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결하고 폭행당한 선생님들, 우리의 소중한 피붙이입니다
지난 7월 18일 서울서이초등학교 초등 1학년 담임 선생님 한 분이 교내 교보재 준비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내에서 발생한 사건으로는 처음 있는 사건이며 선생님으로서 첫 근무지에서 일어난 비극이라 더 큰 안타까움과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사인이 개인에게 있다는 조사를 발표했지만, 선생님의 주변 사람들은 학교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악의적 민원과 갑질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선생님 유족들은 ‘학부모 마찰 여부’에 대해 수사해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한 상황이다.
해당 학교 교장은 학부모회가 검토한 입장문을 냈다. 그런데 수정 전과 수정 후의 달라진 입장문 내용으로 인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수정 전 입장문에서 세 군데 바뀐 입장문으로 공개되었는데, 수정 전후 입장문을 살펴보자.
1. ‘다섯째. 해당 학급에서 발생했다고 알려진 사안은 학교의 지원하에 다음 날 마무리되었습니다.’ 2. ‘또한 저희 서이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충격에 대해 적극 지원하고자 합니다. 필요한 경우, 전교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찾아 적극 지원하고자 하며, 관련 상황을 면밀히 파악한 후 다시 안내 드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3. ‘서이초등학교의 모든 교직원은 학교의 교육활동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서이교육가족 모두와 함께 이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자 합니다.’
수정 후 입장문에서는 1번의 다섯째 내용은 삭제했다. 여기서 의혹을 더하는 것은 ‘해당 학급에서 발생했다고 알려진 사안’이 무엇이며 다음 날 무엇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느냐가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2번 사항은 모두 삭제했다. 특히 ‘전교생 대상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관련 상황을 면밀히 파악한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을 학부모회가 검토한 후 삭제한 것이다. 이 부분도 의혹을 키운다.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의 증언이 돌아가신 선생님의 사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삭제한 것이다. 학부모 조사는 아예 빠져 있다. 그리고 3번은 이렇게 바뀌었다. ‘서이초등학교의 모든 교직원은 고인의 사인이 정확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학교가 지원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2번과 연관 짓는다면 경찰 수사는 학부모들의 갑질이나 학생들의 증언은 손대지 말고 다만 교사와 교직원만 수사에 협조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조사해서 의문을 풀어야 할 부분인 학부모의 악의적 민원이나 갑질 조사를 뺀 것은 불공정한 수사를 주문한 셈이다. 물론 조사와 수사의 대상과 범위는 수사 기관이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다. 과연 돌아가신 선생님의 소중한 생명과 인권을 대변하여 혹여 억울하고 견디기 힘들었던 인권 침해나 학부모들의 악의적 민원이 있었는지 소상하게 밝힐 수 있을지는, 과거의 관행으로 볼 때, 의심스럽다. 그래서 슬프다.
고인의 사촌오빠라고 밝힌 유족 측에 의하면 돌아가신 선생님의 일기장에는 갑질에 대한 내용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세상에 알리지 말라고 압력을 받았다고 한다. 곧 교사가 교내에서 사망한 사건이라 학교 내 학부모들과 교육청, 윗선까지 주시하고 있어 괜한 이슈를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기장을 찍어 공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유족 측에 대한 이러한 압력은 죽은 선생님의 존엄과 명예보다는 이 사건을 빨리 덮어버리고 싶은 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서이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전현직 교사들에 대한 학부모 갑질 등 피해 사례를 익명의 제보자들을 통해 취합하여 발표했다. 1. 서이초는 학부모 민원이 너무 많았으며 많은 수가 법조인의 민원이었다. (즉 교사들이 맞대응을 해 봤자 법적으로 이길 수 없는 상황이다.) 2. 고인의 학급에 공격적인 학생이 있었으며 그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있었다. 3. 그 일로 가해/피해자의 학부모가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했다. (돌아가신 선생님 전화기 내용을 확인하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수사 기관은 이 부분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만약 선생님에게 학부모가 피해를 준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법리적으로 유족 측이 맞대응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정순신 아들의 학폭 사례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4. ‘선생님 때문이야’라고 수업 시간에 소리를 지르는 학생이 있었다. 고인은 출근할 때 그 학생의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고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5. 가해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고인에게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고 발언했다. 6. 고인은 성실했고 작년보다 10배 힘들다고 토로했다. 7. 학교에서 모든 교사에게 함구를 지시했다.
선생님의 자결 사건으로 교권붕괴의 참화가 전국을 휩쓸 때, 지난 6월 30일에 발생한 선생님의 존엄이 짓밟힌 사건과 이에 대한 교권보호위원회 처리가 지난 21일 또 다른 톱뉴스로 올라왔다. 정서장애 학생으로 알려진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교실에서 선생님을 무자비하게 폭행한 사건이었다. 교권보호위원회는 폭행 학생에 대해 내릴 수 있는 최고 처벌인 ‘강제전학’과 특별교육 12시간, 해당 학부모에 대해서는 특별교육 5시간 징계를 내렸다. 무차별 폭행을 당한 선생님은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으며 해당 피해 선생님을 위해서는 특별휴가와 심리 상담 지원 및 치료와 요양, 소송비 지원과 필요시 비정기 전보 신청 그리고 수사기관 고발요청서 신청도 의결되었다. 선생님의 수업 지도를 거부하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었던 학생은 심한 욕설과 함께 선생님의 얼굴과 신체를 수십 차례 폭행했다. 돌아가신 선생님 못지않게 교사로서 느꼈을 심한 모욕과 굴욕을 극복하고 교육 현장으로 반드시 복귀하시길 간절히 바란다.
현재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생활지도법이나 교권보호위원회 활동은 유명무실하다는 것이 선생님들의 중론이다. 모든 교육의 목표를 대학 입시에 맞추기 때문에 입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등학교 교권이 보호받는(?) 비중에 비해, 입시 논리로 볼 때, 초등학교 교사로서 보호받아야 할 마땅한 지위와 가치는 등한시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아동학대방지법이 최고 상위법으로 군림한다. 이 법으로 걸면 걸려들지 않을 선생님의 지도가 거의 없다고 한다. 수십 차례 폭행당한 선생님이 자기 보호를 하기 위해 폭행하는 학생 몸에 자칫 손이라도 대면 바로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거나 처벌받는다. 참으로 미개한 나라의 아동학대방지법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잠자는 학생을 깨우는 것도 성추행으로 고발당할 수 있다. 학생에게 화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의 잘못에 대해 훈계하는 말이나 표정을 지어도 영락없는 아동학대로 고소당할 수 있다. 고약한 악법으로 초등학교 교실에서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 어떤 교감 선생님의 한탄이다. ‘초등학교 교무실이 욕받이가 되어가고 있다.’ 슬프다. 너무 슬픈 교실이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본을 보여 당신의 제자들을 끝까지 사랑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는 단지 이상이고 관념일까? 수백만 기독교인들에게도 ‘참교육’ 실현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한 이번 비극을 보면,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가 함께 합력할 수 없다면 교육은 결국 실패한다는 사실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제자 사랑’의 은총이 교회에서는 물론이며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자녀와 부모와 선생님의 상호 존중의 코이노니아로 실현되길 기도한다.
14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기는 것이 옳으니라 15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요 13: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