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특별기획

 
작성일 : 14-04-27 15:02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리딩으로 리드하라?


이지성은 ‘꿈꾸는 다락방’, ‘당신의 아이는 원래 천재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자랑하는 시대의 작가다. 자연스레 그의 저서 ‘리딩(reading)으로 리드(lead)하라(이지성 저 / 문학동네)’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과연 그는 박식하고 인문고전에 대한 마니아이며 소신과 주관이 뚜렷하여 많은 사람들을 확신시킬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인문학의 힘에 대한 확신으로 인문고전 독서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여러 실례를 들어 강조하고 있다. 천재들을 천재되게 한 것은 인문고전의 영향이고, 미국에서 장기간에 걸쳐 연구한 결과, 즉 인문고전 독서로 교육한 가문과 그렇지 않은 가문을 5대에 걸쳐 비교 연구한 결과가 확연하다는 의미에서 그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국가적으로는 일본의 사례를 든다. 중세시대 형편없는 국가였던 일본이 체계적인 인문고전 독서 교육을 실행함으로써 근대 동아시아의 최고 국가가 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한 마디로 인문고전 독서는 나라와 가문과 개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자녀 교육을 넘어 국가적인 프로젝트로서 인문고전을 포함한 교육과정의 혁명적 개편까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런 생각은 천재들의 작품을 통해 그들과 정신적인 교류를 하게 되면 근본적으로 두뇌가 변화될 수 있다는 확신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그의 글 내용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지성이 실례로 든, 어떤 둔재 혹은 보통 사람이 나중에 천재가 되었다는 명백한 사실이 있다고 하자. 우선, 그가 처음부터 둔재 혹은 평범한 사람이었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닌 까닭이다. 둘째, 사람들의 선입관 혹은 관점 문제다. 인문고전의 긍정적 기능에 확신을 가진 사람은 그 인물의 성장 과정에서 인문고전을 찾으려 할 것이고, 예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성장과정에서의 예술적 요소를 끌어오려 할 것이며, 신앙적인 힘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그것에서 주요인을 찾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관점으로 여러 위인에게서 적당한 자료를 찾고 일정한 해석 틀을 가동하여 일관성 있게 기술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셋째, 표본의 문제다. 천재라 일컬어지는 500여명의 훌륭한 인물들 중 인문고전 독서 교육으로 성장한 사람이 50명이 있다고 하자. 그 50명(10%)의 인문고전 독서 교육 사례를 들고 인문고전 독서만이 미래를 보장한다고 주장한다면 독자들은 착각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일반적으로 글을 명료화하기 위해서는 사실을 단순화하고 일정한 논제를 중심으로 일관성 있게 정리해야 읽는 사람이 편안하다. 따라서 글쓴이들은 다양한 상황과 변화를 복잡하게 서술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현실은 쓰인 글만큼 단순하지 않다. 사실, 이지성이 든 인물들 중 많은 이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정경유착으로 성장한 사람들도 많은데 오늘날의 명성에 기대어 그들의 부와 힘을 인문고전 독서 교육 덕으로 말하면 곤란하다.
독서와 관련지어, 어떤 사람은 위인전에서 길을 찾고, 어떤 사람은 시나 소설 혹은 에세이를 통해 사람됨을 구하며 어떤 사람은 인문고전으로 두뇌의 발달을 도모할 수 있다. 무엇이 최선인지는 확언할 수 없다. 어떤 학생은 주변의 간섭이 최소화되었을 때 능력을 발휘하고 어떤 학생은 교육적 관여가 적절하며 어떤 아이는 그 중간인 환경에서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이치와 같다. 거듭 말하지만 교육 방식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저자의 글에 감동하여 자녀에게 그대로 적용하려는 부모들이 많을 것으로 사료된다. 자녀 수준에서 감당할 수 없을지라도 인문고전을 절대화하여 그것과 씨름하면 책에 소개된 인물들처럼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상상을 할 것이다. 물론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경우도 더러 있을 수 있지만 부정적 효과 또한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 부모들이 버려야 할 것은 조급함과 ‘쏠림’현상인 몰개성화다. 혹, 자녀가 대기만성형인데 조급함으로 닦달하거나 남을 따라가는 식이라면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지 않은가.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이지성의 말에 많은 부분 공감한다. 다만 그의 리딩이 인문고전을 절대화 하는 것이라면 나는 고전을 능가하는 성경을 들련다.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진희 집사 (장안중앙교회)

저녁이 있는 삶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