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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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3-31 20:59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면역력은 장에서 만들어진다


여름철에 주의해야 할 건강 복병은 설사다. 특히 학교 급식이나 야유회 등에서 자주 일어나는 집단 식중독은 저녁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똑같이 먹고도 누구는 심한 복통과 설사로 응급실에 실려 가고 누구는 멀쩡하다.
특히 해외여행 길에서 겪는 여행자 설사는 개발도상국을 방문하는 사람의 30%에서 발생할 정도로 흔한 장 감염 질환이다. 발병의 원인은 오염된 음식이나 물이다. 주로 대장균이 원인균이지만 바이러스나 기생충도 관여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음식이나 물을 마셨는데도 사람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른 증상을 보이는 것은 외부에서 들어온 균이 장벽에 붙어 감염을 일으키는가에 달렸다. 예컨대 장 독성 대장균의 경우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즉 현지인의 장에는 이미 이 균의 침입을 막는 유익균이 살고 있어 유해균이 들어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지역을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의 장에는 유해균의 침입을 막는 유익균이 없으므로 현지의 음식이나 물을 마시면 탈이 나는 것이다. 이처럼 같은 음식을 먹어도 멀쩡하거나 아니면 심하게 고생하는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바로 ‘장 면역력’에 있다.

본래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잘 유지될 때는 건강을 지켜주지만 반대로 교란되면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면역력이 좋은지 나쁜지를 알려면 장이 얼마나 건강한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건강하고 면역력이 좋은 사람은 해로운 균을 즉시 제거하고 몸에 좋은 균은 보호함으로써 안정적인 평형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장의 면역력 기능이 떨어지면 유해균이 늘어나면서 균의 평형이 깨지게 되어 장의 상태가 나빠지게 된다. 그리고 각종 면역질환이 일어나게 된다.
노상 감기를 달고 살거나 배앓이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위 사람들이 인플루엔자나 식중독에 걸려도 나 홀로 쌩쌩한 사람이 있다. 또 젊은 나이에 암에 걸린 사람도 있고, 아무 병 없이 백 살까지 활기차게 일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50세라도 노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얼굴에 주름 하나 없이 탱탱한 피부를 가진 젊은 사람도 있다. 그 차이는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이 역시 신체의 면역력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인데, 이처럼 인간의 ‘젊음’과 ‘건강’은 나이가 아니라 ‘면역력이 어느 정도인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제아무리 얌전한 사람도 상한 음식을 먹고 뱃속이 부글거리면 안색이 변하면서 배를 움켜잡고 화장실을 찾게 된다. 대개 두통은 억지로라도 참을 수 있지만 설사를 참을 수는 없다. 장은 뇌의 지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의지로 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은 자기 스스로 음식물을 소화, 흡수하고 찌꺼기(배설물)를 밖으로 내보내는 중요한 일을 한다. 위(胃)에서 내려온 음식물의 성분을 순식간에 분석해 췌장, 간장, 담낭 등에 지령을 보내 가장 적합한 분해효소를 분비시킨다. 혹시라도 유독한 물질이 들어오면 재빨리 다량의 장액을 분비해 배설물 형태로 신속하게 몸 밖으로 내보낸다. 이것이 바로 설사다. 설사는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몸을 방어하는 매우 중요한 반응의 하나다.
장 전체 길이는 약 9m다. 여기에 수많은 주름까지 모두 펼치면 테니스 코트 장의 한 면쯤 되고, 체표면의 100배나 되는 넓이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광대한 면적을 차지하는 장에 체내 면역 세포의 70%가 집중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약 7m나 되는 소장은 음식물에서 영양을 섭취하고, 병원균의 침입을 막는 두 가지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
사령탑은 소장의 점막에 분포하는 파이엘판으로, 림프구(면역 시스템을 담당하는 혈구를 총칭)가 밀집되어 있다. 병원균 같은 이물질을 발견하면 림프구 일부가 이물질을 파악해 날뛰지 못하게 하는 면역항체를 만든다. 이것이 장관 면역 시스템이다. 성인의 몸에서는 매일 약 4g의 항체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장관 면역 시스템이 작동해 바이러스와 전쟁이 벌어지면서 발열과 관절 통증 같은 증상이 일어난다. 한참 후 림프구에서 항체가 만들어지면 인플루엔자는 낫는다. 한번 만들어진 항체는 계속해서 체내에 머물기 때문에 바이러스 종류가 같은 인플루엔자에는 즉시 대처한다. 다시 감염되어도 아주 가벼운 증상으로 끝난다.
NK세포처럼 혈관으로 들어가 활동하는 림프구도 있다. 상대를 특정하지 않고 온몸의 혈액 속을 순찰하며 바이러스, 병원균, 암세포 등을 발견하면 그 즉시 없애버린다. 또한, 혈관에 들어가 몸 전체의 면역 시스템을 지휘하는 림프구도 있다. 장관 면역 시스템은 장 외에도 혈액에 들어가 온몸을 돌아다니며 외부의 적을 방비하는 작용도 있다. 이러한 활동을 종합해 볼 때 ‘장은 최대의 면역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장이 건강하면 전신 면역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병에 걸리지 않는다. 이처럼 장은 단순히 소화, 흡수, 배설의 물질대사 기능뿐만 아니라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내장 기관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 질병을 예방하고 오랫동안 건강한 삶을 가꾸려면 무엇보다 장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희철 박사 (한의학박사, 파동한의원)

면역력을 높이는 장(腸) 건강법
장(腸)이 병든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