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니즘 시대의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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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의 긴 분열시대를 끝내고 스스로 전설의 성군인 삼황과 오제를 아우른 황제라 칭했던 진시황은 중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을 묻는 설문에서 예외 없이 첫 순위에 오르내린다. 영문 표기 China가 그의 제국 Chin에서 유래되었듯, 도량형과 문자를 통일하고 강력한 군현제의 추진으로 중앙집권체제를 정비한 시황제의 통치원리는 이후 동양 군주들의 표준이 되었다. 대업을 이룬 뒤의 꿈은 자신의 혈통에서 2세, 3세 등이 무궁토록 다스리는 것이었으나 말년의 그는 본인의 영생불사를 갈구하게 된다. 매일 밤 산더미 같은 공문서를 직접 처리하고 다섯 차례나 전국을 순행한 행동의 리더십을 보였지만, 마지막 순행에서 50의 나이로 돌연 객사한 황제의 유언은 간신의 손에 농락되었고, 죽음을 감추려 한여름 온량거에서 썩어가던 황제의 시신은 절인 생선의 비린내와 함께 옮겨지는 비운을 맞는다.
충언을 간하다 외지로 쫓겨난 맏아들 부소에게 황위를 물려주려 했던 급박한 유언이 왜곡되며 3세에서 종결된 진의 역사처럼, 인도 원정 이후 바빌론에서 급작스레 요절한 헬레니즘 시대의 개창자 알렉산더의 제국 역시 후계 구도 문제로 조각나기에 이른다. 죽음 앞에 무력한 인간이라는 사실의 직시를 거부했기에 후사를 명시하지 못했던 33세 제왕의 허무한 결말은 피조물일 뿐인 유한한 인생들에게 겸손의 당위성을 교훈하고 있다. 주전 6세기경에 기록된 다니엘서 8장에는 두 뿔 가진 숫양, 곧 메디아를 합병하고 근동의 패자로 군림하던 아케메네스 조 페르시아가 서쪽으로부터 온 숫염소, 곧 헬라 제국에 의해 짓밟히는 장면이 그리스도께서 세우실 성민나라의 일차적 징조에 관한 예언으로 등장한다.
그리스 원정에는 실패했으나 막강한 부의 힘으로 그리스 도시국가 상당수를 매수하여 대립을 조장하던 페르시아를 향한 반격을 처음 계획했던 이는 알렉산더의 부친 필리포스 2세(359~336)였다. 본토 그리스와 혈연관계는 있으나 언어가 달라 바르바로이(야만족)라 멸시되던 북방 마케도니아는 그의 군제개혁에 힘입어 전체 헬라스 동맹의 맹주로 올라섰으며, 페르시아 원정 직전 암살당한 선왕의 유지를 따라 알렉산더(336~323)는 334년 동방원정을 시작했다. 최초로 페르시아군과 대면한 그라니쿠스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소아시아를 장악한 알렉산더는 시리아 북서쪽 이수스 전투에서 다리우스 3세를 패주시켰으며, 페르시아와 연합했던 페니키아의 두로를 함락시킨 후 남쪽의 이집트를 별다른 저항 없이 굴복시킨다.
극도로 복잡한 성격을 지녔던 알렉산더의 일대기를 화려한 전투와 내밀한 고뇌로 그려낸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알렉산더’에는 왕의 개인교사로 초빙되었던 아리스토텔레스가 나일 강의 발원지가 인도에 있음을 강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그리스인들은 세계의 중심인 그리스의 북쪽은 광대한 삼림, 이집트 남쪽은 아득한 사막, 지브롤터 너머 서쪽 끝은 대서양, 동쪽 끝은 인도라 믿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을 알렉산더가 수용했다고 가정한다면, 자신을 다잡아준 스승의 영향 아래 단순한 전쟁광이 아니었던 왕이 이라크 북쪽 가우가멜라 전투(331)에서 페르시아에 결정적 타격을 가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기병과 중장보병의 ‘망치와 모루’를 몰아 인도를 향해 진격했던 대장정의 배경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헬라 제국을 상징하는 숫염소 두 눈 사이의 현저한 뿔(단 8:5)이었던 알렉산더의 원대한 야망은 훗날 로마와 나폴레옹에게까지 이어진 ‘하나의 세계’라는 이상이었다. 살아있던 때뿐 아니라 죽음 후에도 드라크마 은화 등에서 제우스 아몬의 뿔을 가진 존재로 신격화되었던 알렉산더는 동서양 융합의 헬레니즘 전파를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딴 거점 도시 알렉산드리아를 곳곳에 세웠으며, 통합된 제국의 결속을 위해 간소화된 코이네 헬라어를 통용시켰다. 그러나 첫 알렉산드리아가 구약성경의 헬라어 번역판인 70인역의 장소로, 코이네 헬라어가 신약성경을 기록한 언어로 복음의 확산에 기여했던 역사는 누구도 헤아릴 수 없는 여호와 섭리의 넓이와 깊이를 배우게 한다. 만유의 생사존망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살아계심, 언약대로 보내신 아들의 은혜 안에서 우리를 자녀로 사랑하심이 담긴 성경의 권위는 세상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의 빛으로 성도의 마음을 지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