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6-03-09 20:57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중국 문화 속의 니체 신드롬: ‘신의 죽음


“현재 중국의 젊은이들은 니체에게 가서 이데올로기의 소외감에 대한 해독제를 얻는다”(David A. Ke-lly, "Nietzsche and the Chinese Mind", Graham Parkes(ed.), Nietzsche and Asian thought, The University of Chicago, 1991, p.167.) 25년 전 호주 국립대 켈리(David A. Kelly) 교수의 말이다. 니체 사상과 동양 문화의 접촉을 현대사상사의 맥락에서 다루는 것은 이미 한 세기를 훨씬 넘어 이제는 지적 논의에서 일반화한 주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동양 문화 속에 확산해온 니체 ‘신드롬’ 내지 ‘열풍(熱風)’은 어느 시기에 갑자기 등장하지 않았다. 니체가 죽었던 때(1900)부터 니체의 예언대로 ‘허무주의’는 중국 대륙에 상륙하여 중국근현대사의 격동기에 깊이깊이 침투하게 된다.(이상욱, “현대 중국의 니체 이해의 세 가지 방법”, 『니체연구』 제28집, 2015년 가을, 254~259)
앞서 말한 켈리 교수의 말대로 중국의 젊은이들이 느낀 소외감을 달랠 수 있는 묘약이 니체였다는 말은 다른 사람이 아닌 니체 자신의 예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빨리 중국에 전해졌다는 것이 중국근현대사도 니체가 말한 ‘허무주의의 역사’라는 틀 속에서 급속하게 진행했다는 점을 방증해준다. 앞의 책이 편집될 무렵이라면, 당시 젊은이들은 ‘천안문 사태’(1989년 6월 4일)의 주인공들이다. 정치 민주화와 경제적 평등 그리고 언론 자유에 대한 갈망을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사력으로 무차별 탄압했던 그 사태의 한가운데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추종했던 지성인들과 젊은이들은 ‘니체’를 처방전으로 선택한 것이다. 
여러 차례 본 지면을 통해 밝힌 것처럼, 이 시대의 니체 신드롬은 다르게 말하면 ‘신의 죽음’으로 대변되는 ‘절대가치의 철저한 붕괴’가 더욱 퍼져나갈 것이라는 점이 그 핵심이다. 현대 서양 철학의 개관에서 니체를 빼고는 결코 시작할 수 없다는 말에는, 현대 서양 사상을 쉽게 접하는 전 지구에 확산하고 있는 바이러스가 또한 신의 죽음이라는 절대 가치의 붕괴를 필연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현대 중국의 무참한 역사와 니체라는 서양 사상가의 중국 상륙을 연관 짓는 것이 무리한 시도라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중국의 현대는 정치뿐만 아니라 사상의 격동기이기도 하다. 한 세기에 모두 겪었던 상황들, 봉건주의 몰락과 제국주의 등장, 자본주의 유입과 사회주의 건립은 중국 지성인들과 시대를 고민하는 젊은이에게는 그 급변의 시대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는 사상사적 틀을 절실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중국 고대부터 내려온 공맹(孔孟)의 유가(儒家) 사상과 이에 대한 반발인 노장(老莊)사상은 부지불식간에 중국 문화의 넓은 지평을 이룬다. 그런데 청조(淸朝)의 몰락과 멸망 이후 가속화하는 봉건제의 붕괴와 외세의 침략 그리고 사회주의로의 전환 과정에서 어떠한 뚜렷한 사상도 없었던 상황은 니체가 말한 미래에 도래하여 전 지구적으로 확산될 ‘허무주의라는 무서운 손님’이 찾아온 것으로 이해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니체의 사상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여러 가지 개념들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그의 사상을 설명해 준다. 즉 역사관인 ‘허무주의’와 ‘신의 죽음’의 역사, 신 죽음 이후의 고대하는 ‘초인 사상’, 종교가와 도덕가를 포장하고 있는 악독하고 악질적 본능인 ‘원한 감정’, 개인의 무한 창조의 길로서 ‘예술가의 창조 의지’와 ‘자기 극복’, 삶의 무한한 정당성인 ‘동일한 것의 영원한 회귀(回歸)’가 대표적인 개념들이다. 이러한 개념들이 20세기 초엽에 중국에 유입되어 20세기 말 격변의 시대를 지나면서 이데올로기들(ideolougues)은 니체의 개념들을 사용하여 중국을 이해하고 중국인을 계몽시키는 결정적인 방책으로 사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중국의 국민 계몽을 시도했던 주요한 중국의 주요 문필가들이 사용한 니체의 ‘권력의지’ 개념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해석되면서 학생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이를테면 ‘너 자신이 되어라,’ ‘모든 가치를 재평가하라’ 그리고 ‘초인을 배워라’ 등은 중국 지성인에게 삶의 슬로건이 되었을 정도다. 극단적인 음울한 사건들도 니체의 이름으로 일어나기도 했다. 청년연맹(Youth League) 소속 회원들이 여자 친구를 살해하고 그리고 자신도 자살하기도 했다. 집단 거주지에서는 니체와 사르트르의 작품에 바치는 메모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1900년에 생을 마감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허무주의가 장차 지구 전체에 확대할 것을 예고한 니체의 말대로, 현대 중국에서 니체는 분명한 문화적 현상으로 더욱 인상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이다. 의식의 해방과 문화의 자유를 갈구하는 한 니체는 파괴와 극복 그리고 창조의 대명사가 될 것이다. 전통적인 모든 우상의 파괴자로서 동시에 새로운 자유 경험의 상징으로서 니체는 중국 나아가 아시아에서도 지속적인 새로운 ‘문화혁명의 대부(代父)’로 자리 잡아 갈 것이다.
니체 사상의 중국 확산, 우리는 이 현상의 핵심에서 ‘신의 죽음’이라는 니체의 개념을 우선 파악해야 할 것이다. 니체의 영향을 받는 어떠한 문화라도 반드시 ‘신의 죽음’에서 출발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신의 죽음은 서양 기독교에 대한 전면적 해체가 그 본질이다. 그와 더불어 절대적 가치로 군림하고자 했던 모든 종교적이며 이념적 가치들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 뒤를 따를 것이다. 광활한 대륙 중국의 급부상과 동시에 니체가 말한 신의 죽음을 필요로 하는 문화의 확산, 우리는 현재 중국의 역사에서 분명하게 봐야 할 것이 있다. 한국 성도보다 두 배 이상으로 많은 신자가 사는 기독교 강국인 중국에 더욱 퍼져나갈 신 죽음의 니체 신드롬, 바로 하나님의 엄중한 심판 섭리를.

너 다니엘아, 너는 이 말씀들을 간수하여 마지막 때까지 이 책을 봉함하여라. 많은 사람이 빨리 오가며 지식을 더할 것이다 (바른성경/단 12:4)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천하 평화에 이바지하려면(1)
나라를 다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