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성경적 초월성 회복하기
1 내가 또 눈을 들어 본즉 한 사람이 측량줄을 그의 손에 잡았기로 2 네가 어디로 가느냐 물은즉 그가 내게 대답하되 예루살렘을 측량하여 그 너비와 길이를 보고자 하노라 하고 말할 때에 3 내게 말하는 천사가 나가고 다른 천사가 나와서 그를 맞으며 4 이르되 너는 달려가서 그 소년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예루살렘은 그 가운데 사람과 가축이 많으므로 성곽 없는 성읍이 될 것이라 하라 5 여호와의 말씀에 내가 불로 둘러싼 성곽이 되며 그 가운데에서 영광이 되리라 6 오호라 너희는 북방 땅에서 도피할지어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이는 내가 너희를 하늘 사방에 바람 같이 흩어지게 하였음이니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7 바벨론 성에 거주하는 시온아 이제 너는 피할지니라(슥 2:1-7)
본문은 주전 519년 페르시아제국이 남유다를 지배할 때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다. 바벨론제국을 붕괴시킨 페르시아제국의 대왕 고레스(Cyrus Ⅱ the Great, 재위: 주전 550-530)는 유대인들에게 본국 귀환 명령을 내린다. 그런데 이것은 이미 여호와 하나님께서 바벨론 70년 포로 기간이 마치면 반드시 돌아가게 하겠다고 언약하신 말씀을 성취하는 사건이었다.(렘 29:10) 정치 지도자인 유대 총독과 종교 지도자인 대제사장은 물론 모든 유대인들은 우선 불타버린 여호와의 성전을 재건(再建)하여 제사를 복원(復元)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숙원 사업이었다. 하지만 536년에 귀환해 성전의 토대만 놓았을 뿐 주위 대적들의 방해 공작으로 재건 공사는 17년 동안 중단되었다. 물론 이 모든 역사적 과정은 여호와 하나님의 주권적인 섭리 역사이다. 앞의 본문을 중심으로 이하에서는 몇 달이면 충분한 성전 재건 공사가 왜 20년이 필요한지 그 기간은 그야말로 대적들의 방해 공작이 전부였는지 아니면 여호와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가 있었는지 그 심오한 의미를 잠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는 겉으로만 드러나는 피상성에 결코 갇히지 않는 고차원적 실체임을 확인하고자 한다.
우선 본문 내용을 따라 핵심을 모아 보면서 제기한 문제에 대한 하나님 중심의 해석과 의미를 통해 현상 세계에 속한 인생이지만 초월적 가치를 지닌 하나님의 백성임을 다시 확인해 보도록 하자. 스가랴 선지서는 1장부터 여호와 하나님께서 스가랴 선지자에게 이상(vision)을 보여주신 내용이 등장하고 있다. 위의 본문은 그 가운데 하나님이 보낸 사자가 예루살렘의 넓이와 길이를 측량하는 하늘의 이상을 보여준 사실을 기록한 내용이다. 한 천사가 스가랴에게 예루살렘이 “사람과 가축이 많으므로 성곽 없는 성읍”(2:4)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에 가장 절박한 상황은 무엇보다 성전 재건 방해 공작을 일삼는 대적들에게 맞서기 위해 반드시 성곽이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여호와의 사자는 성곽이 없는 예루살렘이 될 것이라 예언한다. 현실과는 맞지 않는 예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인간이 필요해서 요구하는 것과 하나님이 필요하게 여기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인간들이 모두 ‘예!’ 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하나님은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보자. 2장 5절에는 왜 성곽이 없어야 하는지 다음과 같이 그 이유가 분명히 나타난다. 왜냐하면 여호와 자신이 “불로 둘러싼 성곽이 되며 그 가운데에서 영광”이 되신다고 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역사적으로 보면 성전 재건 후 성곽도 다시 재건된다. 그렇다면 위의 본문이 오류인가? 역사적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가? 하나님이 거짓을 예언한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황폐한 예루살렘에는 다시 백성과 가축이 풍성하여 번성하고 번영하며 그때 바로 여호와 하나님 자신이 왕이 되어(슥 14:9) 직접 통치하면서 보호해 주신다. 물론 불성곽은 영적 의미이다. 다시 말해 타락한 피조물의 시력과 안목으로는 결코 파악할 수 없는 여호와 하나님의 영원한 보호막이다. 그렇다면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유다 백성들로 하여금 다시 짓도록 하는 성전과 성곽은 장차 불멸의 성곽으로 이 땅에 오실 메시아와 그의 나라와 그 성전 곧 교회에 대한 예표로서의 모형과 그림자이다. 즉 불성곽은 하늘에 속한 영원한 통치국가에 대한 확증이며 여호와 하나님이 부리는 “불말과 불병거”(왕하 6:17)와 같은 권세로 지키는 거룩한 성을 말한다. 타락한 이 현상세계와는 질적으로 다른 통치국가의 존재를 확증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벨론 땅으로 처참하게 끌려가 이방신을 섬기며 살았던 유대인들과 또한 이미 망한 북이스라엘 중에도 남겨 놓은 자를 예루살렘으로 귀환시켜 이제는 그 택한 백성들에게 불말과 불병거와 같은 하늘의 군대가 지키는 불성곽이 바로 여호와 자신이 된다. 그래서 70년 전에 바벨론에게 잡혀서 그곳에 아직도 거주하고 있는 모든 유대인들에게 본토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하신다. 유대인이 돌아갈 곳 예루살렘은 이제 세상의 어떤 대적도 넘볼 수 없는 하늘의 영광이 지배하는 불성곽의 나라가 기다리고 있다.
땅에 속한 권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여호와의 불성곽이 지배하는 나라는 분명 하늘나라가 그 실체다. 그리고 그 실체는 바로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으로 이 땅에 존재하는 주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몸 된 신적 초월성이 온전히 지배하는 교회를 말한다. 교회는 분명 타락한 이 땅에 있지만, 타락한 세상과 질적으로 구분되는 거룩한 실체다. 타락한 세상에 실체로 존재하지만 타락한 세상 사람의 눈에는 결코 그 실체가 보이질 않는 하늘에 속한 신령한 모임이다. 하늘에 속한 그 실체는 타락한 인간의 욕망으로 더럽혀지거나 손상당하거나 가치 절하될 수 없는 그야말로 아버지 하나님 소유의 불성곽이 지배하는 곳이다. 이는 분명 현실 역사 속에 존재하며 그곳에서 여호와 하나님의 통치권을 분명하게 증거한다. 하지만 그 통치권은 오직 현상세계를 초월하는 신적 권능과 속성을 깨닫게 하는 고차원적 식견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달리 말하면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지체인 성도는 이 세상에 살아가지만, 이 세상의 가치로 결코 환원될 수 없는 불성곽이 보호하는 거룩한 신성이 지배하는 신비 자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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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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