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교회를 세상 권력의 수단으로 악용하지 말아야
지난주 정당 대표가 한국 기독교계의 큰 연합회를 방문했다. 소속 임원 목사들이 반갑게 맞이했고 그 대표는 목사들에게 천만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부탁했다. 동시에 목사들은 그 정치인에게 하나님을 잘 섬겼기 때문에 축복받은 대표가 되었으며 한국 교회의 희망이라고 격려와 축복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승만과 박정희를 이어 세 번째 훌륭한 대통령이 되길 기원했다. 그러면서 목사들은 자신들의 요구 사항도 전달했다. 난민들 유입과 동성애법 그리고 차별금지법과 할랄 음식 금지 그리고 종교인 과세 등 정권을 잡으면 이 모든 것들을 꼭 막아 달라고 했다. 이에 정치인은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반드시 구하겠다고 했으며 천만 인 기독교인들에게 목사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뻔히 아는 부탁을 했다. 이 말은 들은 모임의 책임자는 구체적으로 참석 목사들에게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그 정치인의 정당에 200석을 꼭 만들어달라는 매우 구체적인 설명까지 했다. 그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국가가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위협적인 말까지 했다. 하나님께서 대한민국의 주권자가 되신다는 사실은 온데간데없다.
이렇게 모였던 이들에게 여호와 하나님이 역사적 주권자가 되시고 한국 교회의 통치자 되신다는 것은 별로 중요하게 보이질 않는다. 한쪽은 기독교인이라는 공통분모를 앞세워 권력 장악을 꿈꾸고 있고, 다른 한쪽은 권력을 잡게 되면 국가 권력을 이용해 교회 운영과 목회 번창과 성공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달라고 한다. 선거법 관련 고소·고발을 유발할 수도 있는 매우 구체적인 사안들이 오가는 말들로 보인다.
목사들이 세상 권력과 그 시대에 지배 정권에 붙어서 자신의 이권을 챙기는 역사는 한국교회사 초기부터 발생했다. 복음을 전해주는 선교사의 성경진리보다 서구가 가져다주는 물질에 거지같은 구걸을 일삼는 자들이 많았다. 일본 제국주의가 요구한 신사참배와 동방요배는 물론 대동아전쟁을 위해 성도들의 헌금을 모아 ‘조선장로호’라는 전투기까지 사주면서 복음을 전해준 미군 연합군과 잘 싸우라고 승전 기도까지 해주었다. 이승만 정부 때는 부정 선거 개입과 이승만 정권을 위한 ‘나팔수’ 노릇은 물론 박정희와 전두환 5권 정권 그리고 그 이후 줄곧 대통령을 위한 국가조찬기도회는 한 번이라도 참석하면 무한한 영광(?)으로 아는 목사들이 많았다. 정권 바뀔 때마다 대세를 저울질하면서 세상 권력을 이용해 교권을 장악해 보려고 기획하는 자들이 등장하는 것은 선거의 일상사가 되어버렸다.
성경진리를 전파하기 위해 목숨을 던진 조선시대 말기의 많은 순교자들,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성경진리 수호를 위해 목을 내놓은 순교자 선배들, 만주지역부터 황해도까지 김일성의 공산당 독재에 맞서 성경진리를 전한 귀한 선배들, 6.25와 4.19, 군사정권의 탄압 속에서 오직 성경권위를 지켜온 많은 신앙 선배들, 이들을 견디게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살아계신 하나님의 무서운 말씀의 운동력(히 4:12)이다. 그 살아있는 말씀의 운동력이 그 선배들의 순수한 복음 신앙을 지켰다. 목사의 고유한 목표와 이상과 지표는 하나밖에 없다. ‘오직 성경권위에 대한 절대적 복종과 순종’이었다. 한반도 어디에 살든 차를 몰아 두어 시간만 가면 한반도 온 천지에는 성경진리와 목숨을 바꾸지 않은, 그야말로 ‘성지(聖地)’ 아닌 곳이 없다. 중국 동북삼성과 만주와 시베리아 그리고 북한 그리고 또한 남한 어디에 살든 멀어야 두어 시간 거리면 반드시 성경진리를 수호했던 순교지가 존재한다.
지난번 목사와 정치인의 만남은 이러한 오래된 한국 교회의 세속화와 정체성 상실이라는 역사적 흐름을 또다시 연상시킨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사람과 목사들이 만난 자리가 성경권위를 전파하고 역사의 주관자 되시는 여호와 하나님과 교회의 머리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확인하는 자리로는 보이지 않는다. 각자 자기 욕심을 드러내는 자리로 보인다. 목사의 유일한 처사는 오직 성경권위를 보존하는 것이다. 새남터 망나니의 칼춤 앞에서, 일제의 무지막지한 고문에도, 북한 공산당의 압제와 살상에도, 치졸한 정권들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오직 성경권위만을 지키고자 했던 아름다운 신앙 선배들의 선례를 남겨주신 하나님의 무한한 은총과 엄중한 주권적 통치를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교회와 성도를 욕심을 챙기기 위한 수단과 방편으로 사용하는 그 자리는 이미 하나님의 심판은 오래전에 시작했음을 마음에 담아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가 로마제국의 빌라도에게 희생을 당한 것이 하나님의 정하신 뜻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로마제국의 뜻에 순종했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리스도는 빌라도의 권력을 책망했으며 살아계신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를 가르쳤다. 국가 권력을 세우신 분은 오직 하나님이며 만왕의 왕 만주의 주(계 17:14)이신 예수 그리스도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것이 국가 권력에 기생해도 된다는 말은 결코 아니라는 것은 어린아이도 아는 상식이다. 교회를 세상 권력의 희생양으로 만들려는 의도나 세상 권력을 목회 성공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계획이나 모두 그리스도가 머리 되신 하나님의 교회를 농락하려는 처사이며 이미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은 시작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성경진리 전파와 수호자로서 받은바 자신의 사명을 수행하는 것이 우리 시대에 얼마나 절실하고 값진 일인가를 반드시 새겨야 할 것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와 그 속에 감춰진 ‘성도들의 영혼’을 추악한 욕심의 거래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12 그 상품은 금과 은과 보석과 진주와 세마포와 자주 옷감과 비단과 붉은 옷감이요 각종 향목과 각종 상아 기명이요 값진 나무와 진유와 철과 옥석으로 만든 각종 기명이요 13 계피와 향료와 향과 향유와 유향과 포도주와 감람유와 고운 밀가루와 밀과 소와 양과 말과 수레와 종들과 사람의 영혼들이라 14 바벨론아 네 영혼의 탐하던 과실이 네게서 떠났으며 맛있는 것들과 빛난 것들이 다 없어졌으니 사람들이 결코 이것들을 다시 보지 못하리로다.(계 18: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