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5-12-13 18:43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허무주의의 아이러니: 절대가치의 붕괴와 도덕의 극성 !

성경신학적 관점에서 본 니체 이후의 현대철학 〈112〉


“허무주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최고 가치들이 탈가치화하는 것.” 1900년에 죽은 ‘신 죽음’ 선언의 철학자 니체의 유고(遺稿, 죽은 사람이 생전에 써서 남긴 원고)에 나오는 내용이다.(Friedrich Nietzsche, 유고 니체전집22(KGW VIII 3), 백승영 역, 서울: 책세상, 2000, 22~23쪽) ‘최고 가치들이 탈 가치화한다’는 말은 오랫동안 인간의 생각과 생활을 지배했던 절대적 진리가 무의미하게 되었다는 뜻이 다. 그러한 진리의 목록에 속했던 것들은 ‘신’, ‘영원한 진리’, ‘불멸하는 자아’, ‘역사의 발전’ 등과 같은 인간 의 본질이자 궁극적 목적이었던 절대적인 가치들이 었다. 그런데 니체는 이러한 말들이 모두 소용없게 되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것들은 인간이 스 스로 조작해서 만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말들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지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2천 500여 년 동안 유럽 사회에서 날 조되어 왔다는 것이 니체의 지적이다.
인간이 삶의 일정한 목적 내지 이상을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모든 물질적이며 정신적인 산물이 문 화(文化)라면, 유럽 문화는 지속적으로 날조된 ‘절대 가치’에 의해 왜곡 당한 역사가 된다. 언어와 학문, 예 술과 종교 나아가 도덕과 규범들은 그 어떠한 실체도 없는 것들이며, 단지 인간 생존을 위한 욕망을 실현 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교묘하게 통제하기 위한 수단 이었으며, 미래의 목표와 이상들로 맹목적인 설치물 이었다.
100여 년 전 서양문화를 ‘허무주의’라고 규정하면 서 어떠한 고정된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고발하 며, 결국 절대자인 ‘신’의 죽음을 갈파(喝破)했던 독일 철학자 니체, 그의 이러한 진단은 가장 세속화되고 부패한 오늘날 동서양의 종교문화 행태들을 보면, 종 교 문화를 지배하는 것이란 바로 이권과 패권, 거짓 과 술수 나아가 음모와 위장의 이데올로기로 보이게 한다. 키에르케고르를 비롯한 유신론적 전제를 가진 실존철학자들이 말하는 ‘신 앞에 홀로 서서 주체적으 로 바르고 선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이미 그 시기가 훨씬 지나버렸다고 할 수 있다. 올바른 신앙적 판단 인가를 고민하기에는 그 종교문화의 환경 자체가 너 무나 퇴락했으며 최소한의 의미를 찾기에는 ‘패역한 너무나 패역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종교문화 속에서 니체가 예고했던 한 가지 예의 주시할 행태가 있다. 바로 ‘도덕적 양심’이라는 권위다. 니체는 ??도덕의 계보학??에서 도덕은 ‘교 묘하고 비겁한’ 타인 억압의 전략과 전술이다. 마치 불변의 선한 도덕적 실체가 있는 듯 행동하면서 신을 부정하는 사람들에게마저도 그의 도덕적 행동 앞에 서 신의 존재를 다시 찾고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타 인의 마음까지 빼앗는 고도의 정치적 술수가 바로 도 덕이다. 이제까지 억압했던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서 상호 공생이 가능한 왕국, 이른바 ‘도덕이 지배하는 국가’를 수립하자고 하며 모든 것을 희생하는 듯한 부 드러운 어조와 이타심으로 완벽한 지배의 틀을 만드 는 자들이 바로 음흉한 ‘권력의지’를 숨긴 도덕적 양 심가들이다. 이러한 니체의 고발을 따라가 보면, 도 덕은 이론과 실천 면에서 타인 억압장치로서 앞으로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다. 왜냐하면, 절대적인 가치 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인류를 ‘신’처럼 지배할 수 있는 전략적 통치 수단이 바로 ‘도덕적 양심’과 ‘양 심적 행위들’이기 때문이다.
절대 가치가 없는 시대에 더 극성을 부리는 것, 그 것은 절대 가치가 있는 것처럼 속이는 ‘도덕’의 간계 일 것이다. 도덕적 행위는 어느 누가 보더라도 인간 에게는 불멸의 ‘양심’이라는 본질이 분명히 있음을 믿 도록 압박할 것이다. 이는 최고 가치인 신의 존재가 사라졌기 때문에, 인류는 스스로 자기 삶이 살만하다 고 스스로 정당화하기 위해 ‘자기 기준의 도덕적 선악 판단’을 강화할 것이다. 동시에 타인을 적절하게 활 용하고 지배하기 위해 도덕적 친절로서 타인 지배를 정당화할 것이다. 그래서 미래는 절대가치가 사라졌 기 때문에 오히려 안정과 치료를 위한 마취제로서 종 교적이며 도덕적이고 동시에 정치적이고 예술적으 로 다양한 위장술들이 더욱 그럴듯하게 지배력을 강 화할 것이다. 허무주의에 의한 무가치와 무의미가 미 래의 인류 사회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수록, 절대가치를 운반하는 수많은 ‘대리기사’들이 더욱 활 발하게 움직일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은 다 있지만 목적은 없”(앞의 책, 456쪽)는 미래가 되어갈 것이다. 니체는 이러한 시대 진단과 함께 서양 기독교에 대한 저주와 증오로 일관하며 기독교로 다시 돌아올 수 없 는 길을 가고 만다.
오래전 영특한 듯 보이는 피조물로서 지상 최고의 영광과 동시에 최악의 허무를 체험한 솔로몬 왕을 우 리는 잘 알고 있다. ‘지혜’가 별칭이었던 그도 스스로 하나님의 엄격하고도 엄중한 심판 아래 있었듯이, 인 간은 자기 삶을 어쭙잖게 변명하면서 삶의 주인이 자 기인 양 착각하는 ‘저주’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짐승과 다를 바 없다는 하나님의 심판을 아 는 지혜를 결코 거두어가지 마시길...
16 내가 해 아래서 또 보니, 재판하는 곳에 악이 있고 의가 있어야 할 곳에 악이 있었다. 17 내가 마음속으로 말하기를 “하나님께서 의인과 악인을 심판하실 것이니, 이는 모든 목적과 모든 일이 이룰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하였다. 18 내가 사람의 일에 관하여 마음속으로 말하기를 “하나님께 서 사람을 시험하셔서 사람도 짐승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닫게 하신다.” 하였으며, 19 사람에게 닥치는 일과 짐승 에게 닥치는 일이 똑같다. 하나가 죽는 것처럼 다른 것도 죽 으니, 모두가 같은 호흡을 가졌다. 사람이 짐승보다 나은 것 이 없으니, 모든 것이 헛되다.(바른성경, 전 3:16~20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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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을 지극히 하기 위해서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