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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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2-26 22:59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가뭄에 대한 단상


올 봄부터 두 번의 릴레이 태풍이 오기 직전까지 계속된 가뭄은 참으로 지독했다. 기상대 예보에서는 거의 100년만의 최악의 가뭄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더위 또한 인내의 한계를 넘기고 있었기에 한줄기의 시원한 소낙비가 너무나도 그리웠던 시간들이었다.
TV뉴스에서는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논밭과 저수지 바닥을 연일 보여 주었고 한강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걸어보면 확연히 낮아진 강 수위가 참으로 안타까웠다.
높은 수온으로 인해 녹조가 덮인 강도 안전한 식수를 보장하지 못했으며 비가 많이 와야만 해결이 가능하다고 아우성이었다. 
연일 35도를 오르내리는 기온은 더 많은 물의 사용이 필요했는데 비가 오지 않으니 샤워를 하는 것도 빨래하는 것도 부엌일을 하는 것도 조심스럽고 신경이 쓰였다.
비 소식이 없다는 기상대 예보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늘을 올려다보며 혹시 비구름이 있지 않나 살펴보게 되었다.
야속하게도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찌는 듯이 더운 날들만 계속되었다.
초목들은 먼지만 뒤집어 쓴 채로 시들어 갔고 일부 가로수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참으로 측은했다.
아스팔트는 열기로 더운 김을 연신 토해 내었으며 비싼 전기료가 걱정되어 잘 사용하지 않던 에어컨도 아침부터 돌리는 날이 많아져 갔다.
세상이 온통 찜통 속에 들어 앉아있는 것 같았다.
꼭 필요한 외출도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겁이 나서 주저하게 만들었다. 몸도 마음도 무기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드디어 비가 올 것이라는 기상대 예보가 있었다. 
그날까지의 기다림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던지...
어쨌든 기다리던 비는 왔고 나는 너무 좋아 거실을 오가며 춤추는 몸짓을 했다. 연이어 달려온 릴레이 태풍까지 겹쳐 강의 녹조도 걷히고 기온도 내려가면서 몸에도 마음에도 생기가 돌게 되었다.
조심스러웠던 물의 사용도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지독했던 올해의 가뭄은 내게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했으니 즉 육신의 가뭄은 이렇게 힘들어 하면서 영혼의 가뭄은 힘들어 한 적이 있는가?
괴로워 한 적이 있는가?
 비를 기다리던 간절한 심정처럼 말씀의 생수를 간절히 원해 보았는가?
육신의 일로 얽히고설킨 메마른 마음 밭에 수가성 여인에게 가르쳐 주신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를 얼마나 애타게 기다려 보았는가?
하늘에 나는 새도, 산과 들에 사는 짐승들도, 길쌈하지 않은 들꽃이나 풀들도 다 먹이고 기르시는 하나님인데, 나는 왜 아직도 육신의 일로 욕심도 부리고 화도 잘 내며, 시기하며, 끊이지 않는 걱정으로 영혼을 소모하는지 모르겠다.
어리석은 육신을 긍휼히 여기시길 기도하며 육신의 가뭄에 예민하듯이 이제는 메마른 영혼을 적셔주는 말씀의 생수를 채워가는 데 더 예민하고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하여 내 영혼 그윽한 곳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풍겨나는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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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체제 개혁과 언약 성취사적 성경 신학 진리 전파를 생각하며…
사랑에 관한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