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산을 세습하지 말고, 성경 진리를 ‘세습하라’
지난 8월 7일 교인 수 기준으로 보면 한국에서 두 번째 큰 장로교회인 모교회의 당회장 세습에 대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재판국의 판결이 나왔다. ‘적법하다!’ 몇 년 전부터 모교회는 교회의 실권을 쥔 당회장 세습 문제로 교계뿐 아니라 세간에도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화젯거리를 낳았다. 전(前) 당회장이 자기 아들에게 교회의 세속적 실권을 물려줌으로써 세습에 대한 교계 및 사회적 우려는 결국 현실화됐으며 세속의 언론과 방송까지 보도하는 등 근간 폭염으로 지친 한국 사회를 더 짜증나게 하는 뉴스가 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재판국은 신앙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비밀투표 결과가 적합 8표, 부적합 7표이므로 적합하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가장 많은 교회 수를 자랑하면서 한국 장로교의 대표라고 자부하는 총회 교단에서 ‘주님의 몸 된 교회’의 문제에 대해 성경적 근거에 대한 고민은 애초부터 무시하고 세속에서도 조심하는 과반수 득표 방식으로 8대7 ‘원샷 올킬’로 세습의 적법성에 손을 들어주었다. 다른 나라 장로교에서는 거의 유례도 없는 이 무슨 희귀(稀貴)한 일인가? 재판국 위원이라면 대부분 신학을 공부한 목사일텐데 투표 한 번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면서 마치 큰 고민한 것처럼 ‘법과 양심’을 운운하며 언론에 변명 보도까지 한다. 목사라면 교회 세습의 적법성에 대한 성경적 근거가 무엇이며 무엇이 불법이며 적법인지 명백하게 밝혀야 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무시함으로써 개혁파 장로교의 본질을 고수하는 것은 고사하고 스스로 한국 장로교의 종언을 점점 가속화하는 일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재판 결과에 대해 처음부터 세습을 반대해온 한국 교회 원로인 김모 목사가 SNS에 “저항하라, 저항하라. 억지 부리는 것도 악이고 억지 편을 들어주는 것도 악이다”고 올렸다. 상식적으로 보면 당연한 주장이고 원로로서 타당한 권고다. 그런데 이러한 그의 독려를 보면서도 종언을 고하고 있는 한국 장로교의 시간만 더 빨라질 것이라는 개탄스러움이 더 커진다. 문제는 대안이다. 성경적 대안이다. 목사들을 비롯한 직임자들이나 성도들이 교회 총회법보다 상위법이자 교회의 유일한 법인 ‘성경’을 잘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세습을 두고 벌어지는 상황을 세속의 방송과 언론이야 교회 재산을 두고 벌이는 이전투구로 보겠지만, ‘오직 성경만으로’ 그리고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지표로 삼은 개혁파 장로교의 시각으로 보면, 저항의 유일한 토대가 되는 성경진리에 대한 한국 장로교의 무지 상황으로 보면 원로의 지적은 이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것 같아 이내 아쉬움이 더 커진다.
올해 초 용역 업체까지 동원된 채 폭력이 난무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측 모신학교 사태가 떠오른다. 요즈음 한국 장로교의 간판이라고 자부하는 교단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공통점이 있다. ‘오직 성경만’을 최고의 법으로 고백하는 개혁파 신학의 본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세속적인 욕심과 이해관계가 맞물린 추잡한 싸움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진리투쟁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이다. 이들의 행태는 성경진리의 전파와 보존에는 전혀 관련 없으며 오히려 자기 욕심을 채우고자 교회의 머리 되신 ‘주 예수 그리스도’까지 이용하는 추악한 악행에 불과하다. 이는 교회의 유일한 머리 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심판이 이미 한국 교회에 내려졌다는 징조가 아니고 무엇일까? 장로교가 종언을 고하고 있는 징조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것을 설명할 것인가? 성경을 도용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를 팔아 성도들로부터 끌어모은 세속의 재산을 물려줄 생각을 하지 말고 성경진리를 물려줄 ‘올바른 진리 세습’을 해야 한다. 무너지는 한국 장로교를 보면서 또다시 간절히 기도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