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2-06-21 22:29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구조와 전체를 해체하라 ! : 대안없는 절규


현대 철학은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1831)의 죽음과 함께 시작한다. 헤겔를 두고 ‘관념론의 완성’이라고 말하는 데서도 느낄 수 있듯이 그는 인간의 정신이 목표로 했던 바가 무엇이었는지 철학적 논리를 통해 탁월하게 보여주었다. 대립과 모순의 세계가 충분히 납득할만한 세계임을 변증법으로 설명한 것은 소크라테스 이후 서양철학의 ‘종결자’임에 틀림없다.

  변증법을 통해 고대 서양철학의 기초를 닦았던 소크라테스 이후 2000여 년이 지나 헤겔은 변증법을 인류 역사의 발전 논리로 제시했다. 현대 프랑스 철학자 데리다(Jacques Derrida, 1930~2004)가 헤겔주의를 ‘우리의 마음을 농락하는 강력한 무기’라고 말한 것은 앞의 이유로도 수긍할 수 있다. 인류를 절망가운데 몰아넣는 ‘악’을 역사발전의 계기로 용해한 것은 기독교의 ‘최후 심판’을 쓸모없게 만들어 버렸다. 심판의 날에 저주 받아야 할 악이 아니라 발전의 한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악의 문제를 논리적으로 수용하여 역사 발전의 필수 요소로 확보한 것도 큰 사건이지만 실질적 결과는 더 강력했고 참혹했다. 그 이후 유럽 사회에 일어나는 모든 참상에 헤겔주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현존하는 모든 폭력 특히 집단적 폭거에도 헤겔식 발상은 언제나 전면에 나서는 이데올로기(특정한 집단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실천을 강요하는 이론 체계)가 되고 있다.

  이른바 헤겔식의 전체주의적 발상은 역사의 발전이 아니라 전제군주의 폭압을 더욱 변명하게 하여 역사의 몰락을 앞당기는 결과가 되었다. 악을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가설은 오히려 악과 거짓을 위해 선과 진리가 도구로 사용된다는 역설을 보여주었다. 앞서 인용한 데리다가 헤겔주의를 철저하게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데리다는 니체의 스타일을 자기 사상의 출발이자 전략으로 삼는다. 단순한 가정이기보다 유럽인들의 전체주의적 폭압과 전쟁하기 위한 절실한 ‘무기’다.  헤겔식 사고의 결론인 악과 비진리가 극복된 ‘종합’의 단계가 얼마나 위험하고 인류를 위기에 빠뜨리는지 곳곳마다 쫓아다니면서 폭로한다. 헤겔주의는 인류 전체, 역사 전체를 억압체계로 몰아넣는 지배 이데올로기라고. 만약 인류 전체를 위한 보편적 사유와 공익의 실천이 헤겔식의 패턴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면, 인류 전체의 유익을 위한 발상에는 반드시 지배와 억압의 논리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런데 데리다는 헤겔의 사상이 서양 기독교가 낳은 자식이라고 한다. “비판의 어머니인 헤겔의 변증법은 모든 어머니가 그렇듯이 처음에 딸, 곧 기독교의 딸이었다.” 왜냐하면 서양 사상과 문화에서 신적 권위로 언어의 체계를 수립하여 사회를 지배했던 모범이 바로 기독교였기 때문이다. 헤겔은 ‘하늘나라’의 체계를 변증법적 역사 발전을 통한 국가 체제로 옮겨놓으려고 했다.  현대 사상은 서양 기독교 체제의 딸인 헤겔이 만든 모델이 더 이상 자유가 아닌 억압의 구조로 드러난 이상 그 책임을 우선 그 어미인 기독교에 묻는다. 
 
  그런데 이러한 서양 기독교의 억압 구조와 헤겔식의 폭력적 발상을 가장 심도있게 처음으로 파괴한 철학자가 니체다. 그리고 이러한 니체의 스타일을 더욱 발전시키면서 모든 영역에 적용하고자 했던 철학자가 데리다다. 서양이 이제까지 믿고 추구했던 이성과 주체, 자율과 해방을 모두 억압의 이데올로기로 간주하고 해체한다.

  대립하는 것들을 종합하지 말고 각각 공존할 수 있도록 인정하라고 한다. 통합의 체계를 의도하지 말고 흩고 또 흩어버리는 것이 자율이고 해방이라고 한다. 세계란 “오류도 진리도 근원도 없는 기호의 세계”이며 “떼지어 움직이는 은유, 환유, 의인적 표현들이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는 다시 진리를 묻고 있고 성경이 하나님 말씀인가를 고민하고 있으며 언어를 초월한 영원한 말씀을 듣고자 갈망하고 있다.

시 19:3-4  3 언어도 없고 말씀도 없으며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4 그의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의 말씀이 세상 끝까지 이르도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신의 죽음에서 성경 권위 해체로 !
더 큰 모순을 수용하라 ?-가장 큰 착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