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총회의 사명을 망각게 하는 교회 세습의 ‘꿀단지’
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잡으며 민망한 잡음 속에 시작한 예장통합 108회 총회가 그 명성교회에서 열렸다. 총회 전 세습금지법을 사실상 폐지하겠다는 헌법 개정안이 올라와 세간에도 큰 관심을 자아냈다. 예장통합 헌법 28조 6항 그 개정안(목회지 대물림 금지 규정의 개선)은 은퇴하는 목회자의 직계비속 및 배우자도 청빙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회원 2/3 이상의 찬성과 공동의회 출석 회원 3/4 이상 찬성’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목사의 인사권이 지배적인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당회나 공동의회는 세습 반대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목회지 대물림 금지법을 원천 무효화하겠다는 이러한 시도에 대해 총회 헌법위원회는 1년 더 연구하겠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와 함께 금년 총회에는 세습금지법 무효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세습금지법은 지난 10년 전 2013년 명성교회에서 열린 98회 총회에서 제정했다. 제정 당시 1,033명 중 870명이 찬성했을 만큼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해부터 이 법을 폐지하거나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2015년 100회와 2016년 101회 총회 두 번을 제외하고 매년 세습금지법 개정안이 올라왔다. 2018년 103회 총회에서 헌법위원회는 전임 목사가 은퇴한 지 5년이 지나면 세습이 가능하도록 헌법 개정을 시도했다. 당시 총대들은 세습을 장려하는 조치라며 반대해 개정안은 무산됐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2017년 세습금지법을 무효화하는 사건인 명성교회 부자 세습 사태가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총회는 다시 세습금지법 개정을 시도하며 세습금지법 무효화를 시도하고 있다. 2021년 106회 총회 전에는 ‘담임목사가 은퇴한 후 5년이 지나면 영향력이 현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매우 빈약한 근거를 들어 담임목사 은퇴 5년 후라면 담임목사의 자녀·사위 등을 청빙할 수 있다는 개정안 사정을 시도했다. 2022년 107회 총회에서는 진주남노회가 세습금지법을 삭제하자는 헌의안을 올렸다. 당시 진주남노회장 김충곤 목사는 ‘구약성경에서 제사장도 대를 이어서 하는데, 이건 대물림이 아니라 승계다. 아론의 자녀만 제사장이 될 수 있었다’(2022년 4월 22일자 뉴스앤조이 인터뷰 기사 참조)는 납득하기 어려운 성경 해석을 근거로 세습금지법 폐지를 시도했다. 이렇게 예장통합 내에는 지난 10년간 거의 매년 세습금지법을 무효화하겠다는 시도가 이어졌다. 기회가 오면 언제라도 세습금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의도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2023년 108회 총회에서 다시 세습금지법 폐지를 시도했다. 하지만 교계 내외적으로 쏟아지는 비판과 질타가 부담이어서일까 또 1년 보류했다. 언제라도 기회가 온다면 목회지 대물림을 총회 이름으로 합법화(?)하여 재산 대물림을 확고히 하고 현재 비난 받는 명성교회의 짐도 덜게 해주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이러한 총회에 대해 같은 교단 내에서 비판하는 성명서도 잇따랐다. 명성교회 세습을 막고자 분투했던 전 서울동남노회장 김수원 목사(태봉교회)는 지난 9월 13일 당회 이름으로 교회 불법 세습과 총회 결정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부자 세습 반대에 맞서다 여러 고초를 겪은 것으로 알려진 김수원 목사는 “제가 섬기는 태봉교회 당회는 기도 가운데 교단의 현 상황을 심각한 위기라 판단했다”며 현 상황을 ‘특정 교권 세력이 교단을 농단하는 참담한 상황’으로 본다며 교단에서 벌어지는 온갖 추태와 부패가 나아지기는커녕 더 참담한 농단 상황으로 전개된다며 질타했다. 다시 한번 “명성교회 세습이 진정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느냐”고 물음을 제기하면서 과거 일제강점기에 “총회의 신사참배가 그랬던 것처럼 명성 세습도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묻히거나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현 총회장이 ‘치유와 화해’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 도대체 누가 누구를 용서해야 하느냐며 범죄한 자가 뉘우치고 용서를 구해야 화해가 되고 치유가 가능한 것이지, 불법에 대해 정당한 비판을 한 형제들에게 더 이상 불법을 문제 삼지 말고 화해하자는 것은 화해의 왜곡임을 비판했다. 그리고 총대들에게 다시 호소했다. “총대분들에게 호소한다. 교권주의자들의 전횡을 막고 교단의 법치 회복과 세습금지법의 유지를 위해 힘써달라”며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총대로 보내신 것이 이 일을 위함이 아니겠느냐. 시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사람의 일보다 하나님의 일을 먼저 생각하는 총대가 되어주길 간곡히 호소”했다.
그런가 하면 예장통합 제108회 총회 대책모임(이하 대책모임)도 지난 9월 20일 김의식 총회장을 비판하는 성명을 긴급하게 발표했다. 대책모임은 김의식 총회장의 설교와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총회장의 극단적 개교회 주의, 목회 세습을 비본질의 문제로 바라본 관점, 세상 법정의 판결로 세습을 옹호한 점,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주님의 지상 명령을 곡해한 것, 개교회의 문제 해결 방식을 총회로 끌어온 것, 교단의 갈등과 분열을 획책한 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총회장의 교회 세습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천박한 화해 시도는 오히려 더 심각한 대립과 갈등을 유발할 것임을 지적했다. 요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총회장의 극단적 개교회 주의를 비판했다. 다른 총회법은 지키라고 하면서 공교회의 화평을 해치는 목회지 대물림 금지 규정만은 개교회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는 논리를 비판했다. 그리고 세상 법정의 판결로 명성교회가 목회지 대물림의 합법성을 취득한 게 아님을 지적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목회지 대물림에 관한 합법성에 관한 판결이 아니라, 명성교회의 불법을 용인해 준 총회 수습안의 총회 결의를 무효로 하지 않음을 인정한 것뿐이다. 명성교회의 불법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명성교회가 아무런 잘못 없이 억울하게 당한 것처럼 호도하는 것을 편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주님의 지상명령을 곡해하는 총회장을 질타했다. 치유와 화해는 용서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며 반드시 철저한 회개를 수반해야 한다. 명성교회는 회개는커녕 자기의 정당성만 변명으로 일관하는데 이것을 용서하라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총회장을 비롯한 임원회와 특정한 교권 세력들이 교단의 일을 더는 더럽히지 말기를 촉구했다. 교단의 부흥을 저해하는 명성교회와 같은 목회지 대물림을 옹호하고 이에 부화뇌동하는 교권주의자들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장로교 총회의 본질에서 점점 벌어지는 2023년 예장통합 108회 총회는 다시 한번 한국 교회 많은 성도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로서 총회의 본질은 성경권위를 사수하고 모든 교단 내의 교회들이 진리 안에서 바르게 양육 받도록 하는 것이 그 본질이며 사명이어야 한다. 교회 총회의 모범을 기록하고 있는 사도행전 15장에 보면 총회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절대 진리로 믿고 성도들의 신망을 얻은 성경 교사들(당시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모여 사안의 근거를 하나님의 말씀에서 찾아 모든 교회가 (당시는 유대교회와 이방교회가) 바른 진리로 양육 받도록 하는 것이 총회의 사명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예장통합 총회의 방향은 이러한 사명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내년 총회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로서 진리 수호의 결의를 다지는 성숙한 총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