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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2-21 21:25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남아공에서 전하는 소식 (14)




남아공의 긴 여름방학을 맞아 필자는 약 한 달간 한국에 들어가게 되었다. 한국에서 짧지만 길었던 한 달을 보내며 필자는 남아공에서의 일 년을 돌아볼 수 있었고, 특히 급속도로 변해가는 한국 사회와 그 속에서의 교회교육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감사하게도 몇 번의 강의 기회가 주어졌고, 이번 호에는 ‘지혜찬 학교’의 요청으로 진행했던 “세계선교 시대 차세대 양육의 요건”이라는 강의의 핵심내용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필자는 선교사도 아니고 선교에 대한 경험도 몇 번에 걸친 단기선교가 전부였기에 선교에 관한 내용보다는 차세대 양육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하였다.
1. 차세대 양육을 위한 우리의 현실적인
  극복과제! 선교시대에!

1) 화려한 학벌, 명문대 입학, 유망한 학과가 선교를 책임지지 않는다. 명문대를 우상화하듯 조장하는 풍습은 차세대를 양육하기 위해 교회 내에서 극복되어야 할 첫 번째 과제! 공부를 잘하는 것과 성적이 좋은 것이 완전히 별개일 수 있다. 얼마 전 한 다큐멘터리에서 한국의 최고 명문대로 불리는 학교에서 전 과목을 A+받은 학생들을 조사하고는 충격적인 결과를 제시했다. 전 과목 A+를 받은 대부분 학생의 비결은 교수의 말을 한 글자도 빼지 않고 암기해서 베껴 쓰는 것이었다. 우리의 교육은 성적이 좋은 학생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키우는 것이 목표이다. 그리고 우리의 공부의 목표는 매사에 만사만물을 주관하시는 여호와 하나님을 제대로 알고 깊이 경외하는 것에 있다. 우리의 교육의 방향과 목표가 명문대라는 화려한 간판으로 대체되었을 때 대부분이 느끼게 될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는 선교시대에 성도 각자의 다양한 은사실현에 큰 장애가 될 것이고, 결국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는 여호와의 이름이 헛되이 불리는 문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2) 같은 맥락에서 성경공부도 성적을 위해 하는 성경공부가 있다는 걸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공부는 많이 해서 하나님을 가장 많이 안다고 하는데도 성경이 보여주는 경건의 내용과는 멀어진 삶의 양식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를 그만두고 실천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안에 말씀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사춘기 학생들과 종교개혁자 ‘루터’를 다룬 영화를 보았다. 영화에서 루터는 자신의 죄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하게 되는데, 사춘기 학생들이 그 장면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필자는 적지 않게 놀라게 되었다. 입으로는 ‘여호와 하나님이 하게 하신다’ 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면서도 여호와께서 우리 안에 구체적으로 죄와 싸우게 하시며 그리스도께로 인도해가시는 구체적인 섭리의 방식은 내면에 구체화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의미분석 성경개론’ 저자의 머리말에서와 같이 “죄인의 눈”을 상실한 성경공부는 성적을 위한 공부가 되어 “진리를 잃어버려 경건을 이익의 재료로 생각하는 자들”(딤전 6:5)로 전락하는 지름길이다. 

3) 다음으로 제시한 극복과제는 “성경에 대한 무지”이다. 우리의 시대를 세계선교 시대라고 지칭할 때 자칫 오해할 수 있는 것은 의사소통 수단인 영어가 교육의 핵심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그런데 이는 착각이다. 영어와 중국어는 철저한 이차적 수단일 뿐이며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의 일차적 의사소통 수단은 오직 ‘성경’ 하나이다. 그러기에 하나님께서 영어가 이미 세계 공용어가 되어있지만, 그리스도인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성경신학과 체제개혁이라는 대안적인 의사소통수단을 주신 것이다. 다시 말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시대적인 대안은 성경신학과 이에 바탕을 둔 체제개혁이지 영어와 중국어가 아니다. 이는 영어와 중국어 등의 국제적인 언어를 무시하자는 말이 아니다. 우선순위가 바뀌는 순간 수단은 목적을 대치해버리며 목적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외국어에 관한 공부가 학습자를 성경과 신앙으로 이끌지 못한다. 오히려 많은 선교사들이 그랬듯이 성경 공부와 성령께 받은 소명은 우리에게 영어와 외국어를 공부하게 만든다. 그러기에 세계선교시대를 맞아 더욱 성경공부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보통 매일 한 시간 이상 영어 수업시간이 있다. 우리 자녀들의 매일의 성경공부 시간은 어떠한가?
2. 남아공에서 만난 선교적 교회(Christ Church in Stellenbosch)의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

1) No Phone! 교회에 핸드폰을 들고 오는 학생들이 없다. 그러기에 성경 교육이 끝나면 긴 대화가 이어진다. 그에 비해 한국은 교회학교에서조차 더는 핸드폰 사용을 규제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얼마 전 사춘기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하였는데,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다들 핸드폰에 매달려 게임을 한다. 그런데 이젠 핸드폰 게임도 개인별로 하는 게 아니라 서버에 접속해서 팀을 나눠 단체플레이를 한다. 핸드폰을 가져오지 않은 학생은 순간 왕따가 되어버렸다. 이전엔 핸드폰 게임을 하면 공동체성이 무너진다고 못하게 했는데, 이젠 핸드폰 게임을 안 하면 공동체성이 무너지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과연 핸드폰 게임이 공동체성을 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그렇다면 우리 상황이 핸드폰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고 전 세계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교회교육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 핸드폰과 게임 그리고 이런 문화까지 만들어낸 어른들의 몫이다.

2) 열려있는 교회문화. 남아공 소식 3호에서 소개했던 세대의 벽을 넘은 소통의 문화는 남아공에서 필자가 경험한 매우 특징적인 현상이었다. 나이가 어리거나 신앙연수가 어리다고 해서 “조용히 해!”라고 윽박지르는 경우가 없다. 정기총회에서 있었던 교회의 신축에 관한 논의에서 젊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던 모습과, 교회가 운영하는 학생기숙사의 판매에 관한 토론을 진행할 때 당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이견 조율을 해가려는 모습 등은 필자에게 있어서도 굉장히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아직 우리네 문화에서는 이러한 대화와 설득을 통한 합의라는 성숙한 교회문화로 도달하기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여전히 목회자 일인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연륜 혹은 목사, 장로, 권사라는 직분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편하고 효율적인 일 처리라고 여기는 태도가 그러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성경 근거를 바탕으로 한 체제개혁식 협의 문화는 우리가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 발전시켜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3) 필자는 남아공 소식 6호에 Christ Church의 도제식 교육과정(Apprenticeship)을 소개했다. 교회는 초창기부터 지향해 왔던  “making disciples who make disciples”(제자를 길러낼 수 있는 제자를 기르기)의 모토처럼 차세대 지도자를 길러내는데 힘을 기울여 왔는데, 이 프로그램은 교회의 지도자들이 차세대를 책임질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국적과 인종, 학벌에 상관없이 후보생을 뽑아 하나부터 열까지 책임지고 가르치며 제자를 양육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교육개혁을 진행하며 홈교사-팀교사 체제의 교육시스템을 시작했다. 아직 미숙하지만, 홈교사 체제는 더는 부모가 밥해주고 학비 대주는 사람들이 아니라 기독교인으로서의 삶을 몸소 가르치고 진리를 전수하는 도제식 교사의 역할을 감당하자는 것이다. 긴 시간에 걸쳐 우리 안에 홈교사 체제가 자리를 잡아간다면 우리는 어떤 단체보다 뛰어난 차세대 양육 시스템을 집집마다 갖추게 될 것이다. 

4) 다양한 방식으로 전해지는 말씀. 필자는 남아공 소식 3, 7호에서 Christ Church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방식의 성경공부를 소개했다. 교회에서는 새벽 모임, 남성도들 모임, 여성도들 모임, TGIF(기독교 세계관 강의) 등등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성도를 성경진리로 이끌어 가고 있었다. 필자는 이와 같은 다이나믹한 성경공부의 방법론 실현은 교육개혁으로 진행되고 있는 “홈-팀 교사 협의회”를 통해 가능할 거라고 본다. 학생들을 누구보다 잘 아는 홈교사들과 다년간의 교사생활과 고민을 통해 다양한 방법론을 지닌 팀교사들이 만나 교육에 대해 논의하는 ‘홈팀교사 협의회’가 성공적으로 안착이 된다면 다양한 학생들의 필요를 다양한 방식으로 채워주며 그들을 성경 진리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만국의 홈-팀교사여! 단결하라!

결론

하나님께서는 성경신학을 필자가 칭찬하고 있는 남아공 교회에 주신 것도 아니고, 기독교계의 중심인 미국에 알려주신 것도 아니고, 1억 명이 넘는 신자가 있다고 하는 중국에 알려주신 것도 아니다. 왜 이 작고 작은 나라에 성경신학을 주셨을까? 거기에 우리에겐 체제개혁이라는 성경에 근거한 혁신적인 교회 체제까지 허락하셨다. 남을 비판하라고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 아니다. 우리가 대안을 외치려면 우리 먼저 대안이 되어야 한다. 우리 먼저 성경신학과 체제개혁으로 내실화를 다져야만 에스더서에서 이방인들이 호적을 유대인으로 바꾸었던 것처럼 고민 많은 세계의 성도들이 우리 안에서 대안을 발견하고 성경신학 맨들로 돌아설 것이다. 그럴 때, 성경신학과 체제개혁은 문제있는 암 덩어리들을 잘라내는 역할을 넘어, 잘하고 있는 전 세계의 형제들을 더 자유롭게, 더 잘하게 만드는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보잘것없는 우리 안에 감추어진 진주를 통해 드러나는 여호와의 영광을 고대하며!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능력의 심히 큰 것이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 (고린도후서 4:7)

변도근 (전 장안중앙교회 교사, 현 Christ Church 초등부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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