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특별기획

 
작성일 : 14-06-06 08:52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사람이 문제다


사람이 문제다.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국정원과 군의 음성적 정치 관여를 보며 가진 생각이다. 국가기관의 정치 관여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정치적 중립성은 법적 제도화로 견고하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사회의 근간을 흔들 만큼 우리나라의 주요 정치적 이슈가 되어왔다. 무엇이 견고한 시스템을 흔들고 있는가. 그렇다. 사람이 문제다. 법적 제도적으로 완비된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흐트러질 수 있다. 

사람이 문제다. 최후의 보루라고 하는 사법 분야만 봐도 그렇다. 법조문은 상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그것을 적용하는 사람은 상식을 비틀어 버릴 수 있다. 죄의 경중이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의 사회적 지위, 경제적 지위에 따라 법의 적용이 달라진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재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판사의 성향에 따라 판결의 결과가 다르고 같은 사안임에도 형기가 다르며 감정에 따라 좌우되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 소소한 문제로 소를 제기하여 재판을 받아본 적이 있다. 상식적으로 승소할 수 있는 사안이라서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당시의 판사 표정이 눈에 선하다. 당당하게 자신의 말만 하는 피고의 말을 듣는 도중 판사의 표정이 일그러졌으며 말을 중지시켰다. 그런 후 필자의 예상보다 후한 판결을 내렸다. 결과를 적용함에 있어 감정에 좌우되는 경우였다.     
사람이 문제다. 세월호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 안전망에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난다 할지라도 임기응변식 대응은 반복될 것이다.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씨랜드 화재 등 숱한 사고로 얼룩진 이후 부산하게 움직였던 모든 노력들이 헛구호처럼 반복된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개조를 들먹일 만큼 이참에 모든 체제를 뒤엎겠다는 각오지만 훗날 후임 수장에 의해 같은 말이 반복될 것이다.

사람이 문제다. 슬픔도 금세 마르듯이 위기의식도 한순간 사라진다. 어떤 사태로 인해 긴장감이 충만할 때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지만 그런 방식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사람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느슨해진다. 느슨함은 매너리즘을 부르고 매너리즘은 ‘귀차니즘’으로 치환된다. 그리고 그것이 심화되면 또 다시 사고가 터진다. 그렇게 반복되는 것이 세상사다.

사람이 문제다. 학교 안전교육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사건 이후 모든 체험학습이 중지되었고 모든 행사가 보류 및 취소되었다. 새로운 안전 매뉴얼이 나올 때까지 모든 교육적 활동이 비정상적 대기상태다. 짐작컨대 학교 안전교육에 대해 더욱 강화된 조치가 나올 것이다. 현재의 매뉴얼도 문서상으로는 완벽하다. 매뉴얼이란 말과 글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경험과 실천을 통해 얻어지는 지식인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의 속성을 형식화한 것이기에 그 절차를 따르면 된다. 우선 사전답사가 필수적이다. 독단성을 피하기 위해 학부모를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 숙박업소의 경우 여러 곳을 방문하고 매뉴얼대로 점수화하여 가장 높은 곳을 선정한다. 선정의 가중치는 안전이다. 이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최종적으로 학교장의 승인으로 결정된다. 체험학습 실행 전까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험지에 대해 사전교육을 하고 학습지를 만들어 교육적 효과를 최대화하려고 노력한다. 차량 이동시 안전벨트는 반드시 확인하고 안전과 관련되어 주의 지침을 반복한다. 행여 사고가 날까 노심초사한다. 지금이야 숙박업소에서 저녁 안전을 책임지지만 과거에는 담당 교사가 학생들 안전관리 하느라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 무사히 귀교하면 추후지도를 하고 비용과 관련된 행정적 절차를 완료한 후에야 큰 행사가 마감된다. 문제는 교사가 예상치 못한 각종 변수, 즉 부실한 건물, 불법으로 개조한 선박, 무리한 운전 등 방심으로 인한 변수들이다. 칸트(Kant)의 말마따나 ‘방심은 교육의 적’일지라도 그것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 결국 사람의 근본적 속성에 대한 문제다. 인생들은 방심하기 쉽고 변하기 쉬우며 연약한 존재다. 신실함과 전능하신 하나님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진희 집사 (장안중앙교회)

혁신교육, 첫 번째 이야기
저녁이 있는 삶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