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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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6-02-11 08:46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성경의 절대 권위와 정경 확정의 섭리 과정(IV)


16. ‘이문(異文)’, 성경 본문의 바른 전승을 위한 하나님의 섭리

성경의 특정 사본 하나만 그대로 필사한 성경이 아니라 여러 사본을 비교·비평해 표준 본문을 확정하여 인쇄한 성경을 ‘비평적 판본(critical edition)’이라고 한다. 오늘날 구약에서는 BHS[베하에스, Biblia Hebraica Stuttgartensia(브블리아 헤브라이카 슈트트가르텐시아), 1967]가, 신약에서는 Nestle–Aland(네슬레–알란트)의 Novum Testamentum Graece(노붐 테스타멘툼 그라이체)가 대표적 비평 판본이다. 이 판본에는 사본 차이를 보여 주는 각주(脚註)도 함께 실려 있다. 이 각주는 비평 판본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 바로 ‘이문(異文, textual variant)’이다. ‘이문’이란 동일한 성경 구절이 서로 다른 사본들에서 다르게 전해진 문구상의 차이를 말한다. 가령 ‘마가복음 16:9–20(긴 결말 문제)’이 있다. 가장 오래된 주요 사본들(시내 사본, 바티칸 사본)에서 마가복음은 16:8에서 끝난다. 하지만 후대 사본에는 16장 9–20절의 ‘긴 결말’이 추가된다. 이것을 이문 유형이라고 한다.

또한 요한복음 7:53–8:11(간음한 여인 이야기)도 이문이 있다. 많은 초기 사본에는 해당 본문이 없으며 그 배치된 위치도 사본마다 각각 다르다. (요한복음 7장 끝에 두는가 하면, 요한복음 21장 뒤에 두기도 한다. 혹은 누가복음의 장과 장이나 절과 절 사이에 놓기도 한다.) 본문 비평가들에 의하면 이러한 전승은 초대 교회에 널리 알려졌다. 이 이문에 대해 필사자들은 정경의 권위에 대한 신앙은 확고했으며 다만 필사자가 ‘어디엔가’ 넣어야만 하지만 그 위치를 확정할 수 없었던 경우에 직면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성경 본문의 고정된 위치를 확정하지 못하는 본문 유동의 전승도 본문 비평 역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본문 비평에서 ‘이문’은 오류의 증거가 아니라 정본(正本)을 찾기 위한 비교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원래 본문(autograph)을 재구성하기 위한 유일한 근거이기도 하다. 그리고 비평적 판본의 각주(apparatus)는 이문의 지도(map)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각주에는 해당 성경 본문에 관련된 모든 주요 이문들이 어디에 무엇이 얼마큼 다른지 한눈에 보여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음서의 이문들은 성경 정본(正本) 확정과 관련해서 볼 때 성경 권위 확정의 위기 사례가 아니라 모범 사례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정본이 어떻게 책임 있게 형성될 수 있는지 검증 가능한 절차적 방식으로 보여 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다음과 같은 불안한 질문들을 오히려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사본마다 다르면 성경은 불확실한 것 아닌가?’ ‘어느 것이 하나님의 말씀인가?’ 그런데 이러한 의구심에는 ‘정본=단 하나의 완벽한 사본’(물론 성경의 원본은 오직 하나다!)이라는 불안한 전제가 놓여 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정본은 그렇게 형성된 적이 없다.

그래서 이문의 발견은 오히려 성경 권위를 하나님께서 지키고 보호하신다는 ‘증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이문의 다양성은 정확무오한 말씀 전수의 불안함과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분명히 역사 속에서 보존되고 있다는 흔적이다. 가령 복음서는 사본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지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고 시기로 보면 매우 이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자료의 다양성과 차이는 말씀 전승의 실패가 아니라 전승의 개방성을 입증한다. 왜냐하면 성경권위가 은폐나 강요의 과정이 아니라 말씀 진리에 관심 있는 자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는 ‘공적 검증대’ 위에 서 있음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이문은 오히려 성경 권위를 더 견고하게 지켜주는 절차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문의 공개성이다. 가령 비평적 판본인 ‘노붐 테스타멘툼 그라이체(Novum Testamentum Graece)’는 주요 이문을 각주(apparatus)에 공개한다. 은폐하거나 선택적으로 편집하거나 인간적인 어떤 권위로 강요하지 않는다. 하나님 여호와의 계시 보존 섭리의 관점에서 보면 투명한 이문 공개는 진리 발견과 인식이 전적으로 신적 주권과 은혜에 속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이문은 정본 형성의 ‘검증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개방한다고 할 수 있다. ‘교회가 정했으니 따르라’가 아니라 진리를 배우고자 하는 누구든지 각주를 보고 사본의 증거를 확인하고 나아가 판단 기준을 적용하여 선택 가능성의 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신적 권위 확정은 반드시 검증 가능한 정본 확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 결과 다양한 이문들이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성경의 신적 권위에 대해서는 결코 흔들림 없는 확신을 줄 수 있다. 복음서에 보면 주요 이문들이 있다. 단어와 어순 면에서, 문장 보충과 전승 확장이 그 예들이다. ‘전승 확장(傳承 擴張, expansion of tradition)’이란 원래 전해지던 설명들이 필사 과정에서 본문 안으로 점차 편입되는 현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을 본문 비평에서 성경 권위 ‘훼손’이나 ‘오류’라고 하지 않는다. 이유는 이는 ‘무작위의 덧붙임’이 아니라 잘 알려진 전승 내용을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설명을 보충하고 다른 본문과 조화를 위해 본문을 확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 본성의 정체, 십자가, 부활과 같은 핵심 교리와 관련해 다수의 본문과 다양한 전승이 있으므로 중층적으로 말씀의 권위를 증언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본의 안정성이 그만큼 강화된다는 말이다. 나아가 ‘이문’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본문에 책임 있게 참여해 왔음을 보여 준다. 정본은 하늘에서 떨어진 텍스트도 아니며 소수 엘리트가 은밀하게 결정한 것도 아니다. 전승의 개방성을 통해 우리는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말씀의 권위를 단 하나의 완벽한 문자적이며 물질적인 텍스트 방식으로 묶지 않으시고 교회의 다중적이며 다층적인 증언과 역사적 검증 절차를 통해 섭리하고 계심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본문 비평 작업도 우연이란 없으며 철저히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가 주관한다. 보혜사 성령 하나님은 교회 역사를 통해 매우 다양한 이문 사용으로 사본을 비교하게 하면서 철저하게 말씀의 신적 권위를 세우신다. (이러한 비평 문제는 성경 전체의 주제를 확정한 후 복음서 전체의 논리적 일관성과 구조적 통일성의 문제를 해결할 때 해명된다고 본다. 필자는 본문 비평에 대한 여러 경우들을 소개한 후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복음서의 구조에 나타난 신적 계시의 권위를 다룰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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