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예수의 출생과 성경의 목적
鷹 źȸ
기독교 뒤집어 읽기라는 부제를 단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의 스테디셀러 ‘예수는 없다’에서 저자는 동정녀 탄생이란 예수에게만 국한된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영웅신화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신화적 화법임을 논한다. 생물학적 진리가 아니기에 이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책의 권고는 거슬러 올라가 신앙의 그리스도와 역사의 예수를 구분한 19세기 슈트라우스의 ‘예수의 생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단한 진실인양 인터넷을 떠도는 이사야서의 ‘처녀 잉태’가 70인역의 실수라는 지적, 즉 히브리어 알마(almah. 젊은 여자)가 헬라어 파르테노스(parthenos. 처녀)로 오역되었다는 진부한 주장은 단어의 의미가 고정적이기보다 문맥에 따라 포용성을 갖는 히브리어의 특성을 간과하고 있다.
알마는 구약의 타 용례를 볼 때 처녀로 번역 가능한 단어이며, 따라서 눈여겨볼 것은 이사야가 해당 내용(사 7:14)을 기술하고 있는 전후의 구조적 맥락이다. 외침 가운데 이방을 의지하며 다윗의 집을 보전하시리라는 약속(삼하 7:16)을 상기치 못하던 아하스는 여호와께 도움의 ‘징조’를 구하라는 권고를 무시했고, 이에 이사야는 왕이 교만히 거부할지라도 주께서 친히 ‘징조’로 함께하심의 약속을 보이시리라 예언한다. 만일 보통의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음으로 해석한다면, 그 ‘징조’란 신의 계시라기엔 차별성이 없는 평범함이 되어버린다. 더욱 의미심장한 구성은 듣고 보아도 깨닫거나 알지 못하리라 선포된 이후 지혜와 계시의 정신(엡 1:17)이 세속적 학식과 배경에 따라 주어지지 않던 섭리일 것이다.
마카베오 가문과의 통혼, 재혼, 근친혼이 뒤섞여 복잡히 전개된 가계의 출발점 헤롯대왕(주전 37~4)은 열 명의 처첩 사이에서 열다섯의 자녀를 얻는다. 로마 권력과의 관계는 화목했으나 자식들과는 그러하지 못하였으니, 헤롯이 가장 사랑했으나 그에 의해 죽음을 맞았던 둘째 부인 마리암매의 두 아들은 외가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가문을 혐오했고 모친처럼 헤롯을 배신한다. 왕은 비밀 유언장에서 오랫동안 무시했던 첫째 부인의 소생 안티파터 2세를 후계자로 선택하지만 그 또한 분란을 일으켰고, 아우구스투스의 중재에도 추잡히 이어지던 유력 계승자들의 암투는 끝내 부친이 승인한 처형으로 마무리된다. 세 번째 유언장이 지명한 계승자는 넷째 부인의 아들 안티파스, 훗날 예수께서 ‘저 여우’로 칭하신 자였다.
모든 것을 쥔듯했던 대왕의 말로는 신의 분노로 간주되던 병마와의 사투였으니, 명의들이 달라붙었지만 ‘죽지 못한 시체’였던 몸은 무서운 가려움증과 부패로 액체가 흐르고 벌레가 우글거리며 살이 부푸는 참상이었다. 명석한 판단력이 흐려지던 60대 후반 즈음 동방박사, 일설에 이방 종교의 사제직을 맡은 존재로 추정하는 점성술사 혹은 현인들이 헤롯을 방문한다. 별의 인도를 따라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를 찾아왔다는 사연은 왕위를 지키고자 혈육의 살육도 마다치 않던 헤롯에게 심대한 충격이었을 터이나, 노회한 그는 대제사장과 서기관을 불러 그리스도의 출생처를 물었다. 선지자의 예언(미 5:2)을 확인한 헤롯은 박사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며 자신에게도 고할 것을 당부했고, 그들이 아기 예수께 경배한 뒤 현몽에 따라 다른 길로 귀국한 기사는 사복음서 가운데 오직 마태복음에만 등장한다.
역사학의 기본으로 중시되는 사료비판은 사료의 진위를 확인하는 외적(하급)비판, 그리고 본문(text)비판과 문맥(context)비판을 통해 사료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내적(상급)비판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비평적 방법론이 적용된, 원본이 없는 성경의 사본 및 역본을 대조하는 본문비평과 그 본문의 역사적 배경을 연구하는 고등비평은 스스로 추론의 한계를 넘지 못하면서도 성경의 신뢰성을 공박한다. 그러나 경 자체가 전체로 변증하는 구조에 주목할 때,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께서 구약의 언약을 이루려 오신 그리스도이심을 동방박사가 드린 예물 셋이 상징하는 선지자, 왕, 제사장 직임의 성취로 증거한 마태복음은 - 마가(신분), 누가(사역), 요한(본성)으로 이어지는 논리와 함께 - 태초의 혼돈과 공허에 말씀으로 창조를 명하신 절대자의 자기 계시인 성경의 기록 목적을 택하신 양들에게 밝혀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