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3-09-30 20:29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현대 미디어의 사명: 원본(原本) 없애기!

성경신학적 관점에서 본 니체 이후의 현대철학 〈76〉


“인간은 이른바 의족신(義足神)이 되었다. 인간이 자신의 모든 보조기관을 만들어 낸다면 이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그러나 그 보조기관들은 인간에게 더 많은 것을 창조하도록 요구한다.”프랑크 하르트만, 『미디어철학』, 이상엽 외, 서울: 북코리아, 2008, 266쪽. * 이하 10장과 11장 참조.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의 말이다. 우리는 그의 말대로 임의로 신을 만들어 사용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인간의 상호관계를 적절하게 조정(調整)하는 인위적 제도와 도구를 문화라고 한다면, 원하는 바를 무엇이든 조작하여 가공하는 인간은 문화 창달의 막바지에 도달한 듯하다. 그렇게 의존하려던 신(神)도 조작된 보조기관으로 누구든 의도하면 만들 수 있는 사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중들의 이러한 삶의 패턴을 더욱 재촉하도록 한 것은 바로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이다.
서구 중심의 근대를 ‘인간과 기술의 만남’라고 말할 때, 이는 결과적으로 인간의 고유한 특징인 생각하는 기능마저도 기술력에 의존하게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독일의 비판이론가인 호르크 하이머(Max Horkheimer, 1985~1973)가 “사유는 기계를 모범으로 삼아 흉내내고 마침내 기계는 사유의 과정을 대체한다” 는 지적처럼 말이다. 사유가 기술력에 의존한다면 어떠한 뛰어난 예술작품도 결국 기술에 의존하는 ‘의족신’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기술력의 중심에 바로 현대의 미디어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전 지구의 모든 사람들을 순식간에 소통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세련된 미디어기술은 그야말로 가공할 신적의 위세를 가지고 있다. 종교개혁자이며 성경진리의 대중적 읽기를 열어주었던 마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의 공적은 이제 화려한 미디어 복제 기술로 대체되고 있다. 기술력에 의한 무한 복제로 인해 진리보고인 ‘성경’이라는 진리 전달 매체는 낡은 매개물이 되고 있다. 이른바 ‘종이책’의 종말은 성경의 권위가 화려한 미디어 기술에 압도되었다는 말로 바꿀 수 있다. 
책 속에 담긴 저자의 권위나 예술작품에 담긴 창작자의 영감은 첨단미디어와 기술복제 시대에는 더 이상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없다. 그러한 권위는 인간 미숙이 만들어낸 ‘몽유편적 편견’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래서 현대 미디어의 목표는 성경 권위의 아우라(Aura)로부터 모든 대상을 해방시키는 데 있다. 창조자의 고유권한에 속했던 예술의 전통적 가치는 정교한 기술 미디어의 생산과 유통방식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를 거의 허물어버리고 있는 텔레매틱 기술(telematic art)의 확대는 지구에도 텍스트의 원본을 찾지 못하게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진리의 원본을 찾을 필요가 없게 만든다. 인간의 정신세계와 같은 고유한 현실은 미디어 기술이 만드는 세상 밖에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은 오직 ‘미디어 현실’ 밖에 없다는 전 지구적 의식(global con-sciousness)을 육성하고 있다.
여호와 하나님의 영원하신 존재와 신성을 기록한 성경 권위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로 대체된다. 다시 말해 텍스트의 원본은 존재할 수 없으며 단지 지금까지 미디어 기술이 미숙해서 생긴 하나의 해프닝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복제 기술에 의한 다양한 텍스트가 무한히 만들어지고 있는 유일한 현실, 즉 미디어현실에서 ‘유일한 원본’ 혹은 ‘영원한 절대 진리’란 없다. 그러한 절대 진리를 요구하는 만큼 그것은 다름 아닌 미디어 기술로 만들어지는 가상현실의 절대화를 찬양하는 소리만 커지도록 할 뿐이다.
전달 수단이라고 불리는 ‘매체’ 즉 미디어는 언어의 세계 아니, 생각의 세계를 조작가능해야 하는 코드로 만들고 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이 실제가 아니라 미디어가 허락하는 것만 현실이 될 수 있다. 특히 성경 텍스트의 원본성과 진정성에 애원하는 행위야말로 가장 미성숙한 태도이다. 원본의 죽음과 미디어 발전, 이 현대적 사건은 육신으로 오신 유일한 중보자(mediator) 그리스도로부터 멀어져 결국 니체의 ‘신 죽음’ 현상을 더 확산시킬 것이다.
 
3 때가 이르면 사람들이 바른 교훈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자기 욕심을 따라 귀를 즐겁게 하려고 자신들을 위하여 선생들을 많이 끌어 모을 것이다. 4 또 그들은 그 귀를 진리에서 돌이켜 허탄한 이야기를 따를 것이다
(딤후 4:3~4/바른성경)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절대자(絶對者)에서 ‘절대기계(絶對機械)’인 미디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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