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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에서 전하는 소식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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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도의 부활절을 맞아 남아공의 성공회 교단(Reformed Evangelical Anglican Church) 중 필자가 속한 주의 교회들이 연합하여 진행하는 EQUIP 사경회가 한창 진행 중이다. 작년에 얼떨결에 참가하게 된 이후 필자는 두 번째로 참가하여 오랜만에 다시 만난 청년들과 다시금 진지한 교재를 나누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아는 사람도 없이 참가하게 되었던 작년 사경회와는 달리 올해는 한결 편하게 기대하는 마음으로 참여했고 EQUIP 사경회가 가진 장단점을 교회개혁을 추구하는 제삼자의 관점에서 유심히 관찰할 수 있었다. 사경회는 매인 강의 - 분반 공부 - 선택 강의가 주된 프로그램이었고 메인 강의는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사역하는 같은 교단의 ‘글렌 리온스’(Glenn Lyons) 목사가 ‘사사기’ 강론을 중심으로 진행하였으며, 분반 공부 시간에는 성경을 스스로 공부하고 가르치는 법을 배우는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이번 호는 사경회 진행 중에 쓰는 기사이기에 분반 공부 중 필자가 느낀 점만 간단히 나누고 다음 호에 자세히 이어가도록 하겠다.
필자는 이번이 두 번째 참석이기에 성경공부법 2단계에 해당하는 교재를 받고 해당 분반 공부 그룹에 속해 공부해나갔다. 작년 1단계에서는 신약성경 중 히브리서 본문을 가지고 신구약이 어떻게 연결돼 예수 그리스도가 증거되는지를 배웠는데(남아공 소식 1, 2호 참고) 이번 2단계에서는 구약의 창세기 23장 본문(사라의 죽음과 매장지 구매)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했다. 첫 시간은 리더에 의해 성경의 전체 구조에 대한 간단한 설명으로 시작되었다. 이곳에서는 재미있게도, 성경의 전체 구도를 ‘하나님의 나라’ 중심으로 보려고 하는데 ‘자손, 땅, 통치’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드러나는 구도를 가지고 성경을 보려고 한다.
전체 구도에 대한 설명이 끝난 후엔, 창세기 23장의 본문을 각자 연구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반복해서 읽고 밑줄을 긋고, 구조를 짜보는 가운데서 여러 친구들이 내용에 대한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지만 리더는 절대 답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사전을 찾거나 스터디성경에 나온 것들을 보는 것마저 금지했다. 본문만을 가지고 ‘스스로’ 고민해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던져진 많은 질문을 모아두고선 창세기 본문인 12~22장까지를 읽고 그 안에서 23장에서 등장한 질문들과 본문의 의미를 찾아보라는 숙제를 내주고 끝낸다.
둘째 시간이 되어 진도는 더 나갔지만, 여전히 리더는 어제 나온 질문들에 대한 답을 가르쳐주지 않았고, 본문을 엮어서 의미를 구성해보는 방법론으로 본문을 다시 읽고 답을 찾아보라는 주문만 한다. 학생들은 리더의 만류에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고 필자는 ‘어떻게 하면 학습자가 저렇게 성경에 대해 자연스럽게 질문을 하도록 만들 수 있는지’가 심히 궁금해질 정도였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리더는 “Suffer from confusion!” (혼란으로 고통을 받아라)고 외쳤고, 보조리더가 너무 많이 도와준다 싶을 때는 “Let them suffer!” (고통을 받게 두라)고 끊임없이 주문했다. 필자는 고집스러워 보이는 리더의 생각이 궁금하여 왜 답을 바로 가르쳐주지 않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리더가 이렇게 대답한다. “답을 쉽게 가르쳐주면 계속해서 교사를 의지하게 돼요. 우리의 목표는 답을 가르쳐주는 데 있지 않고, 성경을 스스로 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데 있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목표 때문에 리더는 창세기 23장의 예를 통해 성경을 전체 구도 속에서 스스로 볼 수 있도록 훈련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 대답과 이들의 교육방법은 필자에겐 충격이었다. 성경의 전체 구도만 어렴풋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급진적인 교육 방식을 도입하다니...
성경공부 방법론에 관한 공부와 더불어 메인 강의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메인 강의에서 설교자는 사사기의 이야기를 8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그 속에서 우리에게 주는 시대적인 의미를 찾아내려고 하였다. 성경 본문을 읽으며 강론을 해나가지만 늘 마지막은 본문을 우리 자신에게 적용해 교훈적인 설교로 이어졌다. 설교자는 뭔가 감동을 줘야 한다는 부담을 가진 것 같았다. 그로 인해 종종 탈 맥락적인 종교적인 훈계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강의 후 학생들의 질문이 많아졌다. (설교를 비판하고자 하는 마음은 전혀 없다. 오히려 기존 설교 방식에 따르면 매우 건전한 설교였다) 하지만 성경을 전체적인 구도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도록 공부하고 있던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순간의 감동이나 교훈을 통해 순간을 만족하게 할 답을 전달받는 것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한 번 만나 감동을 전달받고 지쳐 주일(일요일) 성전(교회당)으로 다시 돌아와 설교 말씀을 안식처로 삼는 구습으로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우리 옆에 놓인 진리의 보고를 통해 신령한 양식을 매일 스스로 공급받아 매일 매일을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로, 신령한 영적 예배로 살아가는 삶이었다.
필자는 이들의 성경공부법에 대한 교육을 접하며, ‘의미분석 성경개론’(박용기 저)의 가치에 다시 한 번 눈을 뜰 수 있었다. 이들은 성경 안의 핵심적인 주제 세 가지(자손, 땅, 통치)를 뽑아낼 수 있었지만 완벽한 구조적 분석 속에서 발견해낸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는 단순한 주제를 넘어 성경 전권의 의미가 분석된 통일성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이제 우리에게 시대적으로 주어진 과제는 성경 진리의 구조적 통일성을 견고히 하는 것뿐 아니라, 발견된 성경의 통일성 있는 분석을(혹은 성경개론을) ‘어떻게’ 성경공부에, 신령한 양식을 풍성히 공급하는 데 활용하느냐에 있다. ‘성경신학 총서’라는 시대적 의미가 담긴 책이 주어졌지만 여전히 과거의 습관대로 한두 명의 유능한 지도자를 의지해서 젖을 기대하고 있다면 이 작품은 우리의 신앙 양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책이 되어버린다. 매일 매일을 그리스도의 군사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 성도-군사들에겐 신령한 일용할 양식이 절실하다. 이 양식을 성도 스스로 자급할 수 있게 해주는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적인 성경공부법은 무엇인가?
요즘 남아공의 한인들 사이에서는 ‘꽃보다 청춘’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일명 ‘꽃청춘’은 ‘응답하라 1988’이란 드라마에 출연한 네 명의 젊은 청년들이 남아공의 옆 동네인 ‘나미비아’에 와서 여행하는 이야기를 그린 예능 다큐멘터리의 일종이다. 필자도 소문을 듣고는 재밌게 보았다. 그리고 몇몇 한국의 지인으로부터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는 메시지도 받고, 아프리카가 그렇게 좋은 곳이냐는 놀라움 섞인 반응들도 받았다. 그런데, 방송이 끝나고 현실에 돌아와서 필자는 매우 커다란 허무함을 느꼈다. 필자가 겪은 아프리카는 방송에서 등장한 그런 여유와 즐거움과 낭만이 가득한 곳이 아니다. 심각한 빈부차와 질병, 가난으로 인해 매일매일 데모가 진행되는 곳, 여전히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심각한 논쟁이 벌어지는 곳. 이곳이 필자가 겪고 있는 생생한 아프리카이다. 필자는 네 명의 젊은이들이 아프리카에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프리카가 그들의 편집실로 들어온 것일 뿐이다.
필자는 사경회 가운데 이들과 성경공부법 교육을 함께 받으며 우리가 고집스럽게 붙들고 있는 설교 중심의 교육도 ‘꽃청춘’과 같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먹어 내 생각과 가치관을 깨부숴줘야만 하는 진리의 양식이 설교라는 ‘편집실’을 거쳐 오히려 우리의 게으르고 죄 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도구로 전락해버리는 것은 아닌지! 네 번째 분반 공부 시간이 되었지만 리더는 여전히 고집불통으로 답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런데 사흘 내내 고민하던 청년들 속에서 오늘은 때때로 함성이 터져 나온다. “아~!”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그러나 그 날 후에 내가 이스라엘 집에 세울 언약은 이러하니 곧 내가 나의 법을 그들의 속에 두며 그 마음에 기록하여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내 백성이 될 것이라”(예레미야 31:33)
변도근 (전 장안중앙교회 교사, 현 Christ Church 초등부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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