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의 말, ‘가나안 땅’의 권리 인정
4월 초 사우디아라비아 차기 권력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발언이 지구촌 언론을 놀라게 했다. “이스라엘인, 자기 땅에 살 권리 있다.” 이스라엘을 주적(主敵)으로 간주한 지 어언 50년, 아랍 이슬람권의 치명적 패배로 끝난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후 아직도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 감정이 일상을 지배하는 분위기를 모를 터가 없을 텐데, 왕세자는 충격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유대인의 이스라엘 정착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그의 발언에 대해 여러 가지 그 배경과 원인이 나오고는 있지만, 그 왕세자의 말은 본래 한 핏줄이었던 이스라엘과 아랍에 ‘봄이 온다’는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과거 이스라엘과 화해를 모색하던 아랍 지도자 여러 명은 암살된 역사가 있다. 향후 40~50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를 지배할 통치자인 왕세자의 유대인 ‘가나안’ 정착의 정당성 발언은 향후 아랍 정세에 미칠 결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주고 있다. 그는 “각각의 사람이 어느 곳에서라도 평화로운 나라에 살 권리가 있다”고 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스라엘인이 그들 자신의 땅을 소유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고 하였다. 그는 중동 지역의 안전 보장을 위한 중동 평화 로드맵을 정식으로 제안한 셈이다.
물론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에 대해 공식적인 국가로 인정하는 단계까지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공유할 많은 관심사가 있다’는 말에는 이미 선행된 조치를 보면 추상적인 발언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지난 3월 사우디는 역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여객기에 자신의 영공을 개방한 바 있다. 복잡한 중동 국가들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증폭되는 상황에서 차기 사우디 통치자의 이 발언은 4천 년 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공동의 조상이었던 ‘아브라함’ 가족에게 일어났던 한 사건을 특별히 조명케 한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이 자기에게 말씀하신 대로 이 날에 그 아들 이스마엘과 집에서 생장한 모든 자와 돈으로 산 모든 자 곧 아브라함의 집 사람 중 모든 남자를 데려다가 그 양피를 베었으니 아브라함이 그 양피를 벤 때는 구십구 세이었고 그 아들 이스마엘이 그 양피를 벤 때는 십삼 세이었더라 당일에 아브라함과 그 아들 이스마엘이 할례를 받았고 그 집의 모든 남자 곧 집에서 생장한 자와 돈으로 이방 사람에게서 사 온 자가 다 그와 함께 할례를 받았더라”(창 17:23~27).
아브라함의 두 후손에게 모두 봄이 오는 소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