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제1권 서론 : 기독교 강요에 대한 신학적 분석
기독교의 경전, 개혁주의 신학의 초석
종교개혁의 원리는 칼빈의 「기독교 강요」가 저술됨으로써 좀 더 체계적이며 구체화된다. 칼빈은 교황의 권위보다 성경의 권위가 절대적으로 우월하며, 교황이 인간의 죄를 용서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만이 영원한 속죄(贖罪)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로마 카톨릭 교회의 교리처럼, 교회가 성례전을 통하여 구원을 분배하며 인간의 선행과 공로에 의해서 구원이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에 이른다는 이신칭의(以信稱義)의 교리를 체계화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칼빈의 신학사상은 당시에는 절대적이던 로마 카톨릭 교회의 인본주의적인 교리 및 교황의 독선적인 정치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함으로써 장로교 신학의 초석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16세기 이후의 개혁주의교회 확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필자는 칼빈의 업적을 의식하면서 미미(微微)하지만 그의 저서인 「기독교 강요」를 치밀하게 분석하여, 좀 더 체계적이며 총체적인 기독교 사상을 정립한다는 의도로 성경신학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려고 한다.
서론에서는 「기독교 강요」 전체를 총체적으로 조망해 봄으로써 칼빈의 신학구조를 분석하고자 한다. 칼빈의 신학구조는 첫째, 성부(聖父) 하나님의 창조와 성자(聖子) 그리스도의 구속 그리고 보혜사 성령의 적용에 따른 삼위일체론적인 신학원리, 둘째, 하나님의 선한 창조와 인간의 타락 그리고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시어 교회를 세우시는 구속사중심의 신학체계, 셋째,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하며 모든 만사와 만물의 섭리가 하나님의 예정에 입각한 절대주권적인 신학사상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삼위일체적인 신학원리
칼빈의 「기독교 강요」는 모두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권은 성부-성자-성령(교회론)을 중심으로 논리가 전개되고 있다. 칼빈의 삼위일체론적인 신학원리는 사도신경의 성부론-성자론-성령론-교회론의 구조에 기초한 체계이다.
제1권은 성부론(聖父論)을 중심으로 창조주 하나님의 절대주권과 그 분의 은총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대한 근거로서 성경의 권위를 부각시키고 있다. 왜냐하면 카톨릭주의자들이 비성경적인 행위와 인위적인 해석이 교황의 절대적인 권위를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칼빈의 논조는 당시 로마 카톨릭 교회가 주장하는 인간의 자유의지 사상과 교황의 권위를 정면으로 논박한 것이다.
제2권은 성자론(聖子論)을 중심으로 타락한 인간의 죄악상과 율법 그리고 그리스도의 구속사역과 정체성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즉, 하나님께서 인간과 만물을 선하게 창조하셨는데 아담의 범죄로 인하여 인간은 의지(意志)의 자유선택능력을 박탈당하게 되어 비참한 노예상태에 묶이게 되었다. 이에 율법을 주어 인간의 죄를 고발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의 소망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구속주의 기능을 어떻게 성취하셨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구속사 중심으로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제3권은 그리스도께서 완성하신 구속사역을 적용시키는 주체인 성령의 사역을 진술한다. 칼빈은 성령의 역사로 말미암은 신앙과 회개 및 칭의의 교리를 설명하고, 그에 따른 기독교인의 자기부정과 자기 십자가 지는 생활을 강조한다. 이러한 칼빈의 주장은 성령의 역사를 통해서 구원받은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모든 요구에 응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기에 이른다.
제4권은 성령의 역사로 세워진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본질을 설명하고, 교회의 가르치는 직무와 사법권에 대해서 로마 카톨릭 교회의 교황중심적인 정치체제를 반박하는 이론을 주창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의 교리적인 쟁점중의 하나였던 성례론에 대해서는 미신적인 카톨릭주의자들의 세례관과 화체설을 정면으로 논박한다. 즉, 카톨릭주의자들의 세례관은 그리스도가 쌓아 놓은 속죄의 효능이 세례를 통해서 우리에게 주어지며 천국과 지옥이 세례(영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례를 받으면 원죄와 믿기 이전의 죄가 다 용서를 받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인간에게는 죄를 지을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세례를 받고 나서 죄를 지으면 성찬(화체설)과 고해를 통해서 용서받는다고 주장한다.
로마 카톨릭주의자들은 교황이 베푸는 성례식에 의해서 속죄와 구원을 얻게 되기 때문에 교회가 하나님의 은총을 분배하는 기관으로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칼빈은 하나님의 은총은 오직 그리스도를 통해서 주어지고 그를 믿는 믿음으로 속죄와 구원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
끝으로 칼빈은 국가와 정부 그리고 교회의 관계에 대하여는, 국가는 교회의 한 국면일 뿐이라는 교회지상주의적인 카톨릭주의자들의 견해와는 달리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상호 독립적이며 대등관계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카톨릭주의자들은 교회가 국가와 정부를 지배하고 다스려야 된다는 주장이지만, 칼빈은 국가도 교회와 마찬가지로 대등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한 하나님의 통치 영역에 속한 것으로 규정한다.
이상에서 확인한 대로 「기독교 강요」의 신학원리는 성부-성자-성령 중심의 삼위일체론적 구조로 구성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창조주이시며 절대주권자이신 성부 하나님께서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 성자 그리스도를 보내셨고, 성령을 통해서 믿고 구원에 이르게 적용하신다. 그렇게 하여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세우시고 성도들로 하여금 구원의 은총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실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그리스도를 통한 믿음의 구원을 강조하기 위해서 카톨릭주의자들의 성례관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칼빈의 신학원리는 삼위(三位) 하나님을 중심으로 한 신본주의적 발상으로서는 참신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 중심의 논리라 하더라도 그것이 기독교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설명한다고는 할 수 없다. ‘기독교’라는 용어를 제목에 사용하려면 기독교를 총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논리적인 체계를 확보해야 하는데, 칼빈의 논조는 하나님의 창조사역과 그리스도의 구속사역 그리고 성령의 적용사역에 편중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칼빈의 「기독교 강요」는 영원하신 하나님의 본질을 계시하는 성경 자체의 논리를 따라가기 보다는 삼위의 사역에 치중되어 있고, 하나님의 계시와 존재를 증명하려는 기독교의 근본적인 논증이기 보다는 카톨릭주의자들을 논박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기독교 본연(本然)의 진리에 입각하여 총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논리구조가 필요하다.
2. 구속사 중심의 신학체계
구속사 중심의 신학체계란 신학의 초점이 인간의 구원에 집중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칼빈의 「기독교 강요」에 나타난 신학의 핵심은, 1권에서는 창조주 하나님의 선한 창조와 인간의 타락이 부각되고 있으며, 2권은 타락한 인간의 죄성(罪性)과 구원의 소망을 위한 안내자로서의 율법 그리고 구원의 주체이신 그리스도를 소개하고 있다. 3권은 그리스도로 완성된 구원사역을 성령의 사역을 통해서 인간에게 적용시킴으로써 구원받은 성도들의 생활상을 소개하·고 있으며, 제4권은 구원받은 성도들의 모임인 교회의 정치체제와 성례의 의미를 증거하고 있다.
칼빈의 「기독교 강요」는 시종일관 인간의 구원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칼빈은 인간의 타락을 구속사신학의 출발점으로 하여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사역의 실현 그리고 성령을 통해서 구속받은 성도들의 모임인 교회생활로 종결짓고 있다. 이와 같은 칼빈의 신학체계는 카톨릭주의자들의 공로주의적인 구원관을 논박하기 위한 시대적 상황과 요청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의 로마 카톨릭 교회는 교황의 절대권세로 인간의 영혼을 마음대로 심판하고, 구원과 멸망을 선언하며, 교회가 베푸는 성례전을 통해서 속죄와 구원을 분배하는 등 급기야 성경과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카톨릭주의자들의 무모한 횡포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 칼빈의 「기독교 강요」이다. 그러므로 신학적 이슈(issue)가 ‘구원’에 맞추어 진다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구속사 신학의 문제점은 하나님에 대한 사상을 근본적이며 총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성경신학적인 차원에서의 보완은 필수적이라 여겨진다.
구속사 중심의 신학체계는 타락한 인간으로부터 출발하여 인간의 구원에 하나님의 모든 사역이 집약되기 때문에 인간을 위한 신학으로 오해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즉, <타락한 인간-그리스도의 구원-구원받은 성도의 생활>이라는 등식으로 구조화되어 신학의 궁극적 관심이 인간의 구원과 신앙생활에 모아진다. 그 결과 인간의 경건생활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요구되고 그에 따른 생활규범으로 율법이 자리 잡게 되어 도덕적 종교로 탈바꿈하는 기현상으로까지 나타나게 된다. 당시의 신앙훈련을 강조하는 칼빈의 개혁정책은, 제네바 시를 신정(神政) 정치화하기에 이른다. 제네바는 본래 자유스러운 분위기였고 자유가 강조되는 나라였는데, 이것이 방종에 이르게 되었다고 생각한 칼빈은 좀 더 강력한 규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규율을 강조하기 위한 훈련을 강화하게 된다. 그래서 주민들의 교회참석 여부를 감독하는 사람이 파견되었으며, 교회 법원의 사람들이 가정을 일 년에 한차례씩 방문하여 신앙상태를 점검하고, 심지어는 길거리에서 무심코 뱉은 말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저속한 노래와 카드놀이도 금지했으며, 윤리적으로 탈선한 주민 76명을 귀향(歸鄕)보냈고, 간음죄, 혹은 칼빈 모독죄, 삼위일체 부인(否認)죄 등을 이유로 주민 58명을 처형시키기도 했다. 칼빈의 구속사적 교리는 타락한 인간을 위한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에 초점이 맞추어짐으로써 구속의 은총에 보답해야 되는 신앙생활의 부담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언약성취사적인 성경신학은 섭리의 출발이 타락한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작정(언약)에 기초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타락한 행위 때문에 그리스도께서 구원사역을 시작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을 성취하기 위해서 섭리하셨다는 것을 뜻한다. 이 말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보내신 목적이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을 성취함으로써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심에 있다. 따라서 언약성취사적인 신학체계는 하나님의 언약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구속사역에만 편중된 것이 아니라 사복음서에 계시된 그리스도의 총체적인 성취사역-계보, 잉태, 출생, 공생애, 죽음, 부활, 승천, 우좌-을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그 결과 구원받은 성도들은 드러난 하나님의 영광을 발견하고 그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기까지 이르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하나님의 사역이 지엽적인 인간의 구속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계시’를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3. 절대주권적인 신학사상
칼빈의 「기독교 강요」에 나타난 신학의 핵심은 하나님의 절대주권 사상이다. 역사적인 상황을 통해서 살펴보면, 카톨릭주의자들이 주창하는 로마 교황의 수위권(首位權)은 그리스도의 대리자이자, 전(全) 교회의 목자로써 교회에 대하여 직책상으로 완전한 최상의 전권(全權)을 가지며, 언제나 자유로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칼빈이 말하는 하나님의 절대주권 사상은 이러한 배경에서 보면, 교황의 수위권(首位權)을 반박하기 위한 것에서 기인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당시 교황의 권한은, 그리스도로부터 인간영혼에 대한 심판의 권세를 위임받아 백성들의 죄를 사하며, 성경해석의 권한을 지니는 등 모든 면에서 절대적인 권세를 휘두르고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은 칼빈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관점에서 성경을 연구하게 하였고, 특히 하나님의 절대주권사상에 집중하게 하였다. 그 결과 칼빈은 모든 신학적 주제들을 하나님의 절대주권사상과 관련지어 개진하기에 이른 것이다.
칼빈의 신학사상을 대표하는 예정론도 철저히 하나님의 절대주권사상과 동일한 맥락에서 논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알미니우스 학파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기 때문에 인간은 자유를 지녔다고 보았다. 그들의 주장은 구원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일인가 혹은 인간의 일인가 하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아담의 범죄 이후에도 아담의 자유의지나 그 후손의 자유의지는 지속적으로 존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과 악을 선택할 수 있는 본래의 능력 즉, ‘자유의지’를 올바르게 사용함으로써 하나님께 나아가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반해 칼빈은 모든 사람이 동일한 목적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고 어떤 이는 영생으로, 어떤 이는 영벌에 이르도록 미리 정해져 있다고 하는 이중예정론을 주장한다. 즉, 인간은 하나님의 영원하시고 불변적인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기 때문에 인간의 노력이나 의지에 따라 변경될 수 없다는 것이다. 칼빈은 타락 전의 자유의지설과 타락 후의 종교성(씨앗) 그리고 선악을 분별할 수 있다는 자유의지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즉 종교의 씨앗은 양심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양심은 하나님에 대한 도덕적인 응답이다. 종교의 씨앗과 양심은 관련성이 있으므로 종교가 도덕적으로만 국한되거나 환원되지는 아니한다. 이러한 양심의 반응으로는 하나님의 존재를 미미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구원과는 무관하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의 약함, 무력함, 비참함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총의 승리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예정론과 자유의지론의 쟁점은 하나님의 예정대로 인간의 구원이 결정되느냐 아니면 인간의 의지에 따라서 구원의 효능이 발생하느냐에 있다. 핵심 논점은 하나님의 예정대로 되든지, 아니면 인간의 의지대로 결정되든지 간에 타락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소재가 관건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뜻대로 된 일이면 죄에 대한 책임을 하나님께서 감당해야 된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는 타락 전후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주어졌으므로 의지의 선택 결과에 따른 행동에 대한 책임도 인간이 담당해야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논조에 따라서 인간에게 죄의 책임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본론에서 정리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대로 칼빈의 「기독교 강요」는 개혁주의 신학의 초석으로서 가치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비록 보충해야 할 부분은 있지만 신본주의적 관점에서 개진된 논리체계와 교황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한 이신칭의(以信稱義)의 신학사상 그리고 인간의 자유의지론을 단마디로 일축한 하나님의 절대주권사상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신학적 작업에 기초하여 개혁주의 신학은 진일보해야 할 것이다. 반드시 성경의 체계 위에서 구도를 잡아가고, 논리를 전개하여 계시적 관점에서 신(神)사상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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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김승일 목사 (로고스 신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이메일 : logosil@hanmail.net |
13-모든 피조물의 결말 |