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자의 성경권위,‘신학 공개토론에서 오직 성경적 근거만 제시하라!’
종교개혁 506주년이 돌아왔다. 1517년 10월 31일 신학자이자 수사였던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교회 문에 로마 교황청을 상대로 95개 반박 논제를 공시했다. 로마 가톨릭의 부패는 물론 면죄부 판매의 불법성 나아가 구원에 대한 로마 가톨릭의 비성경적 허구를 폭로했다. 이렇게 일반인들에게 성경에 근거한 기독교의 바른 진리가 무엇인지 드러나면서 독일을 비롯해 유럽 전역에 종교개혁의 불꽃이 타올랐다. 우리가 알고 있는 종교개혁의 삼원리 즉 성경권위, 만인제사장 그리고 이신득의는 무엇보다 성경권위로 환원된다고 본다. 즉 성경이 절대진리로서 신적 권위를 지닌 말씀이므로 그 성경에 만인제사장 원리나 이신득의 사상을 전폭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그런데 종교개혁 당시에 개혁자들과 로마 가톨릭의 공개토론회를 보면 성경권위를 개혁자들이 어떻게 준수해 갔는지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스위스 종교개혁 과정을 보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1517년도처럼 우리가 기억해야 할 종교개혁 당시 공개토론회가 있다. 1523년 1월 말 스위스 취리히에서 개혁자 츠빙글리는 주 의회를 통해 로마 가톨릭에 공개토론회를 제안한다. 당시 그가 의회에 제안한 공개토론의 대원칙이 있다. 바로 오직 성경권위에 호소하자는 것이며 그래서 주장의 근거를 성경에서만 제시하자고 한다. “성경이 유일한 믿음의 규칙이기에 성경만을 근거로 토론해야 한다.” 이러한 츠빙글리의 제안은 이후 스위스 종교개혁이 일어난 모든 곳에서 토론의 모델이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성경권위 즉 주장에 대한 성경 근거 제시는 종교개혁 3백 년 이전인 13세기(1206년)에 프랑스 몽레알 토론회에서 시작했다. 즉 로마 가톨릭의 불법과 비진리에 대항하는 개혁자들이 성경에만 근거를 둔 토론회를 제안한 바 있다. ‘신앙의 유일한 기준인 성경을 근거로 대답하되,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진영은 패배한 것으로 간주한다.’ 당시 이러한 공개토론을 주도했던 개혁자 기욤 파렐은 토론을 방해하는 인문주의자들과 로마 가톨릭 세력에 대해 성경권위에만 호소하는 단 마디 명제를 강조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충분하다!’ 당시 개혁자들은 토론회에서 패하면 바로 매질과 고문 그리고 화형장의 제물이 되는 신세였다. 패하지 않더라도 로마 가톨릭 세력들은 토론회를 무산시키고자 온갖 음모와 대중 선동을 일삼았다. 이러한 환경에서 개혁자들은 더욱 성경권위에만 의존했다.
이러한 예는 1528년 스위스의 또 다른 도시 베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스위스 개혁자들이 다수 참석한 신학 공개토론회였다. 베른의 베르히톨드 할러, 취리히의 츠빙글리, 바젤의 외콜람파디우스, 스트라스부르의 카피통 그리고 전도자 기욤 파렐과 동역자들이 참석했다. 로마 가톨릭 측에서는 약 350명이 참석했다. 당시 베른 의회는 토론 규칙을 낭독하면서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 규칙은 바로 ‘성경에서 발췌하지 않는 그 어떤 내용도 채택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교부들의 글이나 각종 기도서나 외경 등은 배제했다. 근거로 제시한 해석도 다른 성경 본문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 로마 가톨릭 사제들이나 수도사들이 교황과 교회 권위를 주장하면 개혁자들은 성경의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성경에서도 도무지 로마 가톨릭 주장의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마태복음 16장 18절에 베드로가 천국 열쇠를 받았고 그 열쇠를 그다음 교황에게 물려줬다는 주장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성경진리로 단단히 무장한 개혁자들의 질의와 답변은 시간을 더할수록 성경권위에 의존했다. 이 신학 공개토론회는 개혁주의 진영의 일방적 승리로 종료되었다.
이로써 볼 때 우리 한국 교회와 교계 그리고 신학계가 회복해야 할 성경권위의 실제가 드러난다. 즉 신학 토론회는 성도들이 원하면 공개적으로 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과거 종교개혁자들처럼 오직 성경에 근거한 진리와 신학 토론의 문화가 살아나야 한다. 한국 교회가 종교개혁의 근본 원리인 성경권위를 수용하고자 한다면, 신학회는 물론 교인 총회인 공동의회, 당회, 노회 나아가 총회에도 성경권위가 부활하고 성경적 근거로 의견의 일치를 보는 운동이 다시 일어나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장로교 초기의 총회는 성경권위가 총회를 이끌어 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성경권위는 단지 구호에 머물러 버렸고 전통과 목회자들이 만든 법들이 성경권위를 덮기 시작했다. 과거 장로교 우리 선배들의 총회에서 ‘성경이요!’라는 근거 제시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힘을 잃었다. 총회에 상정한 모든 결의 사안에 대한 결정은 반드시 성경적 근거를 그 원천으로 우선 제시해야 할 것이다. 온갖 불법이 난무하면서 세간에도 질타받는 많은 장로교 총회가 성경권위에 굴복하는 건전한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되길 간절히 소원한다. 성경권위를 훼손하는 노회와 총회라면, 그 모임에서 하나님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를 아무리 찾더라도 그 자리는 살았고 운동력 있는 말씀에 의한 심판 현장임에 틀림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