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특별기획

 
작성일 : 14-09-28 14:45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본질로부터


근래 현대자동차는 신형 쏘나타를 광고하면서 ‘본질로부터’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자동차의 본질이라 함은 기본기가 충실한, 즉 연비가 좋고, 잘 움직이며, 차체가 안전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말일 게다. 지금까지는 본질과 거리가 멀었다는 의미다. ‘인테리어 회사’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그럼에도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외제 차량과 비교분석할 수 있는 객관적 정보의 부재가 결정적이었다. 국내에서 지속적인 점유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의 상황은 본질로부터 이탈되었을 때의 결과를 말해주고 있다.
교육의 본질은 무엇일까? 지난 교육감 선거를 앞둔 수도권의 보수 후보들이 공통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이 교육의 본질을 찾겠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로 편향된 이념교육 집단이 망치고 있는 수도권 교육을 다시 교육의 본질로 되돌리는 것”이라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편향된 이념교육은 진보교육을 뜻하므로 교육의 본질이라 함은 진보교육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에 반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행복교육과 창조교육이 가능하다고 했다. 자유민주주의의 헌법적 가치의 교육적 구현, 대한민국 정통성 확립을 위한 학부모·교원의 안보교육 강화, 혁신학교 폐지 및 학생 인권조례 개혁 등이 주요 내용이며 본질로 강조한 것들이다. 그러나 시스템 및 정치적 구호와 관련된 것이어서 본질이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다. 아무튼 그들이 말하는 본질은 선택받지 못했다.
‘교육’의 정의가 학자에 따라 다르지만 ‘인간 행동의 계획적인 변화(정범모)’이며 ‘본질’이란 ‘어떤 사물이 다른 사물과는 구별되는 사물로서 성립하고 있는 그 고유의 존재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면 교육의 본질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겠다. 교육의 본질이란 ‘인간행동의 계획적인 변화를 위한 순수한 교육적인 접근’이다. 교육적이라 함은 교육을 교육 외적인 관점으로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교육이라는 순수한 목적을 위해서 각 기관이 자신의 논리로 학교교육에 짐을 지우지 말고 적극 감당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각으로 학교교육이 본질에 얼마만큼 접근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각 학교에서는 ‘스카우트’나 ‘우주소년단’, ‘해양소년단’ 등 별의별 단체가 많다. 각 단체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다양한 체험학습의 기회를 가지므로 교육적 의미가 충분하다. 다만 각 단체는 사설단체이며 교육부 소관이 아니므로 학교교육의 영역과는 거리가 멀다. 지역별로 이루어져야 마땅하며 학생 모집 등과 관련해서 학교의 협조를 얻을 수는 있다. 그럼에도 승진이라는 미끼로 일정한 대원의 수를 채워야 점수를 주겠다는 당국의 처사는 모집에서부터 활동까지 순수성을 잃게 만들었다.
각종 전시성 행사도 난무한다. 하나의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길게는 한 달, 짧게는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 만약 그런 행사들이 ‘발도르프’ 학교나 일부 대안학교와 같이 하나의 주제로서 만들어 가는 교육과정이라면 의미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각 과목을 이수하기 위한 시간도 부족한 현실에서 학예회를 비롯한 수많은 행사는 정규 교육과정의 파행을 초래한다. 교사는 정규과목 시간에 아이들과 행사를 준비하느라 부족한 수업시수를 압축해서 수업에 임해야 한다. 이는 교수과정이 뼈대 중심으로 이루어져 내용이 건조해지고 아이들도 덩달아 산만해진다. 그런데도 전시성 행사가 많은 학교에 대해 학부모들은 역동적인 학교로 간주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때문에 학교장은 그런 행사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고 교사들을 닦달하여 외현은 화려하되 내용이 빈약한 학교가 되게 한다.
사회가 변화하면서 많은 일들이 학교의 몫이 되었다. 모든 일에 교육적 의미를 갖다 붙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지역사회가 담당하는 방과후학교, 보건복지부 소관인 ‘돌봄’사업도 학교와 교사의 몫이 되었다. 교통경찰이 담당할 학교 주변 교통정리도 교사와 학부모가 담당한다. 나름의 이유도 있다. 주로 사회·경제적 관점 및 상황론이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복지와 관련된 사업을 죄다 교육과 연결시켜 학교에 강제하기보다는 지역사회 또는 각 기관에서 고유로 감당하며 기관 간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말하자면 학교의 본연의 임무와 지역사회의 임무를 구분하는 것이다. 학교가 정규교육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화려한 퍼포먼스에 기대지 않는다면 교육의 본질에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현대자동차가 뒤늦게나마 인테리어에 치중하기보다 자동차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진희 집사 (장안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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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도덕교육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