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의 진통, ‘방역패스’ 딜레마를 보는 교인의 고민
오미크론 변이로 지구촌은 또다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우리나라에도 그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전망한다. 방역당국으로서도 방역의 고삐를 더 조인다. 그래서 지난 1월 3일 면적 3,000㎡ 이상 상점·마트·백화점 등은 이달 10일부터 방역패스(防疫Pass, 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을 의무화한다고 예고했다. 대형 마트와 백화점에도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자와 48시간 이내 유전자증폭(PCR) 음성 확인서 소유자만 출입이 가능하다.
백신패스 의무화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략 중 하나로 접종 완료자의 일상생활 회복을 지원할 뿐 아니라 고위험 다중이용시설의 안전한 이용을 돕는다고 한다. 전자출입명부 사용 의무화는 물론 접종 완료 전자출입명부 QR코드와 같은 증명서가 사실상 강제성을 띤 신분증이 되는 셈이다. 방역패스 적용 범위를 보면 사회에 미칠 파장은 매우 크다. 이는 분명 수많은 시민들이 일상의 불편함에 동참해야 한다는 국가권력의 명령처럼 들린다. 단란주점, 클럽, 나이트, 감성주점, 헌팅포차 등의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경마경륜, 카지노, 의료기관, 요양 시설 등 감염 취약시설, 10명 이상 식당과 카페, 영화관·야구장, 취식 100인 이상 행사·집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렇게 방역패스는 국민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 간섭이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백신 미접종자의 경우 확인서 효력이 발급 후 48시간이므로 결국 이틀마다 검사를 받아야만 한다. 접종자와 미접종자 차별에 대한 날 선 비판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프랑스의 ‘보건패스’, 이탈리아의 ‘그린패스’, 독일의 ‘3G[백신·회복·검사] Rule’, 덴마크의 ‘코로나파스’)와 미주(캐나다의 ‘백신여권’)는 코로나19 확산세 억제를 위해 방역패스 제도를 시행하자 ‘백신 접종 위조 증명서’까지 거래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방역패스의 강제력에 대해 지난 1월 6일 우리 법원은 해당 업종자들이 방역 당국을 대상으로 제기한 효력 정지 신청에 대해 방역패스 의무화 효력 일시 정지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백신 미접종자들이 접종자 집단보다 감염 확률이 약 2.3배 크다는 것은 큰 차이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방역패스는 교육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직접 침해하는 조치라고 명시했다. 사실상 국가의 방역패스 정책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강제 조항으로 규정한 셈이다. 이렇게 되면 방역패스뿐 아니라 방역 규칙 자체가 일방적이며 획일적이므로 처음부터 재고해야 하는 상황까지 간다는 우려를 낳는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자본주의 국가 운용의 토대가 되는 공리주의의 원리와 정면으로 상충하기도 한다.
이 법원 결정에 대해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방역패스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사례와 자료를 충실히 다시 제출할 것이며 방역패스 적용 대상 및 관련 시설에 대한 검토를 다시 논의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감염에서 완치한 자를 포함하면 성인 중 95%가 접종을 마친 상태이므로 백신 접종 예외자에 대해 명확히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회색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 어떤 이유인지 모두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백신 접종 자체를 예외로 할지, 단지 방역패스만 예외 승인을 할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도 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항고하면서 국가 권력의 두 축인 사법부와 행정부가 힘겨루기하는 모습이다.
한편 사회 일각에서는 방역패스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판사의 실명까지 공개하면서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금도 의료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들 생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에서부터 법전만 보는 판사의 시각으로 많은 의료 전문가들의 전문가적 식견을 얼마나 안다고 그런 판결을 내리냐는 원색적 비난까지 나온다. 어떤 언론인은 판사도 수입해야 할 것 같다는 맹비난을 한다. 미접종자들에 대해 자기 처지나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이기주의자들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일부 언론들은 임산부나 청소년 백신 접종을 방해할 목적으로 근거 없는 위험성을 유포하기도 한다.
사법부와 행정부 처사를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이들은 국민 세금으로 먹고 살아가는 공무원들로 국가의 공익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일해야 하는 주요 기관이다. 법원의 판결이 국민의 기본권에 역점을 두고 내린 판단이라면 방역관련 당국은 국민의 생명 관리권에 충실하고자 내린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가 국민 개개인의 법적 권리 차원에서 예외 없이 고려한 초월적 가치(기본권)를 중시한 판단이라면, 후자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감염병 사태에 대한 국민 개개인의 사정을 경험적 차원에서 고려한 판단(방역조치)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기관이 저지른 오류를 보면 다음과 같다. 법원 판결에 보면 “백신 미접종자란 특정 집단에 대해서만 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불리한 처우를 하려면 객관적·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것은 범주 착오인 면이 있다. 초월적 영역에 속한 법적 가치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경험 세계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적 차원에도 적용하려는 이른바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행정부는 법원 판정에 대해 “유행이 확산되는 시기엔 방역패스를 확대해 미접종자 감염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행정 당국의 문제는 소수의 미접종자들에 대한 현실적 실태 파악이 미접종자들이 납득할만한 이해 수준을 간과한 면이 있다. 현실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을 소수를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시행한 결과 역효과를 초래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시민들의 갈등과 대립을 넘어 사법부와 행정부까지 법적 공방을 이어가는 작금(昨今)의 방역패스 딜레마 속에서 교인들은 다시 한번 국가 권력을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주권과 그 이유와 목적에 대해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만왕의 왕 만주의 주(계 17:14)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이 세상에 오셔서 무서운 예언을 한 바 있다.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려고 온 줄로 아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도리어 분쟁하게 하려 함이로라.” (눅 12:51) 국민의 소통과 불화, 화합과 충돌, 화해와 대립은 창조주 하나님의 엄격한 세상 역사 섭리임을 다시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법과 제도, 국민의 자유와 인권, 행정 명령 집행 및 정지 등 국가 운영 시스템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관여하지 않는 바가 없을진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이 땅에 살아가는 성도들에게는 누구 책임이냐는 화살을 겨누기 이전에 K-방역 현장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의 음성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갈등과 혼돈에 빠졌을 때 교회와 성도의 고유한 사명이 무엇인지 다시 깊은 고민과 함께 하나님이 주신 딜레마 상황에서 더욱 진리의 말씀에 의존하는 자세가 시급한 상황이다. 세상 사람들의 대립과 불화를 통해 그리스도는 ‘제 삼의 길’, 자신의 십자가 죽음이 이 사태의 본질임을 알려주신다. 딜레마의 심각성이 더할수록 살아계신 하나님의 손길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길 기도한다.
49 내가 불을 땅에 던지러 왔노니 이 불이 이미 붙었으면 내가 무엇을 원하리요 50 나는 받을 세례가 있으니 그 이루기까지 나의 답답함이 어떠하겠느냐 51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려고 온 줄로 아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도리어 분쟁케 하려 함이로라 52 이 후부터 한 집에 다섯 사람이 있어 분쟁하되 셋이 둘과, 둘이 셋과 하리니 53 아비가 아들과, 아들이 아비와, 어미가 딸과, 딸이 어미와, 시어미가 며느리와, 며느리가 시어미와 분쟁하리라 하시니라 (눅 12:4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