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금오산 폭포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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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 인도에 간 지 이십 년이 된다. 이 십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안식년을 갖지 못했다. 몇 년전 경주에서 총회 세계선교사 대회가 있었는데 그때 10년 이상된 선교사들은 의무적으로 정밀 심리테스트를 받았다.
테스트에 앞서 검사를 진행하는 담당 원장님이 스트레스지수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스트레스 지수를 100으로 잡을 때 선교사가 초기 4년 동안 선교지에서 받는 스트레스지수가 무려 400이 된다는 것이다.
문화적인 충격, 기후, 음식, 현지인들과의 마찰, 자녀 교육 등 모든 것이 다 충격적인 것들 뿐이다.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해 철수하는 선교사들도 속출하고, 또 스트레스를 견디면서 사역을 하는 선교사들 가운데 정상적인 사고가 잘 되지 않아 잘못된 판단으로 사고를 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각 교단이나 선교단체들은 파송한 선교사를 4년이나 5년 사역하게 하고 의무적으로 1년을 쉬게 함으로서 선교사를 보호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20년 가까이 안식년을 갖지 못하고 있다가 요즘 몸도 여기 저기 고장이 나고, 정신적·육체적으로 쉼의 필요성을 느껴 이번에 두 달 반 정도 종합검진도 받고 쉬기 위해 한국에 나왔다.
5월 9일 인도에서 나올 때 델리 기온이 43도였다. 이번 주 일기 예보를 보니 주일 델리 기온이 47.3도로 나와 있다. 기온만 높은 것이 아니라 먼지 바람도 일기 때문에 인도에 있으면 가능한 한 숨을 덜 쉬기 위해 손수건으로 입을 막거나 호흡을 멈출 때가 많다.
이런 날씨에는 실내에서 에어컨을 켜도 덮기는 마찬가지이다. 거기다 전력이 모자라 동네 별로 전기를 몇 시간씩 끊는다. 백업이 되지 않는 집은 바로 사우나실이 된다. 여름은 그래서 기진맥진하게 된다. 여름이 오는 것이 무섭다. 그러다 한국에 도착하면 먼저 몸이 알아 본다.
며칠 전 구미 금오산에 올라갔다. 초입에서부터 힘이 들어 결국 케이블카를 타고 폭포까지 올라 갔다. 폭포 앞에서 언젠가 성철 스님이 남긴 말이 떠 올랐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 말씀을 남겼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필자에게 있어 “조국의 산 만이 산 이고, 조국의 물 만이 물이다”고 몸이 말을 한다. 이 보다 더 아름답고 깨끗하고 정다운 산과 물은 세상에는 없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어머니와 같은 산과 물의 품에서 쉼과 충전을 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