:22 참조) 즉 바벨론은 남유다를 정복한 후 70년 후에 여호와 하나님의 또 다른 악행의 심판 도구인 페르시아에 의해 망하였다는 점이다.
한 국가의 멸망을 보면서 그 절차상의 정당성은 살아계신 하나님을 제외하고는 어떤 이해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하나님의 백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역사관 문제, 창조주의 택한 백성이라고 하더라도 세속의 역사에서는 반드시 멸망한다는 사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처럼 망하지만 그 멸망의 절차적 정당성이 하나님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신다는 점, 택한 백성의 국가 패망을 위해 도구로 사용한 또 다른 국가에 대한 하나님의 또 다른 심판 등 시작부터 과정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주관자이신 여호와 하나님의 존재를 배제하고는 어떤 역사 해석이나 해명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하에서 우리는 멸망의 참혹한 상황보다 이 모든 일의 근원을 작정하신 대로 엄격하게 성취하시는 여호와 하나님의 분명한 존재를 다시 확인해야 하는 고민에 다다른다. 하늘에 속한 지혜와 총명을 주시길 간구하며.
5 주께서 원수같이 되어 이스라엘을 삼키셨음이여 모든 궁을 삼키셨고 견고한 성들을 훼파하사 처녀 유다에 근심과 애통을 더하셨도다 6 성막을 동산의 초막같이 헐어 버리시며 공회 처소를 훼파하셨도다 여호와께서 시온 가운데서 (……) 진노하사 왕과 제사장을 멸시하셨도다 7 여호와께서 또 자기 제단을 버리시며 자기 성소를 미워하시며 궁장[궁전성벽]을 원수의 손에 붙이셨으매 저희가 여호와의 전에서 훤화하기를 절기 날과 같이 하였도다 8 여호와께서 처녀 시온의 성을 헐기로 결심하시고 줄을 띠고 훼파함에서 손을 거두지 아니하사 성과 곽으로 통곡하게 하셨으매 저희가 함께 쇠하였도다 (애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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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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