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4-06-06 08:54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성경의 완전성과 서구 지성의 파산


니체가 말한 ‘신의 죽음’은 또 다른 그의 말인 ‘모든 것이 허용되었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 이는 영원불변의 절대적 존재라 했던 신이 죽어버렸으므로 이제부터 인간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말로 서로 연결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신의 죽음은 인간에게 모든 것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된다. 왜냐하면 신의 죽음은 신에 관한 인간의 자기 이해력에 대한 포기라는 연쇄 부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간 이해력의 무한한 진보는 근대 유럽의 가장 분명한 특징이었다. 과학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이러한 가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첨단 기계문명을 양산했다. 급기야 다양한 과학 상식들은 신의 창조 영역에 해당하는 분야까지 그 경계를 허물어 버렸으며, ‘신궁’(神宮)의 비밀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음을 거침없이 폭로했다. 
그런데 스캔들은 더 큰 다른 비극의 까닭이 되듯, 신의 죽음은 반드시 인간의 죽음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신에게 부여했던 권한을 인간의 능력으로 되돌려 놓은 듯 했지만, 절대자인 신을 죽여 본 경험이 있는 인간에게는 이제 죽이지 못할 대상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인간 능력에 대해 아무리 높이 평가한다고 하더라도, 신의 죽음을 지켜보았던 터라 인간은 자신에 대해 무한성과 불변성을 결코 쉽게 적용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진보와 발전처럼 보이는 것들은 인간의 미래 불안과 상호 불신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인간 내면에 숨겨진 자기 불신과 자기 파멸의 두려움을 일찌감치 간파한 철학자가 있다. 바로 오스트리아 출신 영국 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 1889~1951)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철학적 개념들은 자신의 허구를 숨기거나 조작하려는 수단에 불과하다. 진리는 고사하고 언어의 정교함을 더할수록 혼돈과 무질서를 가중할 뿐이다.
그는 서구 형이상학의 언어를 ‘사이비 개념’으로 불신하고 해체하고자 했다. 이러한 작업이 마지막 남은 철학의 임무라고 보았다. 철학 혹은 종교와 관련된 개념을 말하려면 차라리 입 닫아걸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철학함에서 불명료한 소리만 내뱉길 원하는 최후에 도달”? 프랑크 하르트만, 『미디어철학』, 이상엽 외, 서울: 북코리아, 2008, 196쪽 재인용 했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과 근본적으로 차별화하는 특징이었던 인간의 ‘언어’란 이제 사실을 서술하는 수단이 아니라 시야를 점점 흐리터분하게 하는 애물단지가 된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의 정보는 진리이기 때문에 유통되는 것도 아니며 힘든 작업을 통해 전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원하는 모든 것들을 이미지화하고 시각화하여 빠르게 무한히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 전달의 미디어였던 문자 기능은 박물관으로 간 지 오래되었으며, 허구조작과 사실왜곡의 매트릭스(matrix)인 가상세계(假想世界, virtual world)에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사악하고 무서운 정보 왕국이 구축되고 있다.
신의 죽음을 선전하는 전도사 ‘니체의 차라투스트라’ 무리들은 현대를 이렇게 몰아간다. ‘기독교의 신은 죽었으므로 신의 말씀이라고 하던 성경 권위도 마땅히 버려야 한다. 그리고 성경의 문자 기록도 반드시 불태워야 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문자 미디어 중심의 서양 근대 교육을 조장했던 나쁜 미디어가 바로 수많은 언어로 번역된 성경이기 때문이다. 인류를 오류의 늪에 빠지도록 한 원인이라면 바로 성경을 일찍 불태우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 상황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성경의 ‘충족성, 완전성 그리고 불변성’? 박용기 저, 『종교와 기독교 그리고 성경』, 성남: 진리의말씀사, 2013, 57~58쪽. 을 향해 타오르는 영혼의 목마름과 동시에 해갈이 있다는 것, 은혜로운 너무나 은혜로울 따름이다.

오너라, 듣는 자는 오고 또 목마른 자도 오게 하며, 원하는 자는 값없이 생명수를 받게 하여라.
(계 22:17/바른성경)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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