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3-03-22 10:14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처참한 고통, 신성(神性)에 대한 절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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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나스는 인간이 파악하려는 궁극적 존재를 ‘비인격적 삼인칭’에 비유한다. ‘It rains.’에서 ‘It’은 무엇인지 규정할 수 없다. 이 구조에서 주어는 처음부터 규정할 수 없는 것으로서, 문법적 필요성 때문에 등장한 것이다. 그렇다고 비가 내리는 사건의 배후에 어떤 원인을 가정하거나 현상의 정확한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도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문장에 들어있는 모든 주어는 문법적 기능을 수행할 뿐 궁극적인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무엇인가 표현하려고 의도된 문장이지만 그 대상과 행위의 필연적 연관성을 주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진리를 말할 때 일반적으로 개념과 대상의 일치라고 한다. 사과를 보고 사과라고 말하면 진리이지만 사과를 보고 배라고 하면 비진리가 된다. 나를 보고 ‘박홍기’라고 해야지 ‘홍길동’이라고 하면 비진리가 된다. 그러나 ‘용기’나 ‘사랑’, ‘행복’이나 ‘자유’를 지칭한다고 할 때 이러한 대응관계는 그 힘을 잃어버린다. 왜냐하면 위의 개념들은 처한 경우마다 그 규정하는 바의 의미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신(神)’이나 ‘존재(存在)’를 대상으로 하면 우리를 더 미궁으로 몰아간다. 다시 말해 개념과 대상의 정확한 일치를 진리라고 보는 우리의 태도는 본질적 진리에 도달하기 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하지만 레비나스는 ‘정의(正義)’나 ‘평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규정할 수 없다는 한계 속에서, 규정할 수는 없지만 ‘이미 경험하고 있는’ 진리의 사건 즉 ‘궁극적 존재’에 대한 희미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빛’이 다가온다고 본다. 가령 ‘정의란 무엇이다’는 명확한 규정보다, ‘정의란 무엇일 수 없다’는 소극적이며 부정적(不定的)인 규정 속에 더욱 편안하고 친숙한 진리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낮에 나타는 밤”(에마뉘엘 레비나스, 󰡔존재에서 존재자로󰡕, 서동욱 옮김, 96)이라는 모순어법에서 레비나스는 궁극적 존재나 진리에 대한 인식이 인간의 겪는 혼돈과 한계에 대한 처절한 경험 속에 드러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궁극적 진리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친숙함이나 친밀함에 있지 않다. 오히려 단절이나 낯섦, 광명보다 어두움과 공포를 통해 자기 주체의 가능성을 모두 포기해갈 때 가능하다. 오히려 자신의 인격을 확고하게 규정했던 부분들을 부정하거나 소멸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無)으로 몰아가는 노력에서 인간은 자기 존재와 세계를 좀더 일치시키게 된다. 선과 악의 분별을 넘어서서 극단을 자기내면화하려고 시도한다. 진리와 비진리의 대립과 충돌, 갈등과 투쟁이 격렬하게 진행되지 않는 곳에서 인간의 궁극적 존재 문제에 접근하기 힘들다는 것이 레비나스의 지적이다.
2차 세계대전의 최대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 살았던 현대철학자 레비나스의 인간 존재에 대한 고뇌를 생각하면 ‘혼돈’을 적극 사유하려는 그의 태도에는 많은 공감이 간다. 몰려오는 죽음의 공포와 ‘인종청소’의 밤을 인간 존재의 의미로 승화시키려는 그의 사고는 관념의 유희가 아님을 인정한다.
그러나 두려움과 공포를 수용하려는 극단적 사유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로 남는다. 고뇌의 깊이가 깊을수록 나의 의지와 전혀 무관하게 존재하는 절대적이며 전능하신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이해의 여지가 사라진다면 내 실존의 정황은 어떠할지 처참하게 무너진 욥의 입에서 나온 다음의 고백을 또 다시 떠올려 본다.   

  2 “주님은 모든 것을 할 수 있으시며, 주님의 어떤 계획도 저지될 수 없음을 저는 압니다. 3 알지 못하면서 이치를 가리는 자가 누구입니까? 정말로 제가 깨닫지 못하고, 제게 너무 기묘하여 알지 못하는 것을 제가 말하였습니다. 4 들으소서. 제가 말하겠습니다. 제가 주께 여쭙겠으니,
제게 가르치소서.(욥 42:2~4)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현실, 또 하나의 몽환 ?
한 느낌, 신성(神性)에 대한 반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