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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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9-28 19:16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2017 한국 장로교 총회, 중세몰락의 재현인가


9월 말은 한국 장로교 대표적 교단들의 총회가 모두 개최된다. 통합과 합동 그리고 기장은 102회를 맞이했고 고신은 67회 총회를 마쳤다. 종교개혁 500주년의 뜻깊은 해를 맞이한다고 생각해 보면, 올해 장로교 총회들이 무엇을 핵심 사안으로 다루며, 어디에 얼마만큼의 예산을 집행할 계획을 수립하는지는 지대한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종교개혁 정신을 총회 차원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계승하고 발전시키며 또한 부패하는 한국 교회의 개혁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와 대책에는 더 큰 아쉬움과 절망감을 남겼다.

통합은 동성애 원천 차단이 총회 핵심 사안이 되었다. 합동은 동성애와 네오마르크시즘과  같은 사상에 대해 ‘개혁주의’를 ‘사상화(思想化)’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경처럼 시대의 사상을 평가하고 심판하는 척도로서 개혁주의를 제도화·법제화해야 한다는 말로 읽힌다. 앞의 두 사안이 종교개혁의 핵심인 ‘오직 성경만’이라는 원리의 회복에 버금가는 사안인지 우선 깊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성경권위에 대한 신학적이며 이론적인 단단한 뒷받침을 할 수 없다면, 어떤 실천 운동도 오래갈 수 없으며 정당성도 금방 사라진다. 나아가 설득력 있는 명확한 성경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규범화하거나 법제화하면 소위 ‘마녀사냥’이라는 종교재판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된다. 한국 정치인들의 동성애 논의와 교계가 뒤엉키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성경적이며 신학적인 명쾌한 논의 없이 총회 결정으로 서둘러 법을 제정한다면, 공포 즉시 일시적 단속은 될지 몰라도 본질적인 문제 상황은 더 악화할 뿐이다. 이 모든 현재의 상황은 세속의 모든 거짓을 타파할 수 있는 성경 진리에 토대를 둔 확고한 신학이 없는 상태에서 세속주의와 펼치는 영적 전쟁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속 문화를 단속만하고 배제할 줄만 알았지 설득력 있는 성경적이며 개혁주의적 입장을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한 결과, 우리는 장로교를 정치체제로 받아들였던 네덜란드 교회의 급속한 몰락을 잘 알고 있다.  현재 한국 교회가 벌이는 개혁운동이나 세속문화와의 전쟁이 얼마나 취약한지 무엇을 우선 정립해야 하는지 네덜란드 교회의 몰락 과정은 경고가 되고도 남는다. 지금 한국 사회의 뜨거운 쟁점인 동성애 문제와 관련해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동성애를 법적으로 허용한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법적 허용이 겁나거나 우려되기보다 그러는 사이에 동성애에 대한 성경적 입장을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의 핵심이다.

차세대 한국 교회의 산실(産室)인 교회학교는 그야말로 급락하고 있다. 고학년이 될수록 교회학교 학생들은 성경도 보지 않고 교회에도 나가지 않는다. 고신 측은 이번 67회 총회에서 교인이 3명 이상 자녀를 낳으면 총회에서 감사장을 줘야한다는 안건이 나왔다. 조금은 어이가 없다. 애를 낳아 숫자를 늘리면 기독교 진리가 보존되고 전승된다는 말인가? 교회와 신학교에서 제대로 성경권위를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을 통절하게 반성하지 않고 애를 적게 낳는 성도와 가족들을 교회학교 몰락의 탓으로 삼는 듯하여 반감이 먼저 생긴다. 나름대로 장로교 전통의 자존심을 가지고 교회학교 운영에 관심을 가졌다는 고신 측의 올해 보고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지난 10년간 주일학교 인원이 30%가 감소했다. 동성애와 같은 사상과 관련해서 보면 교회학교가 고학년이 되는 학생들에게 사회의 심각한 문제들에 대해 성경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고신 측 총회교육원 보고에 따르면, 2015년 유아·유치부 19,040명, 유·초등부 36,583명, 중·고등부 30,311명, 대학·청년부 25,779명이었다. 이는 2006년보다 각각 28·44·19·11% 감소한 수치였다.

이러한 감소의 원인은 무엇일까? 보고자의 주장에 따르면 교회학교 학교장인 담임 목사의 무관심과 기독교 교육철학의 부재를 교회학교 축소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 말은 담임 목사의 관심은 자신이 재직하는 동안 성경 진리를 보수하여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이 교회 이상이 아니라, 교회번영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자신의 미래를 보장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는 입시 지옥의 늪에서 차세대 귀한 주의 자녀들은 성경 진리로 양육하겠다는 데는 거의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주일학교 담당 교역자나 교사들도 과거 생각에 머물러 있고 담임 목사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소신껏 교회학교를 운영할 수 없는 것이 고신 측의 상황이다. 동성애를 비롯한 혼돈스러운 세속의 가치들과 화려한 미디어의 유혹이 홍수처럼 밀려오는 이 세대에 교회 부흥으로 자기 영달만을 추구하는 목회자에게 차세대의 생존이야 무슨 상관이겠는가? 고신 총회교육원의 보고자는 고신의 경우 한 주간에 성경공부 시간은 10~20분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목회하는 담임목사라면 그야말로 교회학교의 종말은 이미 와 있다는 참담한 결론에 이른다. 그 관계자는 이렇게 강조한다.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열린 자세가 없다면 교회학교의 성장은 곧 멈추고 말 것이다.” 이러한 몰락의 징후는 점점 보편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꽤나 걱정하는 듯 법이나 제도만을 앞세우면 문제가 해결되는 듯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개혁파 한국 장로교회, 역설적으로 종교개혁의 정신을 배반하는 중세몰락의 길을 반복하는 듯하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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