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망한다면 언론 때문일 것”, 이 불편한 진실은 여전히 진행 중?
“대한민국이 망한다면 언론 때문일 것”
2020년 3월 초 한 의사(醫師) 선생님이 언론 매체의 허위 기사를 보며 의사(義士)처럼 분노했던 말이다. 시간을 잠시 돌려보자.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으로 마스크가 품귀 현상을 빚을 때다. 문제의 기자는 중국에 퍼줬기 때문에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사실무근의 기사를 올린다. 이에 그 의사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팩트를 날려 거짓 기사가 나라를 망하게 할지도 모른다고 질타했다. “지금 국내 마스크 생산량이 하루에 천만 개에 달하는데 2월 초에 200만개 그것도 민간에서 자발적 모금활동을 통해 마련한 걸 유학생 모임에서 우한에 보낸 것을 갖고 ‘국가에서 중국에 퍼줘서 마스크가 국내에 없다’ 이따위 소리를 싸갈겨대? 그것도 찌라시도 아니고 제도권 언론이라는 것들이”라고 분노했다. 그리고 이렇게 공분(公憤)을 이어갔다. “지금 마스크 품귀는 미국 유럽 가릴 것 없이 지구촌 전체의 현실인데 뭐 중국에 퍼준 4개 나라들만 마스크가 부족하다고? 진짜 이런 놈들은 어떻게 해야 할꼬. 인천시에선 마스크 2만장 중국에 지원해 놓고 웨이하이시에서 20만장을 답례로 받았는데 중국에 ‘퍼줘서’ 우리가 부족하다고 한다면 진짜 xx일보 xxx기자 당신은 기자 하지 말고 마스크 공장 가서 부직포 부스러기 청소라도 해! 당신은 기자 자격 없어.”
자격을 상실한 기자들이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가 맞는가 싶다. 2023년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보면 우리나라의 뉴스 신뢰도는 세계 46개국 중 최하위권 41위다. 100분위 방식으로 평가하면 28%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신뢰하지 않는다는 통계다. 지난해 연말 ‘연합뉴스’ 정부구독료가 220억 삭감된 50억여 원으로 2024년 예산이 편성되어 국회로 넘어갔다. 이 기사를 보면 2023년 연합뉴스에 국민혈세의 정부보조는 270억을 넘었다. 그런데 이러한 혈세를 받아 가는 유력 언론사들이 많을 텐데 그 질은 최하위다. 간단하게 말하면 자재 값을 엄청나게 지불했지만 공장에서 받아본 뉴스 상품은 저질이다. 한국 언론을 망치는 ‘기레기’ 특징에 대해 뉴스통신진흥회 강기석 이사장은 이렇게 요약한 바 있다. ‘무·편·나·오·뻔’이라고. 무지와 편향, 나태와 오만 그리고 뻔뻔함이다. 이것이 맞다. 왜냐하면 46개국 중 41위가 되려면 다섯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계에 입성하면 더 이상 공부하지 않고 마치 다 안다는 듯이 드러나는 무지, 사주의 영업 사원으로 전락하는 편향성, 취재보다 출입처 출입발 기사 돌리는 나태함과 재계 및 정계 등 유력인사 향응에 익숙해지는 오만 그리고 보도에 대한 무책임으로 드러나는 화인(火印) 맞은 양심의 뻔뻔함에 대해 한국 구독자들은 점점 등을 돌린다. 이러한 공분이 앞의 의사 선생님의 의분(義憤)으로 표출된 것은 우리 사회 저질 언론에 대한 질타의 상징으로 남아있다고 본다. 언론의 감시 기능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제4의 권력’으로 칭한다. 이 말은 4번째 권력이기 때문에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말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 확산, 정보의 왜곡과 선동, 특정 세력 편드는 정치적 편향성은 국가 보조금의 주인인 국민한테 받는 자본금으로 해악(害惡)의 보도물을 제작해 국민과 국가를 속이는 큰 범죄가 된다. 현대사에서 나치 독일의 선전(Propaganda) 도구로 전락해 조작과 선동에 앞장선 당시 독일 언론과 방송이 그 극단적 예다. 혼란의 독일 사회를 극단으로 몰아 결국 패망에 이르게 하는 역할이 언론에 맡겨진 셈이었다. 요제프 괴벨스가 이끄는 나치 선전부는 유대인 학살을 위해 극심한 증오와 편견을 조장했다. 신문과 포스터는 물론 뉴스와 영화까지 총동원했다. 유대인을 악마화한 보도를 단순하고 명쾌하게 날조해 지속적으로 반복함으로 대중들을 세뇌시켰다. 저렴한 라디오 수신기 ‘국민 수신기’까지 보급하면서 대중 매체를 통한 언론 장악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그야말로 나라를 망치고자 언론에 광기를 불어 넣었다.
언론이 국가의 위기와 몰락의 원인을 제공한 현대사의 또 다른 끔찍한 사례가 있다. 1994년 르완다 대학살 사건이다. 당시 일부 언론은 민족 간 증오를 부추기는 데 열을 올렸다. 이 르완다 대규모 인종 대학살은 후투족 대다수가 소수인 투치족과 온건한 후투족 그리고 트와족을 대상으로 저지른 만행이다. 1994년 4월부터 7월까지 약 100일 동안 진행되었으며 추정되는 바로 희생자 수는 1,174,000명에 달한다. 르완다 인구의 약 20%에 육박한다. 희생자 수를 100일로 나누면 1일당 1만 명, 1시간당 400명, 1분당 7명이 살해당한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면 용인시 시민이 전부 살해당한 것이다. 집단학살이 일어나는 동안 자행되었던 수많은 강간은 HIV 감염의 급증으로 이어졌으며 감염된 여성이 HIV에 감염된 아기를 출산하기도 했다. 대학살 당시 일부 현지 언론은, 나치가 홀로코스트를 자행할 때 나치 선전부 전위대인 언론이 했듯이, 인종 학살과 폭력을 부추기는 데 앞장섰다. RTLM 라디오 방송국과 강구라(Kangura) 신문은 후투족 대중에게 투치족을 박멸해야 할 ‘바퀴벌레’로 묘사하며 증오를 선동했다. 그리고 민족 간 화합을 호소하는 후투족의 특정 정치인들을 직접 타겟으로 삼아 공격했다. 일부 신문사 간부는 트럭에 총과 탄약을 실어 후투족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맞을 것 같다! 적어도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과 투치족에 대한 대학살 사건을 볼 때 앞의 의사 선생님의 말이 맞을 것 같다! 그 말을 조금 바꾸면 ‘나라가 망한다면 언론 때문이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학살의 참극이 종결된 후 유엔 산하 르완다 국제형사법정은 선고공판에서 투치족 80만 명 학살을 선동한 격주간지 캉구라 발행인 하산 은게제와 RTLM 라디오방송 대표 페르디낭 나히마나 등 2명에게 종신형을, RTLM 공동대표인 장 보스코 바라야귀자에게 징역 35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는 2차대전 직후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유대인 학살을 선동한 독일 신문 발행인 율리우스 슈트라이허를 교수형에 처한 것을 떠올린다.
르완다 대학살 재판을 맡은 재판장의 선고문이다.
“피고인들은 총이나 칼 등의 물리적 수단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수천 명의 무고한 시민을 죽음으로 내몬 사실이 인정된다. (……) 언론을 인권 신장에 활용하는 대신 인권을 공격하고 파괴하는 데 사용했다. (……) 인간의 가치를 창조할 수도 말살할 수도 있는 언론의 힘에는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 언론 운영자는 보도의 결과에 대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