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학술

 
작성일 : 14-04-06 16:07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미디어의 간계: 신(神)도 만들어 써라!


사이보그(cyborg)란 말은 인공두뇌(cybernetic)와 생물체(organism)의 합성어다. 뇌 이외의 모든 부분을 기계의 부품을 바꾸듯이 모든 신체를 개조한 인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의족(義足)과 의수(義手)는 물론 인공심장까지 장착해 생체의 기능을 모두 대행할 수 있는 인조인간이다. 머지않아 인공두뇌로 사색하고 공부도 하고 에로스의 욕정에도 충실한 신인류(新人類)로 등장할지도 모른다. 아니 우연히 말을 건네고 있는 그 여자 혹은 그 남자가 바로 그 로봇일 수도 있다.
그런데 사이보그에게 관심을 집중하는 이유는 바로 육체에 대한 완벽한 조작과 대체뿐 아니라 인간의 의식 활동(사유)마저 기계 부품이 되어버린다는 점에 있다. 모든 정신문화도 고장난 팔 다리를 바꿔 끼우는 것과 같이 그때마다 필요한 정보로 두뇌 구조를 바꿀 수 있다. 뇌의 정보와 기능은 이미 물질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여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치료제에 의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복용하고 있다.
  디지털(digital) 문화의 주요한 특징은 중간 세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있는 것과 없는 것, 좋은 것과 싫은 것, 유익한 것과 쓸모없는 것 따위가 분명하다. 전통적인 이분법과 다른 점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전통 사회에서는 거의 정해져 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는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전통 사회에서 선(善)이라고 하면 모호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때로는 불변의 가치였다. 그러나 디지털 문화에서는 전통적인 가치였던 선(善)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더욱 완벽한 것으로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전통 사회에는 분명한 전제가 필요했다. 신은 전지전능하며 반드시 영원불변의 존재로 항상 있어야 하며 그래서 신을 믿고 경배한다. 그러나 디지털 정보조작 기술이 첨단화하는 이 시대에는 신은 존재하든지 않든지 상관없다. 인류 사회에 필요하다면 첨단 정보와 기술을 통해 얼마든지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디지털 정보는 전통적인 과학 지식도 별무소용으로 만든다. 과학 지식은 구체적 경험에서 출발하여 유사한 성격별로 분류하고 보편적으로 납득되는 가설화 과정을 통해 추상화한 법칙을 수립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그 시대 사람들 대부분이 타당하다고 여기는 지식으로 전파되고 유지되었다. 그러나 디지털 정보는 경험과는 아무 상관없이 원하는 대로 생산할 수 있으며 조작 범위 또한 무한하다. 어쩌면 이 시대의 모든 진실과 고상한 지식들, 인문학적 가치와 종교적 믿음을 추구하며 살고 있는 인류를 디지털 문명의 기술자들은 팔짱 끼고 비웃고 있을는지 모른다. 이것이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아니라 진짜 현실일 수도 있다.
  현대의 미디어 기술은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각 개인들의 삶을 분명 빠른 속도로 획일화한다. 원하기만 한다며 만 원 정도 대여 비용을 지불한 3D 안경으로 서너 시간 거뜬하고 짜릿하게 욕정을 달랠 수 있는 상황이 현실이다. 전 세계의 모든 미인이 자신의 소유인 듯 착각하면서 누구든지 사이버 에로스의 만족에 빠져들 수 있다. 온 우주를 다스리는 신이 되어 그 능력과 매력이 어떠한지 온 육체로 경험한다. 디지털 문화의 모든 자식들이 이러한 패턴 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그렇게 하려고 할 것이다.
  현대 미디어(media)는 단순한 매체가 아니다. 자기 손 안의 스마트 폰이라고 하지만 그 주인은 오히려 그 기계의 그리 중요하지 않는 부품 비용 밖에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기계의 주인이 되는 순간 이미 자신은 그 기계에 목덜미를 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중보자(mediator)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대적하는 적그리스도는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깜찍한 스마트 폰에 눈길을 주는 순간순간 이미 육체로 오신 그리스도의 의미는 함몰되고 있는 듯하다. 
 
미혹하는 자들이 세상에 많이 나왔으니,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오신 것을 부인하는 자들이다. 이런 자가 미혹하는 자이며 적그리스도이다. (요2 2:7/바른성경)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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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홍수와 바벨탑의 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