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라이프

 
작성일 : 22-06-20 22:40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조 목사님께


“목사님은 교회를 해하려 하셨으나 하나님은 선으로 바꾸셔서…”

목사님! 그동안 안녕하셨나요. 두 번이나 이단으로 정죄해주신 풋내기 목사예요. 웬일인지 놀라시겠죠. 목사님과의 만남이 하나님의 철저한 작정섭리를 따라 이루어진 사실을 일찍이 깨달아 알고서도 좀처럼 섭섭함이 가시지 않았어요. 풋내기 목사로서는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뵙기도 싫었고 거론하는 것조차도 싫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공개서한을 지상으로 올리게 됐어요. 놀랍게도 뒤늦게 철이 들면서 목사님이 저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분으로 다가오더군요.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지상을 통해 공개서한을 드리게 되었답니다.

1978년 10월 10일, 이른바 제111회 장자 노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을 때, 목사님이 아니었으면 어려움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고 감사한 마음이 있었죠. 워낙 시골 촌뜨기라서 교회 정치에는 익숙하지 못한 문외한이었으니까요. 추천해주실 선배 목사님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차에 목사님이 저를 찾아와 추천해주셔서 목사안수를 무사히 받았거든요. 얼마나 고맙겠어요. 목사 생명의 은인이셨죠. 1977년 11월에 개척한 교회도 1979년 4월에 설립 허락도 받게 하셨잖아요.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대선배 목사님으로 알고 있었어요. 교회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자문도 해 주셨고요.
한번은 목회 방법을 한 수 가르쳐주셨어요. 성도들은 목사의 관심을 받으려고 다른 성도의 비행을 전해준다고 했어요. 그런 경우 그 성도의 편을 들어 함께 놀라며 맞장구를 쳐주라고 하셨지요. 저는 사실 정반대였거든요. 어느 성도가 다른 성도에 대해 험담을 하면 인간은 모두 타락했기 때문에 그 성도뿐 아니라, 나도 그럴 수가 있으니까 누구도 남을 험담할 수 없다고 일러주었거든요. 목회란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서 자기를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하나님의 말씀만 가르쳐 여호와만 경외하도록 하는 것이죠. 그때부터 목사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싹트게 되었어요. 목사님이 나도 심리적 방법으로 대할지 모른다는 의심에서죠.

어느 날 교회 서류를 하나 정리하기 위해 목사님을 찾아갔을 때였죠. 마침 노회 여전도회연합회가 모이고 있더라고요. 잠시 뒤쪽 방청석에 앉아 있는데 헌금 시간에 목사님은 옆으로 오셔서 내 허락도 없이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어 비상금 일체를 헌금 주머니에 넣어버렸잖아요. 깜짝 놀라고 어안이 벙벙했지요. 어떻게 교회에서 이런 무례한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죠. 저는 성도들에게 연보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했거든요.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중심을 보시고 마음을 받으시기 때문에 연보를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으니까요. 어느 친구 목사는 성도들이 축복받을 수 있는 길을 막는다고 나를 성토하더군요.

1982년 초에는 목사님의 처조카 되는 순복음 출신 전도사가 불법적으로 나를 이단이라고 고발했잖아요. 자기네 교회 집사님 한 분이 제가 섬기는 교회로 옮기게 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죠. 명동 모임에서 마태복음을 강의한 녹음 ‘테이프’ 한 개를 물증으로 제시했고요. 주님과 함께 있으면 금식하지 않아도 되며, 성전이 아니고 교회당이며, 안식일이 아니고 주일이며, 십일조가 아니고 연보라고 가르친 것을 문제로 삼았거든요. 당시 재판국에 계신 선배 목사님이 조용히 찾아와 다시 주류 측으로 가라고 귀띔을 해주기까지 했어요. 재판국에서 엉터리로 판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요. 목사님! 너무하셨잖아요. 목사님의 입맛에 맞으면 참이고, 안 맞으면 이단으로 제명하는 건가요. 기본 상식으로도 이해할 수 없잖아요.

1988년 9월, 제73회 총회에서 승소 판결과 함께 다른 노회로 옮기라는 것을 목사님의 만류로 다시 남게 됐지요. 목사님은 우리 교회 장로님들을 보시고 나에게 ‘어떻게 저런 대어(大漁)를 낚았느냐.’라고 물으셨지요. 깜짝 놀랐죠. 여러 장로님이 말씀을 듣고 찾아오셨지 제가 낚은 것이 아니거든요. 교회는 날로 성장하여 급기야 교회당 대지를 2백 50평을 마련했지요. 목사님은 순진한 장로님들을 유혹하여 모두 포섭했잖아요. 다시 이단으로 시비를 거셨고요. 거룩한 제단에 신을 신고 올라가 손도 들지 않고 축도하고 십일조를 강조하지 않는다는 죄목으로 세상 법정에 교회당 ‘출입금지 가처분신청’을 하셨지요. 재판국원 장로님 한 분이 찾아와 교인들만 데리고 나가면 용서받을 수 있다고 귀띔을 하더라고요. 교회 재산은 그대로 놓아두고 교인들을 데리고 나가면 목회를 잘하니까 다시 대지를 매입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야! 이건 ‘하나님의 성 노회’가 아니라 ‘사단의 집단’이 아닌가!

형사고발을 당해 경찰에 불려가 조서를 받기까지 했죠. 목사님 덕분에 처음으로 극한적인 사회생활을 경험하게 되었지요. 노회에서 후임자로 파송한 후임 목사님은 주일 아침에 와서 겉옷을 벗고 ‘런닝’ 차림으로 남녀 집사님들과 몸싸움을 하며 온통 소란을 피웠고요. 성도들은 갑자기 노회 측과 교회 측으로 양분되자 많은 교인이 흩어지더라고요. 연세 드신 집사님들과 성도들 5,60여 분이 남아 교회를 지킬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탈한 장로님이 소를 취하함으로 분쟁은 일단락되었지요. 성도들은 많이 흩어지고 교회 모든 재산은 소진되고 말았거든요. 목사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천여 명의 성도들을 어떻게 유혹해서 모아 놓고 관리하시기에 그렇게 열심히 추종하도록 만드셨는지 정말 놀라워요.

목사님은 교회를 해하려 하셨으나 하나님은 선으로 바꾸셔서 보호해 주셨어요. 남은 성도들이 10여 년 후부터 2천여 평 대지 위에 연건평 1,400여 평의 본당과 노인복지관 시설을 갖추도록 하셨거든요. 전적인 하나님의 선물임이 분명하죠. 목사님은 소문을 들으시고 주일에 저의 교회를 다시 찾아오셨잖아요. 광고 시간에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셔서 거절할 수 없어 허락했지요. 목사님은 여전히 제 편을 들어 저를 이단으로 정죄한 노회 재판국원 목사님들이 벌을 받아 다 죽었다고 하셨지요. 그러면서 나에게 다시 목사님 교단으로 들어오라고 하셨거든요. 똑같은 수법은 두 번 사용하면 참새도 속지 않거든요. 그렇게 속여서 교회를 부흥시키는 것이 매우 보람이 있으셨나 봐요. 어쨌든 목사님은 오늘의 내가 되기까지 매우 중요한 역을 맡아 수고 많이 하셨어요. 감사합니다. 교인들 속이지 말고 편히 사세요.


2022년, 풋내기 후배 드림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원 교수님께
정 교수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