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09-07-23 18:39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억압적 부부 관계와 사회질서의 원동력


니체와 푸코는 인간의 본성을 억압하는 도덕적 규범의 교활함을 해체한 철학자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들을 더 의미 있게 하는 부분은 단지 규범의 파괴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규범의 창조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데 있다. 그런데 이들은 이러한 가능성의 예를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찾고 있다. 지배와 종속의 관계를 단지 도덕적 양심의 차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유지와 존속을 위한 필연적 조건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불평등하게 보이는 부부 관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성 생활과 관련된 양생법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이었다. 그래서 성적 쾌락의 효과는 공동체 생활에 유익을 줄 수 있는 정도에 따라 평가 받았다. 사회적 맥락에서 평가 받는 이러한 성 행위는 자기 자신의 규범을 세워나가는 기준이 되어 그 행위를 스스로 지배하고 적절히 분배해야 한다는 자세를 길러준다. 
  그리스 인들은 성 행위를 우선 생물학적 태도에 기반을 두고 이해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부여한 의미가 크다. 즉 종족 번식을 인간이 죽음에서 벗어나는 통로로  여긴다. 후손을 남겨 언제나 동일한 채로 남아 있으려는 ‘불멸성’의 욕구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푸코에 따르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볼 때, 인간은 비록 죽어야 하는 운명을 지닌 개인이지만 종족을 통한 생명유지 행위는 ‘불명성의 교차점’이자 ‘영원한 것에 참여하려는 욕망’이었다. 이러한 태도는 그 당시의 불평등한 부부의 관계에서 살펴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부부의 평등한 성적 권리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그리고 종교적으로도 부부 사이의 상호 충실성이란 찾아 볼 수 없다. 부부관계는 그 출발에서부터 불평등했으며, 여성은 단지 가족 유지를 위한 자식 생산이라는 목적으로만 실존적 의미가 있었다. 그 당시 남성은 모든 결정을 자기 자신을 위해서 내릴 수 있었지만, 여성은 그러한 권리가 없었다. 이와 같이 고대 그리스인들은 불평등한 종속 관계 속에서 가정을 이끌었으며, 여성이 자식을 낳아줘야 하는 것은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것으로 보았다. 이와 관련해서 고대 그리스 역사가로 유명한 크세노폰(Xenophon, 주전431-350)은 이렇게 말했다. “신은 처음부터 여성의 본성을 집안일을 보살피기에 적합하게 만들었고, 남성의 본성은 집 밖의 일에 적합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태도는 부부의 성생활도 지배했다. 아내의 경우, 남편하고만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그녀가 남편의 권한 하에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반면 남편의 경우 아내하고만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아내에 대한 권력 행사의 가장 훌륭한 방식이었다. 이렇게 보면 고대 그리스 사회의 부부관계는 불평등한 권력 관계 즉 철저한 지배와 종속의 질서를 보여주기 위한 절차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남자와 여자의 이러한 선천적인 대립은 가족의 질서 유지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틀림없이 문제가 있다. 하지만 여성이 단지 남편의 이기적 욕망의 대상으로만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에 한번쯤 유의해봄 직하다.
  그 사회에서 ‘바람직하고 충실한’ 남편이라면, 결혼이 단지 다른 여자와 가질 수 있는 모든 성적 쾌락의 포기만을 뜻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결혼에 의해 (비록 종속된 대상이지만) 여성에게 부여된 특권을 끝까지 지켜주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래서 여성을 공동체의 원천인 가족 유지를 위한 필연적이고 중요한 권리 당사자로 이해했다. 이러한 점에서 남성의 권리와 특권은 부부 상호 관계에 철저하게 종속되었다. 부인이 싫어도 천부적으로 주어진 여성에 대한 남성의 의무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충실한 남편이었다. 자기 부인에게 싫증을 내고 무관심하게 되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은 남성의 권한(력) 포기라는 불명예를 안는다. 이렇게 고대 그리스 사회는 가족과 국가의 존속을 위해 불평등한 권력지배 관계를 반드시 유지해야만 했다.
  그런데 철저하게 지배당하고 있지만 동시에 완벽하게 보호받고 있는 상황은 다름 아닌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의 비밀이며, 이 비밀은 부부 관계를 통해서 드러난다. 처절한 종속이 절대자유라는 이 모순의 비밀이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로움이다.
 
 22 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 5:23 이는 남편이 아내의 머리 됨이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 됨과 같음이니 그가 친히 몸의 구주시니라 25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위하여 자신을 주심같이 하라 28 자기 아내 사랑하기를 제 몸같이 할지니 자기 아내를 사랑하는 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라 32 이 비밀이 크도다 내가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하여 말하노라. (엡5:22-23, 25, 28, 32)

<다음 호에는 ‘그리스 인들의 동성애와 교육’을 다루고자 합니다.>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욕망의 동성애인가, 절제의 우정인가(1)
인격의 동력으로서 성적욕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