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전하는 사람의 겸비(謙卑)
子曰述而不作 信而好古 竊比於我老彭
자왈술이부작 신이호고 절비어아노팽
『논어』 제7장 「술이(述而)」의 첫 구절이다. 그 해석은 이렇다.
“공자가 말했다. (나는) 옛것을 전했을 뿐 창작하지 않았고, 옛것을 믿고 좋아하는 것을 가만히 나(우리)의 노팽에게 견준다.”
‘술’은 옛것을 전하는 것을 말한다(述, 傳舊而已, 술 전구이이). ‘작’은 ‘창시(創始)’니, 곧 창작하는 것이다. ‘작’은 성인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절비(竊比)’는 존경이 담긴 말이다. ‘아(我)’는 친밀함을 나타낸다. ‘노팽’은 상(은)나라의 어진 대부(大夫)다. 그는 『대대례(大戴禮)』에서 출전하고 있는데 대체로 옛것을 좋아해서 그것을 기록하여 전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공자는 『시』와 『서』를 간추려 정리하고(刪詩書, 산시서), 예와 악을 정리하였으며(定禮樂, 정예악), 『주역』을 보충하여 서술하였고(贊周易), 『춘추』를 편수한 것(修春秋, 수춘추)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이러한 옛 선왕의 문물들을 기록하여 편찬하고 보수하였으나 자신이 창작하지는 않았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자가 여러 문헌이나 문물들을 이렇게 광범위하게 산삭하고 찬술하는 일은 공자 이전에는 없었다는 사실에서 보면, 공자의 이러한 작업은 창작은 아니라 하더라도 누구도 쉽사리 해낼 수 없는 것이었다.
시는 『시경(詩經)』이다. 그것은 공자 이전에 일반 백성들 사이에서 노래나 민요로 흥얼거려지던 내용들을 정리하여 편찬하면서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서는 『서경』(書經, 또는 상서(商書)라고도 한다)이다. 그것은 하나라와 은나라 시대의 정치와 문물에 대한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고, 춘추는 공자의 모국인 노나라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기록한 역사서로서 무엇보다도 인과 예의 관점에서 하늘의 뜻(천명)을 기준에 따라 역사를 선악으로 구별하여 정리한 것이다. 주역은 일설에 의하면 공자가 주나라 이전의 시대, 특히 은나라 시대에 성행하던 미신행위에서 벗어나서 배움을 통해 인생의 일을 바로 알도록 하기 위해 찬술한 것이었다.
공자의 이러한 노고에 대하여 주자는 그가 성인들이 크게 성취시킨 것들을 모두 모아서 그것들을 절충시켜 집대성하였다고 하였다. 그는 공자가 창작하지 않고 짓기만 했다는 것은 그의 겸손이며 이러한 산삭과 정비와 찬술은 창작과 비교하면 그 두 배에 해당하는 공로로 평가하였다. 주자는 공자를 이미 성인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는 덧붙여서 후대가 이 사실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였다.
다른 말로 말하면 공자는 지난날의 경전들을 보면서 주석을 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여러 훌륭한 사람들의 관점을 모아서 첨삭하여서 가능한 한 그들의 뜻을 그대로 드러내려 한 것이다.
이러한 공자의 자세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도 많은 귀감이 될 만하다. 오늘날의 세태는 자신이 뭔가 남다른 것이 있다고 하면 스스로 자랑하려 하며 누군가로부터 칭찬을 듣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소위 자기 선전의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시대를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을 낮출 줄 안다.
우리가 공자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하나는 우리 시대 이전의 여러 훌륭한 분들의 업적과 사상을 바르게 분석하고 정리하는 데 수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공부나 어떤 일의 역사도 이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자기 나름의 업적을 이루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배움은 지난날의 훌륭한 사람들과 문물들에 대하여 훌륭한 지식을 갖추고 그것들을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을 낮추어 겸비하게 하는 것이다.
대한의 선한 그리스도인들이여! 먼저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연구하여 그것들을 통찰할 수 있는 실력과 지혜를 갖추자. 두루 살펴보고 분석하며 종합할 줄 아는 실력을 갖추어가자. 그러나 이렇게 해야 하는 자체가 자신이 감당해야 할 사명임을 잊지 말자. 하나님의 말씀에 좀 더 다가가고 그 말씀 따라 실천한다고 생각되면 될수록 더더욱 자신을 낮추어 겸비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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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문태순 (교육학 박사 백석대 전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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