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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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12-20 20:57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북미 기독교의 인디언 선교 한계, 한국 교회가 그 대안이길


2022년 12월 초 미국장로교회(PCUSA) 인디언(다코타)노회 유일한 ‘비인디언’ 목사 안맹호 선교사가 한국의 한 기독언론사(‘뉴스앤조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인터뷰를 보면 북미 교회들이 직면한 인디언 선교의 몫이 한국 교회로 점점 다가온다는 판단을 내린다. 하지만 한국 교회의 선교 전략도 그동안 현지인들에게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했기 때문에 안 목사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왜냐하면 현재 인디언들은 과거 500여 년 동안 북미 정복자들이 전해준 기독교를, 종파와 교단을 무론하고, 모두 약탈과 살인 그리고 추방의 도구로 사용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디언들에 대한 수백 년 동안의 온갖 만행으로 북미에서 그들이 어떤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오늘날, UN은 500여 년이 지난 2007년 9월 13일 제61차 총회에서 ‘원주민 인권선언’을 채택했다. 전체 회원국들은 다 찬성했으나 가장 큰 피해를 입힌 당사국들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네 나라는 선언서 채택에 처음에는 반대했다. 하지만 세계 여론의 뭇매를 맞자 2년 뒤 2009년 호주와 뉴질랜드가 서명하고 이듬해 캐나다가 서명했다. 그리고 집단 학살과 강제 추방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힌 미국은 2011년 마지막으로 서명했다. 하지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9년 12월 9일에 서명한 ‘미국 원주민에 대한 사과결의문’ 법안에는 과거 인디언들에게 행한 만행에 대해 면책조항을 삽입해 현재 진행 중인 인디언 원주민의 대정부 소송에서는 그 법안을 인디언에게 유리한 근거로 쓸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사과의 진정성이 어디까지냐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최대 명절은 추수감사절(Thanksgiving)이다. 1620년 신앙의 자유를 찾아 대서양을 건넌 메이플라워호가 플리머스에 도착했다. 굶어 죽어 가는 102명의 유럽 난민을 인디언들이 양식을 제공하고 옥수수 농법과 어업 기술도 전해주는가 하면 몸의 필수 영양소 비타민 공급원 메이플 시럽 제조 기술도 알려준다. 인디언의 도움으로 북미에 정착할 수 있었던 북미의 선조들이 고마움을 전하고자 만든 기념일이 추수감사절이다. 그런데 추수감사절 기간 샌프란시스코 앨커트래즈섬에서는 ‘반(反)추수감사절(Unthanksgiving Day)’ 행사가 열린다. ‘추수강탈절(Thankstaking Day)’ 행사로 불리는 이 행사는 인디언부족연맹(Indians of All Tribes)이 1969년 11월 20일부터 1971년 6월 11일까지 이 섬을 점거하여 조상들에 대한 추모와 역사적 사실 규명 그리고 미연방 정부의 진정한 사과 그리고 인디언에게 불리한 각종 불평등한 법과 제도들을 비판하면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과거를 회고하면서 1620년 그때 102명의 난민에게 먹을 것과 옥수수 씨앗을 주지 말았어야 한다고 후회하며 매년 ‘추수강탈절’로 그 울분을 달랜다. 당시 청교도를 도왔던 왐파노아그족은 1977년부터 매년 11월이 오면 플리머스시에서 ‘죽음에 처했던 백인들을 도운 대가가 오히려 학살이었다. 오늘날의 추수감사절은 잘못된 명절이다’며 한 맺힌 시위를 벌인다. 미국 개척자들의 총질과 칼부림에 죽어갔던 뱃속 태아부터 노인에 이르는 집단 학살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절규한다. 긍휼의 옥수수 씨앗이 무자비한 재앙의 씨앗이 되어 돌아온 인디언의 지난 비극의 역사는 종결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다.

1492년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했을 당시 인디언(콜럼버스는 그 땅을 인도라고 알았으며 그곳 원주민들을 인디언이라고 불렀음)의 정확한 수는 알 수는 없다. 약 400만~2000만 명으로 예측한다. 베링해를 건너온 몽고족 후예들로 추산되는 인디언들은 백인들의 이주와 인디언 학살과 추방, 그리고 천연두와 홍역, 장티푸스, 독감 등 전염병으로 25만 명까지 줄어들었다. 천연두 등 전염병으로 숨진 미군 병사들의 담요를 추위에 떠는 원주민에게 선물로 주는 사악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던 결과 인디언 정복은 마무리되었고 현재 미국 인구 1.7% 정도로 600여 개 부족 240만 명 정도가 미 전역의 300개 인디언 보호구역이나 도시에 흩어져 살고 있다. 불모지의 땅 사막에 가장 큰 보호구역이 있다. 나바호족 거주지인데 약 25만 명이 살고 있다. 마을 대부분에는 전기, 수도, 가스, 전화 등이 없다. 생존권 박탈로 육체적 정신적 고통, 절망, 좌절, 무기력과 허탈의 악순환이 진행 중이다. 음주와 마약, 성범죄로 자신을 학대하고 자살로 마지막 길을 찾는 젊은이들이 점점 증가한다. 현재 인디언 청소년 자살률이 다른 미국 청소년들의 12배다. 이들이 자살하면서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다른 곳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다!’

그런데 인디언들에게 더 큰 고통은 서구 기독교인들에 대한 실망감이나 절망감을 넘어 점점 증폭되는 반감이다. 가톨릭, 성공회, 청교도, 감리교, 침례교 등 백인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믿게 하고 마치 형제처럼 접근했지만, 그의 조상을 모두 죽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디언들은 지금도 말한다. ‘백인을 믿지 마라. 교회와 선교사를 믿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있다고 한다. 1864년 어린아이와 부녀자 133명 집단 학살(샌드크리크 대학살)을 지휘한 시빙턴 대령은 감리교 목사 출신이다. 그는 학살을 명령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인디언을 제거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과거 자신들의 조상인 백인 기독교도들의 인디언에 대한 만행에 대해 사과 성명과 대책 마련이 현재 진행 중이다. 2009년 미국 성공회를 시작으로 2012년 연합감리교회(UMC), 2016년 루터교회, PCUSA, 캐나다연합교회(UCC), 북미주개혁교회(CRC) 등이 사과 성명에 참여했다. 성공회 본부는 뒤늦게 2021년 성명서를 발표하고 유감을 표했다. 2022년 올해 7월 미국에서 가장 크고 보수적인 교단인 남침례회가 원주민을 학대했던 역사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같은 달 로마 가톨릭 교황은 캐나다를 방문하여 가톨릭이 저지른 만행을 참회한다는 취지로 기숙학교 출신 생존자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이러한 북미 전체 종교 단체의 사죄에도 불구하고 인디언들에 대한 선교는 더 큰 숙제를 안겨준다고 본다. 원주민들에게 백인들이 전하는 기독교는 한계에 도달했다. 인디언을 학살하고 추방하고 후예들까지 짓밟은 가톨릭, 성공회,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등 북미의 후예들이 인디언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형제처럼 접근해 약탈로 끝난 지난 수백 년의 역사를 인디언들이 이제는 거의 모두 알기 때문이다. 복음을 듣고 싶어도 백인들에게는 소개받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한국 교회가 한 대안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한국 교회 선교 방식 또한 신뢰하기 힘든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인(紅人)인 인디언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대안은 한국 교회라는 생각이 사명감처럼 몰려온다. 앞서 소개한 안맹호 선교사와 같은 한국의 선교사들이 이제는 오직 진리의 말씀만 성실하고 순수하게 전하는 인디언 선교의 문이 활짝 열리길 기도한다.

우리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자나 다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또 다 한 성령을 마시게 하셨느니라(고전 12:13); 거기는 헬라 인과 유대인이나 할례당과 무할례당이나 야인이나 스구디아 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 분별이 있을 수 없나니 오직 그리스도는 만유시요 만유 안에 계시니라(골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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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기숙학교’ 비극, 북미 범기독교계의 범죄와 그 대안을 찾아야
세계 문화 예술에 스며드는 K-POP을 보는 신앙인의 소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