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무엇을 사람의 근본으로 삼아야 할까
自天子以至於庶人, (그러므로) 천자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자천자 이지어서인
壹時皆以修身爲本。 하나 같이 모두 수신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일시개이수신위본
其本亂 而末治者否矣 자신의 근본을 어지럽게 하고서 끝을 다스리는 자는 없고
기본난이말치자부의
其所厚者薄, 而其所薄者厚 未之有也。 그 두터이 할 것은 얄팍하게 하고 그 얄팍하게 할 것은
기소후자 박이 기소박자후 미지유야 두터이 하는 자는 있지 않다
<대학 경문>
본문은 대학 경문의 결론이다. “천자로부터 서인”까지 모두를 언급한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음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일시는 ‘한 시’ 또는 ‘동시에’, ‘하나 같이’ 등의 뜻이 있다. ‘개’는 모두(all)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지위가 높든지 낮든지 직업이 무엇이든지 모든 사람은 ‘수신(cultivation of the person)’을 근본(the root, 뿌리)으로 삼아야 함을 말한다.
이 근본을 어지럽게 해놓고서 그 말단의 일들을 잘 처리하는 사람은 없다. 말단의 일들이 근본을 따라서 자라나오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그 두터이(중시)해야 할 것을 소홀이 하고 그 소홀이 할 것을 두터이 하는 자는 없는 것이다.
유학에서 강조하는 것은 수신이다. 이미 밝혀졌듯이 수신은 격물(格物)에서 시작된다. 격물은 사물이나 사태를 자신이 직접 관찰하고 살피는 일이다. 이 관찰과 살핌을 계속할 때 그 사물의 본성을 알기에 이를 것이다. 이것이 치지(致之)라 한다. 격물과 치지가 진행되는 내내 내 마음 안에서는 늘 진정한 뜻이 동반되어야 하고 마음가짐이 바루어야 한다. 전자를 성의(誠意)라 하고 후자를 정심(正心)이라 한다. 격물과 치지가 밖으로 드러난 자신의 닦음이라면 속뜻을 진정으로 하고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성의와 정심은 안으로의 자신의 닦음이 된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자신을 닦는 것을 어떤 일보다도 근본의 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유학의 강령인 것이다.
수신에 대한 서양의 이해는 인격의 개량 또는 문명화로 나타나고 있다. ‘퍼슨(person)’은 인간과 같은 존재(a human being), 또는 인간다운 삶을 형성하는 특성을 지닌 존재를 뜻한다. 그것은 서로 다른 훈육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에 의해 다르게 정의될 수도 있고 시대와 장소의 다름에 따라서도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 ‘person’은 4~5세기에 신학적 논쟁이 일어나면서 삼위의 하나님을 뜻하는 ’위‘를 뜻하기도 하였다. 그것은 헬라어 ‘프로소폰(πρόσωπον)’이나 로마어 ‘퍼르소나(persona)’에서 유래한 것으로 무대에서 연극배우들이 쓰는 ‘가면’을 뜻하였다. 다양한 가면들은 무대연기에서 다양한 얼굴들(인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한편 ‘cultivation’은 곡물을 자라게 하게 위해 땅을 개간한다는 뜻이나 교육 또는 훈련 등을 통해서 무언인가를 개발하거나 향상시킨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를 요약하면 서양에서의 수신이란 곡물을 자라게 하기 위해 준비하듯이 자신의 인간다움을 자라게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좀 더 달리 설명하면 동양의 수신은 본성으로 주어진 어떤 선한 것을 그대로 자신 안에서 선하게 발아하게 하다보면 수신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여긴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수신은 참다운 자기모습을 형성되게 하기(being formed)이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자신을 여러 가지로 드러낼 수 있는 모습 중에서도 사람다움을 발달시켜 나가는 것(developing the person)이라 할 수 있다. 즉, 수신은 자기를 개량해 가기인 것이다.
성경 안에서 수신을 어떻게 이해되어야 할까. 예수를 믿는 사람이 어떻게 자기를 자기답게 알고 또한 성장시켜 갈 것인가.
성경은 모든 인간이 죽어야 하는 존재라고 가르친다. 인간은 주도적으로 자기의 바른 모습을 형성할 능력이 없다. 죄를 지어서 자신을 바르게 볼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든지 예수님을 믿으면 이 죽음으로부터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요3:16).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면 되는 것이다(요3:5).
물과 성령으로 거듭남은 사람의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하다. 사람은 물과 성령의 거듭남 곧 죽음에서 영생으로의 옮김을 믿으면 된다. 그리고 이 믿음에 의한 열매를 맺으면 된다. 그 대표적인 열매들이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라 할 수 있다(갈5:22-23).
대한의 기독인들이여! 예수를 참으로 믿는 자라면 자기를 바르게 보는 일을 근본으로 삼아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는 일에 집중하자. 그리고 성령의 열매들을 주렁주렁 맺히게 해서 우리 각자의 삶을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 자비와 양선과 충성, 온유, 절제 등을 실천해가는 사람들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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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문태순 박사(교육학박사), 백석대 외래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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