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특별기획

 
작성일 : 14-05-16 23:07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저녁이 있는 삶을 기대하며


맞벌이 가정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양육하기 위한 방안으로 돌봄 정책이 진행되어 왔다. 근래 대통령 공약이라는 정치적 의미가 추가되면서 돌봄 정책은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학교에서의 ‘돌봄교실’ 이용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3년에 약 16만 명 정도의 아이가 돌봄교실에 참여하였고 교육부는 원하는 초등학생 모두에게 방과 후부터 오후 5시까지 무상 돌봄교실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나아가 맞벌이,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학생 중 추가 돌봄이 필요한 모든 아이들에게는 밤 10시까지 돌봄교실을 운영하려 하며 현재에도 약 4만 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초등 돌봄교실을 2014년 1~2학년, 2015년 3~4학년, 2016년 5~6학년까지 다수가 참여하는 공고한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려 한다. 이는 기존 정규 교육과정의 확대 개편을 의미하며 학교의 교육적 기능을 근본적으로 변혁시키는 정책이다. 이러한 흐름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박대통령이 후보시절 모든 학생에게 무료 돌봄 혜택을 주겠다며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1조 700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할 계획임을 누차 천명했기 때문이다.
돌봄 정책이 정치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것은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다는 현실에 기인한다. 때문에 맞벌이나 다른 연유로 자녀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 부모의 안타까움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복지정책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던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학교도 일정부분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었다. 지금은 일반 아이들의 참여 비율도 높아지고 있어 학교의 돌봄교실 운영은 대세로 보인다. 문제는 돌봄교실이 교육 대상인 아이들의 교육적 효과보다는 주로 정치 사회적인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데 있다. 하여, 교육적인 의미와 영향에 대한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돌봄 정책이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적 영향을 끼치는지는 확실치 않다. 당국자는 돌봄교실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학부모 만족도가 높다는 근거로 긍정적인 정책임을 확신한다. 그러나 설문 결과만으로 교육적 효과를 설명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실상, 학부모의 만족도는 제도에 관련된 것이다. 우리는 교육적 입장에서 혹은 아이의 입장에서 돌봄교실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이들은 많은 시간을 놀이를 통해서 성장한다. 자기들끼리 무엇을 할지 정하고 그 안에서 스토리를 짜내며 규칙을 만들어가는 자기주도성이 습득된다. 놀이를 통해 사회성이 발달하고 두뇌가 발달한다는 말이다. 백번 양보해서 돌봄교사의 계획 하에 5시까지의 학습 및 특기적성 교육이 유의미하다고 하자. 그런데 10시까지 어린 학생들을 학교에 잡아두겠다는 생각은 자못 심각하다. 정책입안자 자신이 아이가 되어 매일 10시까지 학교에서 생활한다는 상상을 해보라. 물론, 10시라는 시간을 정한 정책 입안자의 선의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그는 맞벌이 가정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최선의 정책을 입안했다고 자긍할 수도 있고 양질의 프로그램이 적용되어 날로 새로운 사람으로 성장하는 미래의 아이들을 꿈꿀 수도 있다. 그럼에도 현실은 차갑다. 좁은 교실에 많은 아이들이 모여 있다. 담당교사나 돌봄교사가 최선을 다할지라도 물리적 여건이 충분치 못한 현실에서 교육적 효과는 반감된다. 또한 매일 어둠 속에서, 폐쇄된 실내 공간에서, 어둠을 뚫고 하교해야 하는 어린 아이들의 정신적 불안정과 그로 인한 성장기의 불충분한 수면 시간을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게다가 그 안에서 적용할 돌봄 프로그램이 아무리 양질이라 하더라도 집중력이 제한되어 있는 아이들은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실제로 많은 교사들이 늦게까지 돌봄교실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말하곤 한다.
10시까지 아이들을 학교가 돌봐줘야 한다는 것은 사회 경제적인 후진성을 보여준다. 그 때까지 맞벌이로 살아야만 생계가 유지된다는 현실은 슬픔이다. 따라서 정부가 써야할 천문학적인 예산의 용도는 돌봄교실의 확충이 아니라 늦은 밤까지 퇴근하지 못하는 부모들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즉, 정상적인 시간에 가정으로 보내 자녀와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박근혜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진희 집사 (장안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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