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4-01-08 20:22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백과전서’의 출판: ‘바벨탑’복원 운동 !

성경신학적 관점에서 본 니체 이후의 현대철학 〈81〉


근대 유럽을 이성의 부활이라는 사건으로 규정할 때 떠오르는 것은 ‘르네상스(Renaissance)’라는 역사적 시점이다. 이성을 정치적 그리고 종교적으로 규제했던 암흑의 시대 중세에서 해방하려는 운동이 유럽 전체에 확산되었던 시기였다. 철학적으로 이 운동은 데카르트에 의한 자기 반성적 주체로서 자아 발견 그리고 칸트에 의한 도덕적 양심으로 무장한 시민들의 인류 보편적 법칙 수립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에 토대를 둔 것이다. 그런데 근대라는 또 다른 세기를 만드는 과정에는 이성의 자기 왕국 건립을 위한 새로운 지식 산업으로 급부상한 사건이 있다. 바로 ‘책인쇄’다.쪹 프랑크 하르트만, 『미디어철학』, 이상엽 외, 서울: 북코리아, 2008, 99. * 이하 97∼126쪽 참조. 인용 부분은 쪽수만 괄호에 기입.

갖가지 인쇄물을 쉽게 접하게 된 근대인들에게 성경이란 문헌은 그저 하나의 인쇄물일 뿐이다. 책의 출판이 왕성해짐으로써 전통적인 특히 종교적 권위는 그만큼 더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그러한 만큼 성경은 대중의 관심을 묶어줄 수 있는 영향력을 점점 상실해 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주목할 특징이라면 종교개혁 이후 로마 카톨릭의 왜곡된 종교에서 벗어나 목숨을 걸고 지켜온 ‘계시신앙’은 인간의 감각과 이성의 논박 앞에 점점 그 설 자리가 없어져 버렸다.
성경은 이제 액면 그 자체로 진리일 수는 없었다. 신이든 인간이든 저자가 있고 번역자도 있어야 하며 해석자도 자기 몫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진리’가 성립하는 것은 이성적 주체 상호간의 소통결과일 때만 가능하다. 자연과 역사에 대한 이해는 인간이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문헌을 필요로 했다. 이러한 신에 대한 인간 승리(?)의 지식 보급의 사건이 ‘백과전서’ 편찬이다.
성경 계시의 무용성을 배경으로 새로운 총서(叢書) 발간을 시작한 달랑베르(Jean Le Rond d’Alembert, 1717~1783)와 디드로(Denis Diderot, 1713~1784)는 자신들의 기획이 어떠한 성격을 갖는지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백과전서는 인간의 지식을 시간의 변화나 혁명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성지(聖地)가 될 것”(102쪽)이다. 성경은 변화된 시대를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다고 보았으며 많은 근대적 혁명(프랑스 대혁명, 산업혁명, 과학혁명, 종교개혁 등)을 해석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인간이 미래에도 자신의 이성을 실현할 수 있는 든든한 요새의 터를 닦는 것이 백과전서파들의 야심이었다. 디드로의 결연한 의지를 다시 보자. “우리는 땅으로부터 멀리 하늘에 도달하는 것이 끝없는 일임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벨탑을 세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103쪽) 한마디로 백과전서를 만드는 것은 ‘새로운 성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며 나아가 고대의 바벨탑을 복원하여 이번에는 하나님께 패배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나님에 의한 유일한 계시 텍스트인 성경만 세계와 인간 그리고 그 역사를 전체의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해 줄 수 있다. 세계 전체를 알려주는 유일한 텍스트는 성경 밖에 없었는데, ‘성경전서’를 대체할 또 하나의 반란 문건이 등장한 셈이다. ‘백과전서’ 발간은 언어의 보편성을 전제하며, 인간의 문화 창달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성이 통치하는 제국을 위한 법전 창간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이성적 추론과 설명 과정 그리고 정보의 공유를 위한 공동체를 인간이 건설할 수 있다는 설계도이면서도 동시에 올바른 지식 사용 설명서와 같다. 인간 실존의 의미를 스스로 부여해 줄 것으로 확신케 하는 강력한 미디어(media)이자 유일한 중보자(仲保者, mediator)로서 이성적 바벨탑의 총서(叢書) 백과전서를 편집하였다.
니체가 선언한 신의 죽음은 현대를 죽음의 시대로 몰아갔다. ‘인간의 죽음’, ‘역사의 죽음’, ‘예술의 종말’, ‘책의 죽음’ 등 우리 시대의 징후들이다. 많은 영역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다양한 ‘부고(訃告)’는 백과전서의 확대만큼 하나님의 진노와 심판을 확정하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시대적 징조다.
 
만일 누구든지 이 예언의 책의 말씀들에서 삭제하면, 하나님께서 이 책에 기록되어 있는 생명나무와 거룩한 성에 참여할 그의 몫을 없애 버리실 것이다.(계 22:19/바른성경)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이메일 : jayouda@hanmail.net

미디어의 다양성: 유일한 계시는 없다!
칸트 이후의 출판물 ‘성경’폐간운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