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는 다시 돌아간다

(The Tao’s Returning)

反者 道之動,(반자 도지동)
돌아가는 것은 도의 움직임이고,

弱者 道之用。(약자 도지용)
약한 것은 도의 씀이다.

天下萬物生於有,(천하만물생어유)
하늘 아래 만물은 유에서 생겨나고,

有生於無。(유생어무)
유는 무에서 생긴다.
 (노자 40장)


반(反)은 돌아감(반, 返, return)이다. 도가 돌아간다고 하면 반드시 도의 시작이 있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노자의 도는 무(non-being)에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도의 돌아감은 당연히 무로의 돌아감이 된다. 다르게 표현하면 도의 동(움직임)은 그 시작에서 나왔다가 다시 그 시작으로 돌아가고 다시 그렇게 나왔다가 돌아가는 반복 그 자체이다. 이런 이유에서 동양사상은 순환의 역사의식 혹은 나선형의 역사의식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도가 움직이는 중에 어떻게 쓰여지는가. 도의 쓰임은 약함이다. 도는 비어 있다. 그렇다고 하면 도의 동(움직임)은 빔에서 나오고 다시 빔으로 돌아간다. 도의 움직임이 빔이기에 그 쓰임이 약하다. 그런데도 도는 약함을 써서 만물을 이루어 낸다. 땅이 하늘의 온갖 변화를 묵묵히 받아들여 동식물과 만물을 길러내는 것이 도의 약함의 참 모습이다.

하늘 아래의 만물은 있음에서 생겨났다. 있음(有)이란 단지 도의 움직임(動, move)과 도의 쓰임(用, function)일 뿐이다. 만물은 도와 도의 움직임과 도의 쓰임이 그 전체를 이루고 있다. 다시 말하면 무 또는 허무가 늘 돌아가는 움직임과 약함으로 기능하기에 만물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유(있음)는 어디에서 생겼을까. 그것은 무에서 생겨났다. 유가 존재라면 무는 비존재이다. 유가 도의 움직임과 약함을 작용으로 삼고 있다면 도 자체는 빔이자 무다. 다시 말하면 도는 비존재이고 유는 도의 동과 약이 있는 실재의 세계이다. 이렇게 되면 노자의 만물의 존재방식은 도(무 또는 허)에서 시작해서 동하고 약으로 쓰이면서 언젠가는 다시 무(빔)으로 돌아가는 형식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현재의 나를 포함한 모든 실재는 무 또는 빔(허)에서 생겨난다. 그리고 무 또는 빔으로 돌아간다. 이것이야말로 노자에게 있어서 도의 실천이자 완성이었다. 만물은 이 길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기독교는 하나님이 우주의 창조와 만물을 창조한 것으로 믿는 종교이다. 기독인들은 만물의 존재가 하나님으로 말미암았고 언젠가는 다시 하나님에게로 돌아간다고 믿는 자들이다.
기독교와 노자사상의 공통점은 만물이 그 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는 만물이 하나님께로 나와서 하나님께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도에서 나와 도로 돌아간다는 노자의 사상과는 전혀 다르다.

기독인들에게 돌아감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그것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완전함으로의 돌아감이다. 이 경우의 돌아감은 영원한 하나님 나라로의 돌아감이다. 또 하나의 돌아감은 세상의 삶이 허무함을 증명해준다는 것이다.
솔로몬은 화려한 인생을 살았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었고, 최고의 재력가 중에 한 사람이었으며, 일천여 명의 여인들을 아내와 첩으로 맞이한 사나이였다. 그는 이스라엘 안에서는 물론 주변의 여러 나라에서 유명한 스타 중에 스타였다. 하지만 그는 전도서를 저술하면서 그 첫마디에 이렇게 적고 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도서 1:2)
왜 그가 자신의 삶을 헛되다 다시 말하면 ‘의미가 없음’(meaningless)이라고 했을까. 한 마디로 말해서 솔로몬이 쌓은 지성과 재력과 명성 안에는 하나님이 계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후에 깨달은 것이지만 사람의 본분은 지식을 쌓고 재물을 추구하고 명성을 좇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었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전도서 12:13) 같은 맥락에서 솔로몬은 “여호와를 아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잠언 9:10)라고 고백할 수 있었다.

하나님은 영원히 하나님이시다. 그분은 나아오든 돌아가든 언제나 하나님일 뿐이다. 만물은 그 분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외의 다른 어떤 삶도 어떤 존재도 헛될 뿐이다. 기독인은 영원히 하나님이시고 또 영원히 하나님이신 그분 안에서만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이것이 기독인이 나오고 돌아가야 할 길(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