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4-09-28 14:20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다윗 왕국의 수립


왕이 없으므로 각자의 소견을 고집하던 사사 시대의 혼돈을 종결한 듯했던 사울 이후에도 해안에서 내륙으로 옥죄던 블레셋의 위협은 여전한 압박이었으니, 곳곳에 이스라엘을 통제하기 위한 블레셋의 영문(營門)이 세워졌으며 철기의 제작 또한 철저히 그들의 영향 아래 있었다. 발굴된 사울의 성읍 기브아는 유적의 규모라든지 유물의 질에 있어 블레셋의 도시 아스돗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조악해 미약했던 왕국의 세력을 짐작케 한다. 타개책으로 일으킨 게바 전투 초두에 사무엘이 기한대로 오지 않음으로 부득이 올린 길갈의 번제(삼상 13:9)로 인해, 사울은 여호와께서 대체자를 세우실 것이라는 청천벽력의 선언을 들었으며, 얼마간의 군사적 성공에 도취된 사울이었으나 마지막은 이스라엘 평원 길보아산에서 칼 위에 엎어진 비참한 자결이었다.

왕의 홀이 약속된 지파는 엄연히 베냐민이 아닌 유다였기에 이새 집안의 가장 어린 자로 왕위에 오른 다윗에게 존귀와 평안과 견고케 하심의 영원한 언약이 내려진다. 당대 근동에 명멸한 크고 작은 세력들의 합종연횡에서 나타난 조약들과 성경의 언약을 비교하는 연구가 근자에 이루어지고 있다. 히타이트가 주변 봉신국들과 수직적으로 맺었던 조약문서의 형식이 구약의 언약 부여에 투영된 것으로 보는 학자들은 시내산 언약의 원형이 히타이트의 종주권 조약에서 모방된 것으로 추정하며, 소급하여 히타이트와 오랜 기간 교류한 이집트인으로 살았던 모세가 이러한 계약 방식을 해방자 여호와의 주권을 해석하고자 끌어왔으리라 결론짓는다. 한편 구약의 언약 개념을 이러한 제도의 측면이 아닌 신학적 차원으로 접근해 언약의 본문들이 정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선명해졌음에 주목하는 일부는, 성경 편집자들이 이스라엘 역사를 전개함에 하나님의 언약과 성취에 근거해 설명하였음을 주장하기도 한다.

한창 본문비평이 횡행하던 20세기 초엽과 달리 최근에는 히브리어 성경의 사료적 가치를 인정하는 추세를 볼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의 성경은 바빌론 포로기 이후 기록된 특정 민족 종교의 옹호를 위한 문서로 취급되지만, 앞서 살핀 대로 상당수 학자들은 고대의 사상과 관습을 유추할 수 있는 개연성 있는 근거 자료로 성경을 밀도 있게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 고고학의 영역에서 성경의 역사성을 변증할 수 있는 자료가 등장했다 하여 선뜻 인용하는 접근은 자칫 위험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제 아래 살필만한 것이 성경 외에 다윗의 이름이 언급된 최초의 존재인 텔 단 비문(Tel Dan Inscription)인데, 현무암 재질 위에 아람어로 새겨진 ‘다윗의 집’이라는 문구는 90년대 이후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발굴 전까지 다윗과 그 왕국의 실재에 회의적이던 일각의 분위기는 비문의 문구가 성경의 다윗 왕을 지칭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면서 본문의 역사성을 긍정하는 쪽으로 기울게 되었다. 블레셋의 직접 침공에 시달리던 남부 유다 지파 출신으로 사울에게 핍박받으며 한때 블레셋 가드 왕 아기스에 의탁하였던 다윗은 자연스레 블레셋의 선진적 문물과 철기 용병술에 접할 기회를 얻었을 것이며, 이는 왕국의 기틀을 다지는 긴요한 초석이 되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압살롬의 반역으로 인한 절박한 상황에서 따라나선 그렛[크레타]이나 블렛[블레셋] 출신의 용병 친위대 600명(삼하 15:18)은 다윗의 군사적 저변을 알게 하는데, 왕국이 급신장했던 배경으로 주변 강대국들의 세력 약화가 주로 거론된다. 일례로 다윗과 동시대였던 이집트 21왕조의 프수센네스 1세의 시대는 호화스러운 장례로 유명할 뿐 두드러진 대외 활동이 없던 제국의 쇠퇴기였다.

모든 팔레스타인 지역으로부터 조공을 거두며 시나이 사막으로부터 요단 동편 및 시리아 지역까지 그 보호 아래 두었던 언약된 왕 다윗의 이방 대적 진멸의 역사는 오랜 시련과 방황 중에도 변함없이 보호하신 은혜의 결과로 고백되었다. 구심점 부재로 분열과 반목을 거듭하던 언약 백성을 결속토록 하신 다윗의 극적인 승리는, 영원 전 택하신 자녀들 속에 존재하는 모든 인본주의적 우상을 소멸케 할 그리스도의 능력을 예표한다. 그분의 주권적 역사는 무의미하다 한숨짓던 좌절이 온갖 눈물의 풍상 가운데 유의미한 기쁨의 결실로 익어갈 성도의 아름다운 찬미로 오늘도 충만히 계시될 것이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이재규(자유기고가)

솔로몬의 황금시대
피압박과 혼돈의 사사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