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사악하게 즐기는 두 얼굴: 자본주의와 테러리즘
또 일어나고 말았다. 전대미문의 전쟁이 일어 날 것이라고 경고했던 니체의 저주가 이제는 몸 서리난다. 지난 6월 26일 같은 날 프랑스 동남부 생 캉탱 팔라비에 가스공장 폭탄 테러 1명 사망, 튀니지 휴양지 총기 난사 38명 희생, 쿠웨이트 수도 이슬람사원 자폭 테러 27명 사망 202명 부 상, 소말리아 중남부 아프리카연합(AU) 군사기 지 피격 최소 30명 사망, 7월 1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 군 검문소와 경찰서 6곳 피습 군인 민간인 70명 이상 사망, 군인 55명 부상. 마치 우리 시대 가 아닌 이미 지난 전쟁의 희생자 보고를 보는 듯 하다. 하지만 아니다. 이는 몇 주 전에 일어나 아 직도 핏자국이 채 사라지지도 않은 테러의 희생 목록이다.
IS의 잔인무도한 테러가 우리를 분격(憤激)에 서 좀처럼 헤어나올 수 없게 한다. 그리고 이 살 인 집단의 확산과 증대는 전 지구촌으로 그 세력 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 미국 국무부 보고에 따르 면, 90여 개 나라의 1만 6000여 명의 외국인들 이 IS에 가입하기 위해 시리아로 갔다고 한다. 트 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SNS 홍보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이 힘겹게 살아가는 유소년과 젊은이들, 이른바 ‘외로운 늑대’들을 불러들인다.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를 묻는 시대는 분명하게 지나가고 있다. 니체가 가치평가의 절대 기준인 ‘신의 죽음’을 공식화한 이래, 서방뿐 아니라 이제 는 전 지구적 현상 가운데 가장 일상화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선악 기준의 소멸 현상이다. 종교인들 의 숫자가 늘어가는 추세를 보고 ‘신의 부활’을 말 하는 것은 순진하고 어리석은 판단이다. 왜냐하 면, 니체는 신의 죽음의 확산은 오히려 더욱 많은 허구적 종교들이 번성하리라는 것을 예측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대의 종교 확산은 니체의 신 죽음을 더욱 입증하는 사례가 된다.
니체는 허구와 조작의 결과인 종교의 확산과 함께 ‘절대군주’가 없으므로 누구나 절대자가 되 려는 야욕으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또한 확 산될 것이라는 예고를 한 바 있다. 그리고 자신을 서양 가치의 근본적 파괴자로, 서구 정신세계에 최초로 다이너마이트를 던진 ‘테러리스트’로 선 언한 바 있다. 더욱이 이젠 신의 자리, 절대 가치 로 자리 잡은 재화(財貨) 혹은 자본은 종교적 ‘교 리(敎理)’의 권위를 갖게 되었다. 모든 신학적이 며 철학적인 이론 체계는 이 자본이라는 교리를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종교적 명분으 로 포장하면 할수록 그 목적은 더욱 분명해진다. 더 많은 재화와 물질을 소유하기 위한 쟁탈전의 양상이 더욱 살벌하게 전개된다는 것뿐이다.
이처럼 종교의 확산은 필연적이다. 왜냐하면, 죽어버린 신의 이름이 점점 전 지구적으로 보편 화하는 징후로서, 인간이 이제까지 보존해왔던 모든 허구적인 가치들을 파괴해야 하기 때문이 다. 이러한 파괴의 세계적 보편화를 주도하는 전 위대가 바로 테러리스트다. 사악하게 즐기는 파 괴자이며 약탈자이고 겁탈자들인 이들은 물질 앞에서 추악하기 그지없는 물욕의 상징인 자본 주의의 또 다른 얼굴일 뿐이다. 신이든 종교적 명 분이든 모두 자본 쟁탈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지 너무 오래되었다. 최후 승리의 주인공이 없는 막 장드라마로 치닫고 있는 이 시대의 자본주의의 포악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증거가 테러 리스트다.
니체 계승자 독일 칼스루에 예술대학 철학/미 학 교수로 재직 중인 페터 슬로터다이크(Peter sloterdijk, 1947~)에 따르면, 자본주의와 이슬 람 테러리스트의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결코 믿 을 수 없는 것을 유일하게 믿을 만한 것으로 현현 시키는” * 페터 슬로터이이크 지음, 『세계의 밀착: 지구시대에 대한 철학적 성찰』, 한정전 편집, 서울: 철학과 현실사, 2007, 84쪽 자들이다. 니체가 말한 신의 죽음과 관련지어 정리해 본다면, 그 집단들은 자 신들의 이익과 욕심을 위해 절대자인 신을 우선 ‘ 죽여 버리고 그래서 결코 신을 믿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이제는 자기 욕심에 맞춘 신을 가공하 고 날조할 수밖에 없는 자’들이다. 슬로터다이크 에 의하면, 이러한 허구적인 자기 속임과 악랄한 기만술책을 야기하는 실망스러운 사건들은 아직 더 많이 겪어야 한다고 예측한다. 신자유주의라 는 물욕에 미친 광신도들의 날뜀은 동시에 테러 리스트의 번창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는 뜻일 것이다.
한순간 수백 명을 죽이는 테러 현장의 폭발음 과 눈부신 광채가 나는 신차(新車) 모터쇼의 팡파 르의 차이는 점점 사라져 버릴 것이다. 왜냐하면, 모두 결국 ‘돈 잔치’를 벌이고 싶은 욕망과 직결되 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 바울 사도의 마지막 유 언이 ‘돈 사랑’의 철저한 경계인 것을 주목하면서 우리는 이 시대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엄격한 손길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지혜를 간절히 간 구할 수밖에 없다.
1 너는 이것을 알라. 말세에 어려운 때가 올 것이다. 2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랑하며, 교만하며, 모독하며, 부모를 거역하며, 감사하지 않으 며, 거룩하지 않으며, 3 무정하며, 화해하지 않으며, 비 방하며, 절제하지 못하며, 사나우며, 선한 것을 좋아하 지 않으며, 4 배신하며, 조급하며, 자만하며, 쾌락 사랑 하기를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하며, 5 경건의 모 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부인할 것이니, 너는 이런 자들에게서 돌아서라.(바른성경/ 딤후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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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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