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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8-13 09:37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파리 하계 올림픽, 서구 기독교의 퇴락을 보여주다


2024년 7월 24일 첫 경기를 시작으로 20일 동안 펼쳐진 제33회 파리 하계 올림픽이 끝났다. 역사상 최초로 야외에서 경기를 개최하는가 하면 도시 전체를 무대로 활용한 독창성, 열기구 성화봉송대 및 에펠탑 위 무대 공연 등 스포츠 역사에서 일어난 ‘프랑스 혁명’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 프랑스 대혁명(1789) 당시 가톨릭의 재산을 몰수하고 성직자의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고 교회 파괴와 예배 금지를 시도했던 것처럼, 개막식 일부 행사에서 ‘관용(tolérance)’이라는 명분하에 기독교를 비하하는 듯한 공연이 연출되면서 세계 기독교인들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세계적 스포츠 행사에서 특정 종교 특히 유럽 사회를 지배했던 기독교를 희화(戱畫)하거나 비난한 것도 그 유래를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개막식 공연 기획자와 참가 배우들이 자신들을 위협하는 기독교 단체와 개인들을 대상으로 고소와 수사로 맞대응하는 등 파리 하계 올림픽은 폐막 후 인류 화합의 스포츠 정신을 더욱 훼손되는가 하면, 기독교 문화의 퇴락은 더욱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하에서는 개막식의 어떤 내용이 논란이 되었으며, 기독교계의 어떤 반발과 비판이 잇따랐는지 살피면서, 서구 기독교의 퇴락과 몰락이 어떻게 가속화하는지 집어보고자 한다.

개막식 공연 중 문제의 장면은 먼저 프랑스 DJ이자 성소수자(LGBTQ+) 활동가인 바버라 부치(Barbara Butch)의 공연 장면이었다.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 정중앙에서 태양의 아우라를 쓴 그녀 주위로 여장한 남자들이 함께 축제를 즐기고 있다. 기독교계는 이 장면이 예수님의 ‘최후 만찬’을 희화화하고 기독교 진리를 모독했다고 비판했다. 성인 클럽에서나 볼 수 있는 ‘드래그 퀸(Drag Queen)’ 쇼 장면을 등장시킴으로써,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名畵)와 그 그림에 담긴 기독교적 의미까지 왜곡했다는 기독교인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또 한 장면은 프랑스 배우이자 가수인 필리프 카테린느가 술과 욕망의 신 디오니소스를 연기한 장면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 만찬에서 제자들과 나눈 포도주를 그리스 신화의 주신(酒神) 디오니소스로 대체한 듯한 모습은 세계 기독교인들을 더욱 자극했다. 이러한 일련의 반기독교 정서를 자극하는 공연은 단지 LGBTQ+ 커뮤니티를 옹호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는 오해와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장면은 ‘게이 쓰리썸(gay threesome)’의 성적 행위를 연상시키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공연들의 공통점은 그 지향하는 바가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을 적극 옹호하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동성애 합법화 운동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선언한다는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동성애 반대 운동을 전개하는 세계 기독교 보수 단체에 대한 충돌과 대결 또한 예견한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개막식 총책임을 맡은 프랑스 배우 겸 감독인 토마 졸리(42)는 드래그 퀸 장면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올림포스산에서 그리스 신들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유럽의 기독교 단체와 기독교인들 그리고 미국 보수주의자를 포함한 비평가들은 이 장면이 예수께서 자신의 사도들과 가진 마지막 식사를 묘사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조롱한 것이라고 맹비난을 쏟아냈다. 이러한 대치가 더욱 심각하게 전개되면서 졸리 감독을 비롯한 부치 등 배우들은 명예훼손과 공개 모욕은 물론 살해 협박까지 받고 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파리의 반인륜·증오 범죄 대책 부서가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공연을 옹호하려는 파리 올림픽 조직위는 졸리나 공연 참가자들에 대한 각종 협박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그들에 대한 지지 선언을 이어가는가 하면, 안 이달고 파리 시장도 “파리는 졸리의 재능 덕분에 우리 도시를 빛내고 전 세계에 우리 존재를 알릴 수 있어서 자랑스러웠”으며 “파리는 언제나 예술가, 창작, 그리고 자유의 편에 설 것”이라며 예술가들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이에 맞선 기독교 단체의 반대 운동이 전개되었다. 스페인의 보수 기독교 단체 ‘시티즌고’(Citizengo) 회원 6명은 파리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는 슬로건이 적힌 대형 버스를 타고 이동 시위를 벌이다 교도소에 하루 동안 수감되기도 했다. 개최지인 프랑스 가톨릭 주교회는 “(해당 장면은) 기독교를 조롱하고 비웃는 장면이었다. 깊이 개탄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는가 하면, 독일 주교회도 “성소수자 성찬식은 최악의 장면이었다.”고 성토했다. 프랑스 시민들조차도 “이 괴물 쇼에 대해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프랑스 여성으로서 개회식이 매우 당황스럽고, 전 세계인들에게 이 역겨운 희극이 송출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그들이 모든 것을 망쳐놨다.” 등 부정적 반응이 잇따랐다. 미국 미네소타주 위노나·로체스터 교구장 로버트 배런 주교는 앞의 공연은 “‘최후의 만찬’에 대한 역겹고 경박하기 짝이 없는 조롱”이라며 “서방 세계의 기독교가 너무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기독교인과 가톨릭 신자들은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림픽에서는 참가 선수들에게 일체의 정치적·종교적 표현을 허가하지 않는 것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확고한 방침임을 고려할 때, 파리 올림픽 개막식 공연은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기독교 단체들도 개막식에 대한 비판 성명서를 내놓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정서영 목사)은 “여장남자(드래그 퀸)를 등장시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것, 세 명이 결혼 행진을 하는 장면, 남성과 여성, 성소수자로 구성된 이들이 서로 포옹하는 장면 등 동성애를 미화하며, 올림픽과는 무관한 그저 욕망을 표출하는 장으로 활용된 것에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장종현 목사)도 논평에서 “이번 개회식 문화 행사는 자신들과 다른 다수 종교와 이념을 공격함으로써 스스로 분쟁을 야기해 올림픽 정신을 모독했”으며, “기존의 모든 가치를 허물어버림으로써 혼돈 말고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들[프랑스 진보주의자들-필자 주] 정신에는 발전적 미래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송태섭 목사)도 “만약 이게 진정한 프랑스의 본모습이라면 16세기 프랑스 출신의 종교개혁자로 장로교를 창시한 장 칼뱅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만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치욕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33회 파리 올림픽의 개막식 공연은 서구 문화 속에서 기독교가 얼마나 빨리 사라지고 있는지 그 분명한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신화로 회귀하는 공연은 유럽의 뿌리가 올림포스산에서 시작한 신화에서 출발하며, 유럽 문명은 기독교 사상과 문화를 부정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강한 욕구를 드러낸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에서 종교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드러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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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절주의의 세계적 확산,‘성경권위’ 훼손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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