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성경의 절대 권위와 정경 확정의 섭리 과정 (Ⅶ)
8. 특별계시 완성과 모든 문헌의 방편화
성경 계시 기록의 정경성 확정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적 사역이다. 정경의 신적 권위를 소홀히 하면 바른 신학을 수립할 수 없다. 성경의 부분 부분을 발췌하여 성경에 근거한 학문처럼 신학을 구조화하더라도 성경 전체의 동일한 신적 권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 신학은 이내 오류를 드러낸다. 지난 호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성경 계시 전체의 완전성을 부정하면서 마치 권위 있는 신학처럼 보였던 예들을 살펴보았다. 건전하고 권위 있는 신학 이론처럼 주장하지만 성경 진리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라 철학 사상이나 자기 체험의 결과물인 경우도 살펴보았다. 이런 점에서 정경 확증은 바른 신학 성립의 결정적 요건이며 동시에 성경 계시의 완결성(Self-containedness, 양적 충족성)과 완전성(Completeness, 내용·구성의 마무리)과 완벽성(Perfection, 질적 무결성) 완비를 뜻한다. 필자는 이러한 정경 확증의 역사를 하나님의 말씀이 절대주권적으로 섭리하신다는 것을 역사적 사실과 성경 본문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이하에서도 ‘살았고 운동력 있는 하나님 말씀’이 어떻게 정경의 권위를 확립하였는지 초대 교회 그릇된 은사주의에 임한 하나님의 심판과 함께 살피고, 또한 다양한 문학적 장르들을 정경 확증의 도구로 사용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하나님의 특별 계시 기록은 95년경 사도 요한과 함께 종결되었으므로 어떠한 새로운 계시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계 22:18-19)이 사도로부터 초대 교회에서 건전하게 전승된 성경관이다. 그래서 신약 성경의 정경 확정 이후 예언, 환상, 직접 계시 등을 성경 계시와 동등한 권위로 비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사도들의 정경 완성 이후에도 계시의 종결과 완결을 부정하는 몬타누스주의와 이를 받아들인 터툴리안의 주장은 그 자체가 요한계시록 22장 18-19절의 재앙과 심판이 임한 증거다. ‘성령이 아직 말씀하신다’고 주장한 몬타누스주의의 ‘새 예언(Nova Prophetia)’ 주장은 살았고 운동력 있는 하나님 말씀의 심판이다! 현대에도 직접 계시를 주장하는 그릇된 오순절주의나 은사주의는 앞의 계시록 말씀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정경 확정과 함께 말씀 전체를 절대 진리로 확증하여 전수하느냐가 교회의 본질이다. 복음주의의 세계적 흐름이 점점 계시의 직접 체험을 조장하는 은사운동으로 흘러가는 이 시점에서, 초대 교회의 정경 확정의 역사는 교회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그런데 2-3세기 신약성경의 정경 확정 문제는 주로 성경 후반에 집중해 있다. 가령 히브리서에 대해 동방교회는 정경으로 인정했으나 서방교회는 인정하지 않는다. 요한계시록의 경우는 그 반대였다. 서방교회는 처음부터 요한계시록을 정경으로 받아들였으나 동방교회는 그렇지 않았다. 가령 오리겐의 제자였던 알렉산드리아 교회의 주교 디오니시우스(Dionysius of Alexandria, ?–264년경)는 야고보서, 요한 2서와 3서를 정경으로 지지했으나, 베드로후서와 유다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가장 논란이 되었던 책은 베드로후서였다. 이러한 논쟁은 4세기 말 알렉산드리아 감독 아타나시우스(Athanasius)가 367년 부활절 축일 서한에서 신약의 정경은 현재의 27권임을 처음으로 선언하면서 확정된다. 그의 말이다. “정경적인 성경들 외에는 아무것도 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성경이라는 이름으로 읽혀서는 안 된다.” 물론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보혜사 성령 하나님이 은혜와 주권으로 섭리하신다! 가령, 기독교의 로마 국교화(380년)는 세 명의 황제[동로마 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347-395), 서로마 황제 그라티아누스(359-383), 서로마 공동황제 발렌티니아누스 2세(371-392)]가 ‘테살로니카 칙령’[‘로마 제국 내 모든 백성은 가톨릭(보편적) 기독교 신앙을 따를 것’, ‘니케아 신조를 따르는 기독교를 유일한 합법 종교로 인정함’]을 통해 확정했다고 보는 것은 피상적 평가다. 이는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수립하신 약속(행 1:8 참조)의 성취이며 그 주관자는 오직 여호와 하나님이시다.(단 2:20-21; 4:17; 롬 13:1; 요 19:10-11 참조) ‘진리의 기둥과 터인 하나님의 교회’(딤전 3:15)는 바로 성경의 신적 권위가 계시되는 현장이다.
창세전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선택받고 이 지상에서 성령의 인치심에 따라 그리스도의 지체로 부름 받은(엡 1:3-14 참조) 성도가 되었다고 할 때, 이는 창세전 영원한 언약의 말씀이 하나님의 영광과 능력으로 성취되는 신적 계시 사역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어떤 이는 사도로 어떤 이는 선지자로 어떤 이는 복음 전하는 자로 그리고 목사인 교사로’ 세우셨다는 말씀은 교회가 오직 하나님 말씀으로만 존속할 수 있는 생명의 연합체(행 2:42; 엡 4:11-12)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초대 교회 당시 일어났던 기독교의 국교화, 그리고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정경 확정은 전적으로 ‘사람의 지혜가 가르친 말로 아니하고 오직 성령께서 가르치신 것’(고전 2:13)으로만 가능한 역사였다. 오직 성령께서(sola spiritus sanctus) 가르쳐주시므로 오직 성경(sola scriptura)만으로 성경 권위가 확정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약속대로 강림하신 보혜사 성령께서는(요 14:26; 15:26) 사도들을 통해 정경을 완성하였으며 예루살렘부터 세운 교회(행 1:8 참조)의 신실한 진리 감독자를 지속적으로 양육하여 절대진리의 말씀을 전수하게 하셨다. 이렇게 말씀의 정경화에 담긴 참된 의미는 보혜사 성령에 의한 ‘살았고 운동력 있는 하나님 말씀’의 신적 계시 사건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구약이든 신약이든 보혜사 성령 하나님은 말씀 기록 당시 다양한 문학의 장르와 문체 그리고 다양한 수사학(修辭學) 기법을 주권적으로 관리하면서 기록하게 하신다. 가령 구약 첫 다섯 권을 기록하게 할 때 모세가 애굽 사람의 학술을 다 배워 언행에서 능통하게 하셨다.(행 7:22 참조) ‘언약하신 대로 성취하신다’는 하나님의 호칭 ‘여호와’(출 6:2-5; 신 7:9 참조)를 사용할 때 하나님은 고대 근동의 ‘계약’이 갖는 중대한 의미를 도구로 사용한다. 계약서 관련 많은 글들이 성경 기록 당시 보편화하고 있기도 했다. 공직자들이나 친구 상호 간 서신 교환 문헌의 특별한 장르도 있다. (편지 방식은 이스라엘 역사 후대까지 전해진다. 렘 29:1; 에 9:20,29-32; 대하 30:1,6 참조) 그리고 시내산에서 모세가 받은 법처럼 궁중 법전 양식도 문헌학적으로 등장한다. 정치적 현안들에 대한 국가 간 협정서도 등장하는가 하면 왕실의 연보(年譜)와 사건 기록들도 신성한 것으로 보관한다는 정보도 있다. 서사적 기록뿐 아니라 미래 역사를 예견하는 문헌들도 있었다. 그리고 종교와 관련된 시적 문학 장르는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함무라비 법전의 서문과 후기에는 시적 표현들이 나타난다.) 또한 종교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지혜 문학’이나 ‘예언서’들도 고대 바벨론이나 이집트 제국, 가나안과 아람 문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발견된다. 성경 기록 당시 이방 점쟁이나 선견자, 무당은 마치 신처럼 활동하고 있다는 정보들도 있다. (하나님은 거짓 선지자를 심판의 도구로 ‘적극’ 사용하신다. 왕상 22:22 참조)
그리고 욥기와 관련해서, 고대 근동의 지혜 문학 장르는 시문학을 ‘대화체’ 방식으로 구성했다는 사실도 참고할 수 있다. 시편과 관련해서 히브리인들은 시문학을 전개할 때 평행법과 찬양시, 탄식시와 감사시의 수사학적 기법을 주요한 찬양 방법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잠언과 관련해서는 격언과 교훈이 고대 근동의 지혜문학의 대표적 형태임을 보여준다. 또한 선지자들의 예언과 관련해서는 당시 주요 문학적 수사(修辭)였던 오라클(신탁)이나 애가(哀歌) 혹은 비유와 선지자들의 특별한 몸짓이나 행위[가령, 렘 13:1–11(베 띠); 27:2–11(나무 멍에와 줄); 겔 5:1–4(머리털과 수염 깎음); 호 1:2(음란한 여인 고멜과 결혼)]도 있었다. 이처럼 구약 기록 초기부터 기록 완성까지 하나님은 그 시대의 지배적 문학 장르나 문체를 비롯한 수사학까지 ‘철저하게 관리하면서’ 말씀의 신적 권위를 완결하였다(계 22:18-19)고 할 수 있다.
<다음 호에 계속>
<각주>
1) Milton C. Fisher, “신약의 정경”, in The Origin of The Bible, ed. Philip W. Comfort, 김광남 역, 『성경의 기원』, 고양: 엔크리스도, 2010, 111 참조.
2) Fisher, “신약의 정경”, 115.
3) Milton C. Fisher, “성경 시대의 문헌”, in The Origin of The Bible, ed. Philip W. Comfort, 김광남 역, 『성경의 기원』, 고양: 엔크리스도, 2010, 156-159 참조. Milton C. Fisher, “성경 시대의 문헌”, in The Origin of The Bible, ed. Philip W. Comfort, 김광남 역, 『성경의 기원』, 고양: 엔크리스도, 2010, 156-15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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