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욕과 돈 욕심으로 더럽혀진 ‘법복(法服)’의 불편한 진실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판사들 그리고 검사들의 상징은 법복에 잘 나타나 있다. 현재 사법부가 입고 있는 법복은 1998년 사법 50주년을 즈음하여 선진 사법기관의 위상을 높이자는 의미에서 새롭게 단장한 옷들이다. 헌법재판관은 자주색 계통의 바탕에 Y자형 우단(羽緞)이 덧입힌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법복 색상을 참고하였으며 헌법의 최고 권위를 상징한다. Y자형 우단은 법적 문제를 최종 해결한다는 뜻에서 열쇠 모양이다. 국민이 위임해준 국민 주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로 남아야 하는 사법 기구의 상징이다. 판사의 법복은 법과 원칙, 공정성과 중립성을 상징하는 검은색 바탕에 앞단에는 법원 상징문양이 검자주색 양단을 대고 있다. 특히 법원 상징문양이 도드라진 짙은 회색 넥타이가 인상적이다. 검사 법복은 검은색 바탕에 자주색 양단으로 양어깨를 따라 덧대어 있다. 앞단 가운데는 무궁화 문양과 태극무늬가 조합된 표를 새겨 놓았다. 판사와 검사의 바탕인 검은색은 어떤 색과 섞어도 본래의 색을 유지하는 검은색처럼 법과 원칙, 공정성의 불변성을 상징한다.
이렇게 사법부의 상징인 법복에 입혀진 상징을 따라가 보자니, 그 옷을 꼭 입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왜냐하면 근간에 일어난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상식적 국민 법감정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판사들의 상식 이하의 판결들, 그리고 어떤 검사의 말처럼 ‘부정부패가 차고 넘치는 어장’에 숨어있는 정치 검사들을 보면 그 옷을 부끄럽게 여기고 벗어버리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멀리는 일제강점기까지 그 역사를 추적할 수도 있고, 가깝게는 군인 출신들이 지배권력이었던 제5공화국이 끝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기구로 급성장한 검찰권을 비롯해 그들과 정치적 이해타산을 주고받으며 판결을 왜곡했던 일부 판사들의 비행, 그리고 대법원의 불법까지, 법복을 입고 거울 앞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의 목소리를 상상해 본다면, 이 옷이 여전히 자기 임무의 상징이 맞는지 고민거리가 될 것이 아닌가 한다. 사법부 공무원들이 그 옷을 입는 이유를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해 주길 바란다.
법과 원칙, 공정성과 중립성을 앞세우고 일한다는 검찰의 부정한 민낯이 연일 국민들의 눈과 귀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검찰총장의 말 한마디가 온 나라를 소란스럽게 하는 톱뉴스감이 되고 있다. 정치적 잇속만 챙기려는 저질 국회의원들과 일부 부정한 검찰을 비롯한 사법부 정치권력의 콜라보를 보면 왜 저런 자들에게 국민 혈세(血稅)가 들어가야 하는지 짜증에 짜증이 더해진다.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대통령이나 장관도 마음만 먹으면 끌어내릴 수 있는 권력을 나 홀로 거머쥐고 영수증 처리도 할 필요 없는 수십억의 국민 혈세를 쌈짓돈처럼 마음껏 쓸 수 있는 자들이 입고 있는 법복에서 법과 원칙, 공정과 중립의 상징성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문제가 있어서 법복을 벗고 나서 사회로 나온 후 그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 정말로 그 법복을 입지 말았어야 하는 인간이었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자들도 많다. 수십 년을 이어오는 폐습인 전관예우로 검사와 판사의 검은 연결 고리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결국 돈 없고 백 없는 일반 시민들의 억울한 피눈물로 돌아온다. 영화에 나왔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조폭이 검사한테 이용당해야만 하는 자기 신세를 극복하기 위해 아들을 사법고시를 공부시켜 검사로 만든다. 그 영화는 그렇게 끝난다. 답이 검사였다. 모든 국민 중에 유일하게 국민 혈세를 받아 국민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모두 들여다보고 만족할 때까지 수사하여 마음먹은 대로 기소하고 한 인간의 인생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 집단에 들어가게 하는 것, 이것이 조폭이 깨달은 대한민국 검찰의 불편한 진실이었다.
얼마 전 경향신문 어떤 기자가 일부 검사들을 향해 ‘집 지키는 개’라고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주인의 집을 잘 지키는 충견처럼 법복을 입고 국가의 법과 원칙, 공정과 중립의 원칙을 잘 지켜주길 바랐건만, 오히려 검찰 권력을 지키고자 수사권과 기소권을 총동원하여 일반 국민을 물고 뜯는 일을 벌이는 불공정한 검찰의 행태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 사법부 권위의 자랑스러운 상징이라는 저 법복을 계속 입어야 하는지 스스로도 고민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부끄러움의 상징으로 퇴락하고 있기 때문에. 법복을 입은 사법부 공무원들이 자기 법복을 입고 다른 법복을 입은 공무원을 볼 때 그 법복이 상대방에게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고 서로 말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