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택설(supralapsarianism)과 성경권위 회복

3 찬송하리로다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을 우리에게 주시되 4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5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6 이는 그가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엡 1:3-6)


인용한 본문은 삼위 하나님의 영원한 사역과 창세전 하나님 백성에 대한 선택 그리고 창세전 은혜의 영광에 대한 찬양의 위대함을 담고 있다. 본문에서 보듯이 하나님 백성들의 찬양은 창세전 영원하신 하나님의 사역을 빼고는 결코 성립할 수 없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곧 성부 하나님은 창세전에 그의 아들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 곧 영원한 천국에 속한 신령한 복을 자신의 백성들에게 주셨다. ‘그리스도 안’에서 주신 복은 택한 백성의 경우로 보면 창세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선택받은 사건을 뜻한다. 하나님 아버지가 자기 백성을 선택하는 유일한 조건은 ‘오직 그리스도 안’이다. 하지만 그 조건은 결코 택함을 받은 백성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므로 여기서 성경이 말하는 ‘은혜’의 본질이 성립한다.

창세전 그리스도를 통해 베푸신 하나님의 사랑이 은혜의 유일한 원천이며 하나님 백성에게는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은혜로 받은 하늘에 속한 신령한 복은 사라질 수 없다.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불순종과 대적, 불법과 범죄에 대해서도 창세전 그리스도 안에서 베푸신 은총은 결코 손상당할 수 없다. (하지만 손상당하는지 손상당하지 않는지 그 결정은 전혀 피조물의 소관이 될 수 없다. 다시 하늘에 속한 은혜를 간구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므로 창세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아들로 선택받은 자들은 오직 하나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신다. ‘찬송하게 하시는 것’도 은혜다. 왜냐하면 택한 백성이 드리는 은혜의 영광 찬미가 하나님께 바르게 드리는 찬양인지 그 최종 확정도 전적으로 성령께 속한 열매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창세전 하나님 자녀가 되는 놀라운 진리에서 인간에게 어떤 조건을 찾는다는 것은 전혀 무의미하다. 이 주장을 우리는 전통적으로 전택설(前擇設, supralapsarianism)이라고 한다. 전택설에서 인간의 타락 작정은 이미 그리스도 안에서 선택한 영원한 신적 사역에 지배를 받는다. 이에 대해 후택설(後擇設, infralapsarianism)은 하나님은 창세전 모든 인간의 창조는 작정했지만 선택은 타락 작정 이후에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선택받는 인간의 조건이 인간 자신에게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선택받은 자가 받은 은혜의 영광은 전적으로 하나님께 속한 것은 아니다. 전택설과 후택설 논쟁은 창세전 하나님의 영원한 사역을 두고 벌이는데, 이는 피조물이 창조주의 창세전 섭리를 논하려는 것이므로 출발부터 정당화할 수 없는 면이 있다. 조금 전에 말한 전택설이 하나님의 전적 은혜에 의존하는 교리라고 하더라도 은혜의 영광 찬미 진위 여부를 피조물인 인간이 최종 판단할 수 없다. 창세전 은혜의 영광 찬미로 이어지는 성경적 전택설이 되기 위해서는 오직 보혜사 성령 하나님의 내적 조명과 은총이 지배해야 가능하다.

전택설에 대한 성경 근거를 제시할 수도 있지만, 이하에서는 구약 역사서 자체에서 전택설의 근거로 간단히 제시해 보고자 한다. 창조 후 하나님은 아담에게 창세전 ‘신령한 복’(엡 1:3)을 성취하기 위해 인류 시조 아담의 의지와 상관없이 ‘복’(창 1:28)으로, 전적 은혜로 삼대언약을 수립하신다. 하지만 인류 시조들은 타락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은혜로 주신 복’을 계시하기 위해 아담과 하와에게, 비록 타락한 몸이지만, 자손과 땅과 통치 언약을 보호하며 성취하도록 은총을 베푸신다. 여기서 (창세기 2장 17절 금과령 언약에 근거한) 타락 사건은 창세전 신령한 복을 모두 소멸한 사건이 아니라 창세전에 베푸신 은혜가 정말로 무조건적 은혜임을 깨닫게 하는 창조주의 놀라운 주권성 계시 섭리의 의미가 있다. 즉 창세기 1장 28절의 ‘복’ 즉 하나님의 은혜가 지배하는 자손과 땅과 통치 언약은 창세기 2장 17절의 언약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은혜언약의 본질은 어떤 손상도 받지 않게 하신다는 점이다.

이러한 틀에서 창세전 신령한 복을 계시하는 사례를 이스라엘 역사에서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노아 시대에 모든 인류를 죄악으로 멸하시지만 노아의 여덟 식구를 살려주신 것은 하늘에 속한 은혜가 오직 하나님의 긍휼하심에 있음을 보여준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이어지는 하늘에 속한 신령한 복의 지속적 공급은 그들이 행위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택하심을 따라 가능한 무조건적 은혜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500년 애굽의 종살이에서 생육하고 번성하게 하는 사건도 오직 은혜로 자손 번창의 언약이 성취됨을 보여준 대사건이다. 광야 40년 시련도, 다윗왕 즉위 전 사사 시대의 범죄, 사울왕의 폐위 사건도 모두 창세전 하나님의 신령한 복이 오직 은혜임을 알게 하는 사건이 그 핵심이다. 다윗왕과 솔로몬의 범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국가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나아가 그 두 나라의 멸망에도 다시 바벨론 포로에서 회복하는 놀라운 신적 은총의 사건 어디에서 인간의 노력과 인간의 조건을 운운할 수 있겠는가. 역대기 1장 1절에 ‘아담’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이는 창세기 1장 28절에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에게 ‘복으로’(창 1:28) 주신 자손과 땅과 통치 언약이 오직 하늘에 속한 신령한 복(엡 1:3)에 근거하기 때문에 인간의 범죄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완성된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을 무능력하게 하는 타락 사건을 주권적으로 섭리하셔서 창세전 베푸신 은혜는 오직 삼위 하나님의 영원한 능력의 영광임을 찬양하게 하신다는 것이다.       

오직 성경권위에 근거한 하나님의 은혜가 택한 백성을 인도할 때 전택설은 단지 이론이 아니라 성경적 진리가 될 수 있다. 성경권위 확정의 주관자도 영존하시는 삼위 하나님이며 창세전 영원한 선택의 위대한 은혜도, 바르게 깨달을 수 있는 유일한 원천도, 오직 살았고 운동력 있는 하나님 말씀밖에는 없다. 전택설이 하나님 중심의 신앙으로 열매 맺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 절대 진리 성경의 신적 권위가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